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 “민주노총에 재갈 물리는 문재인 정부와 단호히 투쟁할 것”

지난 3월 말~4월 초,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과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등 노동법 개악을 강행 처리하려는 국회에 대응해 투쟁을 벌인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에게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민주노총은 물론 각계가 반발했다.

노동·농민·빈민 단체를 비롯해 여성·인권·법률·종교·학계·진보정당, 그리고 사회원로들까지 246개 단체와 대표들이 나서 한목소리로 “구속영장 청구를 철회하라”고 외쳤다.

백기완 선생은 10일 오전 민주노총에서 열린 ‘각계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를 호되게 꾸짖었다. 백 선생은 “박정희가 늘 ‘법을 지키자’, ‘질서를 지키자’고 얘기했다. 그의 딸 박근혜가 권력을 쥐더니 아버지와 똑같이 했다. 지금 와서도 노동자를 법률위반이라고 감옥에 넣겠다고 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끝난 셈”이라고 질타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부회장 김진 변호사는 경찰과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세 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김 변호사는 “저임금·장시간 노동이라는 우리사회 고질적 문제에서 비롯된 사안이, 민주노총 행동에 영장을 청구하고 형사처벌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 “수많은 노동자의 대표인 민주노총 위원장이 민주노총의 조직적 행위에 대해 책임지지 않고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점, “우리 노동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전 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노동자·사용자·정부라는 주체가 스스로 입장을 나눠야 할 넓은 의미의 사회적 대화에 끼칠 악영향”을 지적하며 “영장청구는 철회되거나, 법원에서 반드시 기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견에 참석한 각 단체 대표들은 문재인 정부를 향한 목소리를 높였다.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문 대통령은 스스로 촛불의 토대 위에 태어난 정권이라고 하는데 지금 와서 쓸모없어지니 버리자는 것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따져 묻곤 “노동자들이 무슨 이유로 투쟁에 다시 나섰는가. 잘못돼 가는 노동법 개악을 바로잡고자 나선 것을 공안탄압으로 몰아 짓누르겠다는 것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규탄했다.

이승훈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도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건에 대해 구속영장으로 탄압하는 것은 제2의 한상균, 제2의 프레임을 만들어 노동을 탄압하겠다는 시도로밖에 볼 수 없다”면서 “이번 구속영장 청구는 정부에 대한, 정부의 표현의 자유 탄압에 대한 국민들의 강한 분노와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와 단호히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최저임금·탄력근로제 개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노동자 3명을 이미 구속했다. 그리고 또다시 도주와 증거 인멸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위원장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하고 있다”면서 “문 정부는 개혁 역주행뿐만 아니라 노동자 민중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민주노총은 공공, 민간, 생산, 제조, 서비스, 학교 현장 등에서 일하며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이며, 가장 공공적인 활동을 하고 있고 공개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조직”이라며 “과거 공안의 논리를 적용해 민주노총을 예비범죄자인 양 취급해 옥죄려 하는 문재인 정부에 맞서 단호히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각계 대표들은 회견문에서 “민주노총 위원장을 구속까지 하겠다는 것은 과도한 법 집행이며, 이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에 대해 온갖 악법을 동원해 노동운동 간부들을 구속하고 족쇄를 채우던 과거 반노동 정권들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라고 꼬집곤 “김명환 위원장을 구속한다면, 우리는 문재인 정부가 자신의 소득주도성장과 노동존중 사회 공약을 파기하고, 최저임금과 탄력근무제 문제의 강행을 앞두고 민주노총에 족쇄를 채우기 위해 공안탄압을 가하고 있다고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규탄했다.

김 위원장의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21일 오전 10시30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다.

앞서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18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불법행위를 계획·주도한 혐의가 상당하다,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면서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검은 19일, “특수공무집행방해, 공용물건 손상, 일반교통방해, 공동건조물침입,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경찰이 신청한 김 위원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각계 입장 발표 기자회견문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철회되어야 합니다.

검경 당국이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지난 4월 국회 앞 집회에서 발생한 국회담장 파손 등 우발적 사건을 공모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당시, 국회 환노위에서는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변경하는 개악안과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의 노동시간 단축 정책을 무력화하는 탄력근무제 단위기간 연장이 시도되고 있었습니다. 민주노총은 이를 막기 위해 국회 앞에서 집회를 개최했고, 그 집회 과정에서 국회담장이 파손되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노동존중사회라는 공약에 기반해 제출된 것으로써, 당시 민주노총의 국회 앞 집회는 이러한 공약 파기를 막기 위한 의사표시였습니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문제의 원인은 제쳐 둔 채 결과만을 문제 삼아, 100만 노동자 조직의 대표이자 저임금 장시간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악을 막기 위해 헌신했던 민주노총 위원장을 구속까지 하겠다는 것은 과도한 법 집행입니다. 이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에 대해 온갖 악법을 동원해 노동운동 간부들을 구속하고 족쇄를 채우던 과거 반노동 정권들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입니다.

상식을 뛰어넘은 이번 구속영장 신청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둔 검경의 존재감 키우기일 수도 있고, 적폐 자유한국당의 압력에 따른 경찰 당국의 눈치 보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문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검찰과 경찰의 업무 수행의 최종 책임은 검경 관료들에게 있는 것도, 자유한국당에게 있는 것도 아닌, 바로 문재인 정부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김명환 위원장을 구속한다면, 우리는 문재인 정부가 자신의 소득주도 성장과 노동존중 사회 공약을 파기하고, 최저임금과 탄력근무제 문제의 강행을 앞두고 민주노총에 족쇄를 채우기 위해 공안탄압을 가하고 있다고 간주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불법 승계를 위해 박근혜와 유착하고, 분식회계를 통해 스스로 말하는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들며, 공장바닥에 증거를 은폐하는 엽기적 행태를 보이는 이재용은 이 정부 들어 슬그머니 석방되고, 대통령과 수차례 독대하며 면죄부를 받고 있는 반면, 민주노총 위원장은 집회 장소에서 발생한 우발적 사건으로 구속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이것이 촛불 민의가 원하던 ‘나라다운 나라’입니까?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즉시 철회되어야 하며, 민주노총에 겨누어 진 칼날은 이재용, 자유한국당 등 적폐세력들에게 돌려져야 할 것입니다. 촛불항쟁이 있은 지 이제 겨우 2년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촛불 민의의 실현이라는 자신의 책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2019년 6월20일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각계 입장 발표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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