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법인분할 반대투쟁 참가자의 소감

[사진 : 뉴시스]

현대중공업의 주주총회가 5월 31일 11시 10분 울산대 체육관에서 극소수만 참가한 채로 열려 10여분 만에 법인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 주주총회 장소 변경이 공지된 것은 10시 30분 무렵이니, 장소 변경을 알았다 해도, 아마 총알택시를 타면 주총장소에 가까스로 닿을 수 있는 시간과 거리다. 한 마디로 주주들의 참여가 봉쇄된 전형적인 기습 날치기 통과다.

날치기로 법인분할은 강행통과 되었지만, 이번 투쟁은 많은 것을 남겼다.

20여년 만의 가장 강력한 노동자들의 투쟁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멀리는 지난 90년 초반 골리앗 투쟁이후, 가까이는 2012년 민주노조를 다시 세운 이후, 가장 완강하고 강력한 투쟁을 전개했다. 전면파업 기간, 불가피하게 일하는 협력업체를 제외하고, 사실상 현대중공업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없었다. 이런 모습은 조선소 파업 현장에서는 전례 없는 일이다.

[사진 : 뉴시스]

연대의 모범을 보여준 투쟁

민주노총 간부와 조합원들의 연대가 빛난 투쟁이었다. 지속적 연대에 이어 5월 30일은 1만 명에 달하는 영남권노동자들이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점거농성 중인 한마음회관에 집결했다. 지역노동자대회가 이 정도 규모로 치러진 것은 참으로 오랜만의 일이다. 연대를 위해 한마음회관 광장으로 들어가는 노동자들과, 이들을 박수와 환호로 맞는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서로의 눈빛과 얼굴에 뿌듯한 연대감이 가득했다.

가족, 시민, 주민 모두가 힘을 모은 투쟁

노동자와 가족들의 유대는 말할 것도 없고, 시민 지역주민들이 한마음으로 지지하고 응원하고 연대한 투쟁이다. 울산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대책위를 구성하여 활동하고, 짧은 기간에 2만이 넘는 서명이 이뤄지고,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촛불문화제에 발 디딜 틈 없이 주민들이 몰려왔다. 요구는 조금씩 달랐지만, 모두가 마음을 모은 투쟁이었다.

[사진 : 뉴시스]

법인분할 강행은 재벌의 민낯, 정부의 무책임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노동자와 시민위에 군림하는 재벌대기업과 정몽준 등 재벌총수들..

압도적 다수 시민의 반대와 노동자들의 처절한 문제제기에 현대중공업은 법인분할을 강행할 명분을 내세우는 것 이외에, 어떤 합당한 대안, 설득력 있는 보완책 제시, 진지한 대화 노력도 하지 않았다. '법인분할 중단! 본사 이전 반대'에 요구에 대해 현대중공업이 보여준 것은 일고의 고려도 없는 단호한 날치기였다. 정몽준은 울산 국회의원 6명의 면담요구도 단칼에 뭉개고 응답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재벌 총수들의 탐욕은 끝이 없고, 재벌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요원하다

조선업 위기로 인한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3만 5천명의 노동자를 말하지 않더라도, 현대중공업 총수 일가와 경영진은 조선업 위기를 총수의 지분 확대와 3세 승계에 활용했다. 이번의 '법인분할'과 '중간 지주를 통한 지분 늘리기'가 그 완성판이다. 애초 제안을 정부가 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손해보며 구국의 결단을 했다고 하지는 마라.

정부의 무책임이다

조선업의 과잉경쟁, 출혈경쟁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 산업구조 개편 노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이 단지 대우조선을 현대중공업에 특혜인수하게 하고, 정부가 손 털면 다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제조업 일자리, 조선기자재 산업, 국가균형발전, 지역경제 충격 최소화 방안 등 정부가 반드시 책임 있게 해결책을 내야 할 중요한 문제들이다. 그러나 골치 아픈 부실기업, 세금 들어가는 기업 정리한다는 단순한 구조조정 이외에 어떤 대책들이 있는지 알 수 없다. 산업은행 부행장조차도 ‘법인분할이 가져올 지역경제 여파를 검토해 본 적 있나?’는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그건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습니다. 라고 말하는 지경이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모든 노동자들의 투쟁이 그렇지만 이번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투쟁, 시민들의 연대는 단순하지 않았다. 주주총회 통과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다.

이전에도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투쟁은 엄청난 탄압을 받았다. 육지-바다-하늘을 통한 입체적인 노동자 해산 작전, 대규모 구속, 수배, 해고가 수없이 진행된 바 있다.

그러나 굴하지 않고, 무너진 노조를 다시 세웠고, 지금은 87년 노동자 대투쟁의 주역들이 퇴직하면서, 세대가 바뀌고 있음에도 젊은 노동자들이 투쟁의 튼튼한 대오를 이뤄 이 투쟁에 앞장서고 있다.

단결의 위력을 온 몸으로 느낀 노동자들, 노동자의 연대를 넘어 가족과 주민, 시민의 뜨거운 지지를 받으며 진행한 연대투쟁의 소중함을 가슴에 간직한 노동자들의 마음은 쉽사리 허물어질 수 없다.

이번일을 지켜보며 주민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다. ‘현대중공업이 정몽준이 저러면 안 되지’, ‘현대가 지 혼자 만든 건가?’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이야말로, 지역경제에 가장 큰 자산임을 다시 한번 절감한 주민들의 유대감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주민들은 오만한 재벌 대기업과 총수들이야말로 개혁의 대상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낀 계기가 되었다.

이 투쟁을 지켜보고, 작은 힘을 보태기 위해 애쓰기도 했던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투쟁에 앞장 선 노동자들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고, 마음을 모아 응원하고 연대한 주민들에게도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끝나는 투쟁은 없다.

끝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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