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30년, 교육정책의 변화] ② 무상급식 실현

전교조 결성 30년, 그간 전교조가 해온 가장 큰 활동의 영역 중 하나는 ‘교육정책 개선’이다. 교육정책의 변화로 학생들의 학교생활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그야말로 학교가 변했다.

대중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이슈 세 가지를 선정해 학교의 변화를 위한 전교조의 노력, 그리고 전교조의 활동에 담긴 참교육의 지향을 선생님에게 직접 들어봤다. 세 편에 나눠 싣는다.[편집자]

1) “경쟁교육 반대” 일제고사 폐지
2) “밥도 교육이다” 무상급식 실현
3) “우리 학생들에게 인권을 돌려주자” 학생인권조례 제정

“제가 학교 다닐 때 무상급식은 당연히 없었죠. 도시락을 들고 다녔고, 고등학생 때는 학교에서 야간 자율학습을 했으니 두 개의 도시락을 싸야 했죠.”

전교조는 ‘밥도 교육이다’, ‘급식도 교육이다’라고 외쳤다. 2000년 친환경 무상급식 운동을 시작한 전교조는 진보정당, 시민단체들과 함께 2010년 무상급식 도입을 이끌었다. 전교조가 ‘무상급식’을 주장한 이유는 말 그대로 학교에서 먹는 밥, ‘급식’도 ‘교육’이기 때문이다.

▲ 사진 : 뉴시스

경남 양산의 화제초등학교 4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유승희 선생님. 1988년 3월1일 처음 초등학교에 발령받아 30년 넘게 초등학교에서 교직생활을 하고 있다.

“부모가 누구이건, 집의 경제사정이 어떻건, 가난한 학생, 부유한 학생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보편적 복지’인 교육, 그 교육 안에 급식도 포함돼 있어요. 교육을 받는데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처럼, 무상급식은 누구에게 ‘특별’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 모두에게 ‘당연’한 것이 돼야 합니다.”

처음엔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무상급식이 아닐 때,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상처나 받지 않을까 걱정했다. 무상급식엔 경제적 차이를 둬야 한다고, 모두가 무상급식을 받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어린 학생들에게 가계소득을 증명하라고 할 때도 있었다.

뿐만아니다. “급식비가 밀리면 행정실에서 미납영수증을 줘요. 급식비가 밀리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잖아요. 학생 이름을 불러서 영수증을 전해주기가 쉽지 않아요. 마음이 쓰리죠… 알림장에 영수증을 붙여서 ‘집에 가서 부모님께 보여드려’라고 말합니다….”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이 시작되고 나서 학생들에게 이런 알림장을 전할 일은 없다.

유 선생님은 무상급식 한 끼가 학생들에게 ‘하루 세끼 중에 온전히 영양소를 갖춰서 먹는 한 끼’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부모가 바빠서 챙겨주지 못하거나, 인스턴트 음식을 섭취하거나, 아침·저녁으로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입에서도 ‘밥 먹으러 학교 온다’는 말이 있잖아요? 초등학교의 경우엔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이 더 많죠. 학생들의 한 끼에 영양소를 골고루 갖추고, 식습관을 관리하는 것…. 이것 역시 교육입니다.”

무상급식은 ‘갓 지은 따뜻한 밥 한 끼를 먹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유 선생님은 말한다. 무상급식을 하고 학생들의 학교생활이 변했다. 교실에서 먹는 밥은 ‘끼리끼리’ 친한 친구들과 먹는 밥이었지만, 급식을 하면서 달라졌다.

“경남지역은 무상급식을 시작할 때부터 학생들은 같은 식판에 밥을 받아서 같은 공간(급식소)에 앉아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했어요. 친한 친구들끼리 먹는 밥이 아니라 서로의 대화상대를 넓히고, 친구관계도 더욱 깊어지는 시간이 되기도 해요. 선생님도 같이 앉아 밥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학생들과 하지 못했던 이야기도 나누고…. 점심시간 역시 다 교육 안에 있는 시간이죠.” ‘급식도 교육’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현상이다.

전교조 선생님들은 무상급식 실현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섰다. 오랫동안 무상급식 지지 서명과 실천을 벌였다.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중·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 시행을 위해 노력했다. 경남지역은 올해부터 고등학교까지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무상급식에도 우여곡절은 있었다. 2014년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당선되면서 무상급식이 멈추고 다시 급식비를 내야 했다. 무상급식을 지키기 위해 교사와 부모들이 나섰다. “급식이 무상에서 유상으로 바뀌니까 그동안 무상급식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 더 깊게 알게 되면서 부모님들과 더 똘똘 뭉치게 됐어요.” 기자회견은 물론 급식예산에 관계된 도의회 의원들에게 문자를 보내는 등 무상급식 지키기 실천에 나섰다.

▲ 2015년 5월, 경남지역에서 열린 ‘무상급식지키기 촛불문화제’ 모습 [사진 : 뉴시스]

2015년, 경남지역 선생님 1146명은 무상급식 중단을 규탄하는 선언에 참여했다. 그 해 4월1일 유 선생님은 ‘무상급식을 지키기 위한 교사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해 피켓을 들었다. 이를 이유로 동료 교사 8명과 함께 지금도 재판을 받고 있다. ‘무상급식 지켜야 한다’는 의사 표현이 ‘교사의 품위 손상’, ‘공무원 단체행동 위반’에 해당된다는 게 그 이유다.

“‘무상급식’을 이야기한 당연한 일이 당연하지 않았던 시절에 그나마 학생들을 위해 뭔가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하는 유 선생님. 창원지방법원(2심)에 계류돼있는 재판 역시 곧 무죄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학생들도 ‘무상급식’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학생들은 ‘왜 우리가 무상으로 밥을 먹지?’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우리 학생들도 ‘교육은 누구나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무상급식이 중단되면서 ‘왜 급식비를 내야 하지?’라고 물어봐요.”

질문하는 제자들에게 유 선생님은 이렇게 설명한다. “너희들이 밥을 공짜로 먹고 있는 건 아니야. 경제활동을 하는 부모님과 선생님, 가족들이 세금을 내면 그것이 ‘복지’로 만들어지는 것이란다.”

▲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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