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회관 745호실 이야기(1)

보좌관이라는 드라마가 시작된다. 국회에도 한 번씩 촬영 팀이 오가고 있다. 잘생긴 배우들도 나오고, 국정감사장에서 의원들의 호통에서 보좌진들의 업무까지 디테일을 살렸다고 하니 사람들 관심거리가 될 것이다.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국회를 주목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나오는 정치는 늘 특정한 사람들의 것이다. 보좌관이라는 드라마의 부제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정치인을 지칭할 것이고, 국회는 권력을 잡기 위한 정치인의 배신과 암투가 벌어지는 곳일 뿐이다. 예고편만으로도 대략 줄거리와 관점이 읽힌다.

민중 권력도 권력이니 치열함이야 없겠냐만,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몇몇 정치인이 아니라 민중이며, 정치가 민중의 이익에 헌신하고 복무해야 한다고 배운 우리에게 이런 드라마는  아쉽기만 하다. 

녹두꽃이라는 드라마도 있다.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유독 한 선배의 평이 기억에 남는다. 드라마가 동학농민혁명의 주인공을 농민이 아니라 소자산계급, 인텔리들로 바꾸어 놓았다는 것이다. 

드라마 또한 시대를 반영하고, 이야기 전개는 사람의 관점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촛불 이후 정치와 관련된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정권이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부족함이란 결국 촛불혁명의 아쉬움과 맥이 닿아 있다. 

민중은 압도적 지지로 촛불 정부를 만들었지만, 2년 사이 개혁의 칼날은 무뎌졌고 적폐들은 다시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광장의 주인공들은 여전히 비정규직으로, 법외노조로, 해고자로, 불법노점상으로 대우받고 있다. 생각하면 씁쓸한 일이다.

확실한건, 진보정치는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재미와 푸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주인공도 다르다. 오늘도 드라마가 아닌 현장과 지역에서 주인공들의 활약 소식이 들려온다. 

하지만, 국회 안에 있는 우리는 늘 고민이다. 때로는 서글프고 복잡하다. 300중의 하나인 김종훈 의원실은 늘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 ‘지금 우리 잘하고는 있는가?’를 묻는다. 법안 하나도 발의하기 쉽지 않고, 우리의 주장은 무시되기 일쑤다. 조금만 엇나가면 ‘진보정당 의원이...’하는 소리를 듣기도 쉽지만, 원칙만 강조하다가는 아무 것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현실정치에서, 소수의 진보정당 의원실에 일하는 사람이라면 늘 가지고 있던 고민이 아니었을까?

국회가 놀고 있는 지금, 우리는 국회의원들이 놀고먹는 것을 욕하지만 또 국회가 열릴 것을 걱정하고 있다. 이미 여야가 합의하고 있는 노동법개악, 최저임금법 개악논의가 다시 시작되면 어쩌나? 패스트 트랙에 올려진 개혁 법안들이 합의처리 운운하니 또 어떻게 바뀔지도 걱정이다. 우리는 뭘 하나? 고민은 첩첩산중이다.

근래에 한 선배로부터 현장의 힘없이는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을 텐데, 소통이 일상화된 시대에 의원실의 고민과 일상을 진보정치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과 나누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옳은 지적이다. 

그래서 의원실의 고민과 일상을 나누는 글을 시작한다. 국회 안에서 본 국회 이야기, 의원실 이야기, 옆에서 본 김종훈 의원 이야기를 써볼 생각이다. 한 가지 일을 꾸준하게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는 터라 선배의 권유로 쓰기 시작하는 글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독자들의 많은 응원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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