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괴물’집단 만드는 보수언론, 노동자에게만 가혹한 사법부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되자마자 수구보수언론들이 민주노총을 ‘괴물’로 만드는데 혈안이 돼 있다.

김명환 위원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다음날인 지난 20일, 주대환 바른미래당 혁신위원장이 한 토론회에서 “민노총은 문재인 정권보다 더 강력한 최고의 권력집단이 돼 있다”면서 민주노총을 괴물에 비유했다. 그러자 수구보수언론들은 22일(동아일보), 24일(조선일보), 25일(중앙일보) 차례로 사설을 쏟아내며 민주노총을 ‘괴물’집단으로 만들었다.

김명환 위원장은 지난 3월 말~4월 초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의 불법 집회를 계획하고 주도했다”며 특수공무집행방해, 공용물건손상, 일반교통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후, “도망할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발부돼 지난 21일 구속됐다.

▲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7일 오전 영등포 경찰서에 출석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수구보수언론 어디에도 민주노총이 왜 국회 진입을 시도했는지, 원인에 대한 설명은 없다. 민주노총의 요구와는 전혀 반대되는 주장만 읊어댈 뿐이다.

“현 정부는 민주노총의 요구를 거의 수용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비정규직 제로(0)’ 선언을 했다. 최저임금을 확 올리고, 근로시간 단축을 단행했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도 강행할 태세다.” (6월24일 중앙일보)

민주노총은 3월 말~4월 초 국회 앞에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과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등 노동법 개악을 막기 위해,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유지하려 하는 정부에 대한 규탄과 저항”을 벌였다. 법안 강행을 앞두고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자유한국당) 면담을 요구하기 위한 투쟁이었다. 그러나 이날 국회 정문은 공권력으로 둘러쳐져 있었다.

하루 전날엔, 민주노총 임원과 환노위원장의 면담이 잡혀있었다. 그러나 환노위원장의 거부로 면담이 어렵게 되자 민주노총 임원들은 민원실을 통해 국회에 진입하려 했다. 결국 임원들은 환노위원장을 만나지 못하고 국회에서 끌려나와 경찰에 연행됐다.

민주노총은 지금도 “줬다 뺏는” 최저임금법 개악과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속도조절,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국회 동의를 이유로 미뤄지고 있는 ‘ILO핵심협약 비준’에 대응해 싸우고 있다. “현 정부가 민주노총의 요구를 거의 수용”했다는 보수언론의 주장은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아니다.

법은 왜 노동자·민중에게만 그토록 엄중한가

3월 말~4월 초 국회 앞 투쟁 건으로 지난달 30일 민주노총 조직쟁의실 간부 3명이 구속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그리고 이어 지난 21일 민주노총의 수장인 김명환 위원장도 구속됐다.

“그릇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노동자의 손과 발을 묶었”고, “정부가 구호로만 존재하던 ‘노동존중’을 폐기하고 ‘재벌존중과 노동탄압’을 선언”했다고 민주노총은 분노했다.

김명환 위원장 구속영장 여부에 대해 보수언론·경제지는 ‘엄중한 법의 잣대’를 이야기했다. 한국경제는 경찰이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한 다음날인 20일 사설에서 “법의 엄정함을 보여줘야”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도 24일 자 사설에서 김 위원장의 구속이 지당함을 설파하며 “민주노총의 불법·폭력 집회를 엄단”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구속된 후엔 “법원이 공권력에 가해지는 지속적인 폭력에 대해 경고메시지를 보낸 것(6월22일 매일경제)”이라는 해석을 달았다.

그 엄정하다는 법은 민주노총 조직쟁의실 간부 구속에 이어 위원장까지 ‘공동정범’으로 몰아 구속까지 강행했다. 김진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는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공모공동정범’ 법리적용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국정농단이나 사법농단 사건 재판에서 박근혜나 양승태는 자신들은 몰랐고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법원과 검찰이 기소 안 한 것도 많다. 모든 책임을 지도자에게 모두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거꾸로 노동자, 민중들의 집회에선 이 법리가 굉장히 넓고 만연하게 적용되고 있다. 이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노총 위원장·간부 구속이 “투쟁하고자 하는 민주노총, 노동자의 손발을 묶으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지나치다고 할 수 있을까.

▲ 지난 4월26일, 선거제 개편안과 사법제도 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여야의 극한 대치가 이어진 가운데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아침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의안과 문을 열려고 할때 사용한 쇠 지렛대(빠루)를 들고 있다. [사진 : 뉴시스]

한국경제는 사설(20일)에서 “조직(민주노총)의 수장이 청와대와 동급인 ‘가급’ 국가중요시설인 국회에서의 불법 난동을 사전에 계획하고 실행했다니…” 실망스럽다고 언급했다.

‘가급’ 국가중요시설에 불법 난동이라면 떠오르는 무리들이 있다. 선거제 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 지정을 막기 위해 국회 안에서 쇠망치와 빠루까지 들고 폭력을 행사한 자유한국당이다.

중앙일보는 25일 자 사설에서 “이 정부 들어 전직 대통령 2명과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될 만큼 법 집행은 엄중하다”고 하는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국회 안에서 폭력을 행사한 자유한국당은 단 한 명도 기소되지 않았다.

엄중한 법 집행의 결과가 민주노총에겐 ‘구속’으로, 자유한국당에겐 ‘당당한(?) 국회 출근 거부’로 나타나고 있다. 사법부의 칼날이 국회 안에서 폭력을 행사한 자유한국당에겐 관대하고, 국회 담장 밖에서 “당사자인 우리와 이야기 하자”던 민주노총에게 겨눠지고 있다.

김진 변호사의 말대로 “법이 노동자·민중에게만 그토록 엄중하고 가혹”해지는 이유 중 하나로 민중들은 “사법적폐 잔존세력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둔 검경의 존재감 키우기일 수도 있고, 적폐 자유한국당의 압력에 따른 경찰 당국의 눈치 보기일 수도 있다”는 볼멘 소리까지 나온다.

민주노총 위원장·간부들에 대한 구속, 민주노총이 규정한 촛불정부의 ‘노동탄압’ 과정에서, ‘노동존중’의 자리를 대신해 ‘적폐’의 실제가 다시 한번 확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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