서울 노원지역 학부모, 파업지지 서명… “잠깐의 불편함은 감수하겠습니다”

7월 학교비정규직 총파업을 앞두고 ‘급식대란’, ‘돌봄공백’ 비난이 예상되는 가운데, 학부모들이 “잠깐의 불편함은 감수하겠다”고 나섰다.

민중당 노원구위원회는 학교비정규직(학비) 노동자 파업을 지지하는 학부모 100명의 서명을 모아 27일 기자회견에서 발표했다. 이날 회견엔 노원지역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학부모 2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 앞당겨지고, 노동이 존중받게 되는 것이 곧 우리 아이들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라며 파업지지 이유를 밝혔다.

▲ 녹천초등학교 학부모 최나영 씨(왼쪽)

두 자녀가 녹천초등학교에 다닌다는 최나영 씨는 “학교노동자의 41%가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며 “아이들에게 평등한 세상을 교육해야 할 학교에서 절반에 가까운 선생님들이 비정규직으로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게 너무 부끄러워서 아이들에게 설명해주기가 민망할 정도”라고 비판했다.

또 “선생님들의 파업참가가 아이들을 볼모로 협박하는 거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면서 “학부모로서 분명히 말하겠다. 아이들이 살아갈 나라에 비정규직과 차별을 없앨 수 있다면 이런 불편쯤은 수백 번을 겪어도 좋다”고 학비 노동자 파업에 대한 강한 지지를 표했다.

▲ 신상계초등학교에서 일하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유진아 씨

신상계초등학교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유진아 씨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파업에 나선다는 건 내 일자리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파업에 나서는 노동자들을 응원하고 격려해달라”고 호소했다.

유진아 씨는 지역사회교육전문가로 학교에서 16년째 근무하고 있다. 급식실에서 일하는 그의 동료는 24년째 비정규직 신세라고 전했다. 그는 “16년, 24년 동안 똑같은 일을 하는 사람의 노동이 단시간, 프로젝트 노동이냐”고 따져 묻곤 “앞으로도 학교에서 영원히 존재해야 할 노동이 24년이 지나도록 비정규직으로 취급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글로 가르치지 않아도 정규직들이 ‘아줌마~ 저기요~’라고 부르는 40%의 비정규직을 보며 학교에서부터 차별을 배운다”면서 “그런 아이들이 자라 사회에 나가 또 비정규직이 되고, 자신의 처지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비정규직을 철폐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라고 파업에 나선 이유를 말했다.

▲ 파업지지 발언하는 홍기웅 민중당 노원구위원회 위원장

민중당 노원구위원회 홍기웅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초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약속했지만 무늬만 정규직인 비정규직이 넘쳐나고 있다”면서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파업에 나서는 노동자들에게 어떻게 힘을 실어줄까 고민했다”고 학부모 지지선언을 모은 배경을 밝혔다.

홍 위원장은 “하루가 채 되지 않아 100명이 넘는 학부모가 지지선언에 참여해주셨다”면서 “더 많은 시민들이 이 파업을 지지하고 응원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녹천초등학교 학부모 강미경 씨가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총파업을 지지합니다."

- 노원지역 학부모 100인 지지 선언문 - 

학교에는 우리 아이들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는 분들이 있습니다. 급식을 만들고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각종 행정 일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이 바로 그분들입니다. 놀랍게도 학교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의 40%가 비정규직이라고 합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뛰어놀며 성장하고 사회를 배웁니다. 우리 학부모들은 학교가 차별이 없고 땀흘려 일하는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곳이길 바랍니다.

하지만 현실은 학부모들의 바람과는 전혀 다른가 봅니다. 2018년 기준으로 학교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 임금의 64%에도 못 미친다고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기관‘비정규직 제로 선언’과 비정규직 공정임금제 약속은 어디로 갔습니까. 촛불의 힘으로 당선된 대통령으로서 국민과의 약속을 잊지 말고 지켜주십시오.

오는 7월 3, 4, 5일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을 합니다. 우리 학부모들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총파업을 지지합니다.

언론에서는 파업으로 인한 급식대란, 돌봄공백이 우려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가 꼭 해결되기 바라며 잠깐의 불편함은 감수하겠습니다.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 앞당겨지고, 노동이 존중받게 되는 것이 곧 우리 아이들을 위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학부모 선언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싸움에 작은 힘이 되길 바랍니다.
노원구민들도 학교에서 비정규직 차별이 없어질 수 있도록 함께 마음을 모아주십시오.

2019년 6월 27일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 노원지역 학부모 지지선언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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