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들의 만민공동회, 700여 명 모여 성황리 개최… 전국민적 ‘재벌체제 개혁운동’ 시작

“‘재벌’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요?”
“재벌의 문제 중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질문이 던져졌다.
‘재벌체제 개혁’을 이야기하기 위해 광장에 모인 700여 명의 대답은 이랬다.

“2018년 기준 4대 재벌총수의 그룹 소유지분은 평균 약 %일까요?”라는 질문에 참가자들은 ‘1~10% 사이’라고 가장 많이 답했다. 그러나 정답은 ‘1% 이하(평균 0.8%)’였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이 0.8%의 지분율을 갖고 삼성그룹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회자의 설명에 참가자들 속에서 놀라움과 한숨이 섞여 나왔다.

민주노총과 민중공동행동,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이 공동으로 주최한 ‘재벌체제 개혁을 위한 을들의 만민공동회’가 11일 오후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렸다.

70여 개의 테이블에 ‘재벌체제 개혁’에 동의하는 노동자·농민·빈민·청년·중소상인 등 각계각층의 ‘을’들이 앉아 재벌체제 극복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 사진 : 선현희 기자

경실련 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상인 서울대 교수가 ‘지금 왜 재벌개혁이 필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기조발언으로 풀어냈다.

박 교수는 먼저 “재벌문제의 핵심인 ‘경제력 집중’이 재벌들에게 정치·경제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권력을 갖게 해 재벌을 위한 제도를 만들게 하고, 초법적인 사익을 추구하게 하는 등 재벌체제가 한국사회 경제와 사회구조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어 “대한항공의 갑질문제, 삼성그룹의 기업결합을 통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문제, 현대차·SK 등의 일감몰아주기 문제 등”을 예로 들며 “재벌들의 사익추구가 경제발전과 제조업 발전을 저하시켰고 사회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벌체제를 개혁하지 않으면 한국사회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는 바뀔 수 없다”면서 재벌체제 개혁을 위한 방안으로 “▲출자구조 제한을 통해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고 ▲재벌 총수일가의 일감몰아주기 등 사익편취를 막고 ▲총수일가가 자기 재산인 양 자사주(회삿돈)를 이용해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규제해야 하며, 갑을문제 해소를 위해 대리점·가맹점 사업자들에겐 단체협약의 권한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박 교수는 끝으로 “지금 정권과 정치권에선 재벌개혁에 대해 소극적이고 의지가 없다”고 지적하곤 시민의 힘으로 재벌체제 개혁에 나서야 한다며 “제2의 촛불시민운동과 같은 개혁연대를 통해 재벌개혁과 새로운 정책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기조발언을 하고 있는 박상인 서울대 교수

기조발언에 이어 1) 재벌개혁의 가장 시급한 과제 2) 재벌체제 개혁을 위한 실천방안을 주제로 원탁에 둘러앉은 참가자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80여 분 간의 토론결과는 토크콘서트를 통해 공개됐다.

중소상인을 대표해 방기홍 한상총련 회장이, 노동자를 대표해 정민정 마트산업노동조합 사무처장이, 그리고 박상인 교수가 무대에 올라 원탁회의 결과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재벌개혁의 과제와 실천방안’에 대해 참가자들은 ▲정경유착 ▲이재용 재구속 ▲재산환수 ▲재벌갑질 ▲경제력 집중 ▲골목상권 침탈 등을 이야기했다.

박상인 교수는 ‘정경유착’이 1위로 꼽힌 것에 대해 “촛불 시민들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고 외친 이유 중 하나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요구였는데, 문재인 정부에선 이뤄진 것이 없다”면서 “촛불시민의 요구가 아직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정경유착, 경제력 집중 해소 등 구조적·제도적 개혁에 대한 참가자들의 열망이 표출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민정 사무처장은 “이재용 부회장을 우리 힘으로 구속시키는 것이 정경유착을 끊는 첫 번째 사례이자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해 참가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방기홍 회장은 ‘재벌의 골목상권 침탈’에 대해 입을 열었다. 방 회장은 “한상총련은 최저임금 1만원을 지지하는 유일한 상인들이다. 카드수수료와 임대료 문제, 프랜차이즈 갑질 문제를 해결하면 1만원 이상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저임금 만원을 지불할 능력을 갖지 못하게 재벌들이 모든 골목상권을 잠식해 독과점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수탈구조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서 “촛불로 탄생했다는 정권이 정부의 권한으로 규제할 것은 규제해야 하는데, 이를 못하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노동자와 중소상인들 간의 연대 의지가 다시 한번 확인되기도 했다. 정민정 사무처장은 “2년 전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위한 농성장에 한상총련이 지지방문하러 왔다. 너무 반갑고 고마웠다”면서 “재벌순위 5위 롯데(롯데마트), 재벌순위 11위 신세계(이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계속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 1만원 지불능력이 충분히 있음에도 이를 반대하고, 노브랜드 샵 등 골목골목을 파고들어 상권을 침탈하는 재벌들을 혼내줘야 한다”는 말로 방 회장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박상인 교수도 “시민과 노동자, 중소상공인들이 연대를 높이고, 총선과 대선을 계기로 이 연대 힘을 결집해 다시 한번 정부와 정치인들을 향해 재벌개혁을 요구해 미완의 촛불혁명을 완성시켜 나가길 바란다”고 독려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논의된 재벌체제 개혁의 의지를 담아 ‘을들의 만민공동회 선언문’을 한목소리로 낭독했다. ▲재벌체제 개혁에 동의하는 모든 사람과 함께 전국민적인 재벌체제 개혁운동을 펼칠 것 ▲재벌체제 개혁을 위한 을들의 연대운동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것 ▲재벌체제 개혁에 동의하는 더 많은 사람을 모아 하반기 2차 만민공동회를 개최할 것을 다짐했다. 뿐만아니라, 이들을 최저임금 투쟁을 비롯해 재벌개혁 관련 단체들과 함께 일상적인 재벌체제 개혁 투쟁도 이어나갈 예정이다.

한편, 이날 시청광장엔 20여 개 단체가 준비한 재벌개혁 박람회 부스가 차려졌다. ‘재벌특혜 대우조선매각저지 전국대책위’, 마트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노조, 한상총련 등 재벌개혁 투쟁을 벌이고 있는 단체들을 비롯해 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민중당, 사회변혁노동자당 등 진보정당도 부스를 차려 광장을 오가는 시민들에게 재벌체제 개혁을 홍보했다.

토크콘서트를 마치며 참가자들이 소감을 남겼다. 이날 만민공동회로 시작된 재벌체제 개혁 투쟁에 대한 을들의 의지를 담겨있다.

“재벌과의 싸움은 우리 최저임금 노동자들만 하고 있는 게 아니란 걸 알았다.”
“재벌개혁 없이는 한국사회가 정상화될 수 없고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노동자와 상인, 시민들이 연대해 변화를 이끌어가는 계기를 만민공동회가 만들었다.”
“언제까지 정부와 정치권에게 바랄 수 있겠는가. 90%인 우리가 스스로 연대하고 함께 살겠다고 한다면 이미 세상은 바뀌고 있는 것이다.”

▲ 만민공동회 원탁토론 결과.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 한 단어들이 가장 큰 글씨 순으로 나타나 있다. [사진 : 만민공동회 추진위원회]
▲ 한 참가자가 원탁에서 논의된 토론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재벌들을 향해 ‘재벌체제 개혁’이 적힌 레드카드를 들고 있는 참가자들

 

▲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 참가자들 [사진 : 만민공동회 추진위원회]

 

다음은, 만민공동회 원탁테이블 토론 결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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