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노동자 총파업대회… 태화강 둔치서 1만여 명 집회

▲ 20일 오후 울산노동자 총파업 대회가 태화강 둔치에서 열렸다.(왼쪽) 다른 사진은 87년 노동자대투쟁(오른쪽 위)과 96년 노동법 개악 저지투쟁(오른쪽 아래) 당시 태화강 둔치의 집회 모습이다. 

“삼삼하다.”

20일 오후 20년 만에 태화강 둔치에서 다시 만난 현대자동차 노동자들과 현대중공업 노동자들. 이들은 스스로의 재회를 이렇게 표현했다. 기억 속에 묻었던 그 때가 떠오른 것이다.

“공동파업 96년 ‘노개투’ 때도 있었지. 그런데 그때는 파업의 연속이었고 지금은 새로 시작하는 파업인데 이만큼 동력이 실린다는 것은 친재벌, 기업을 선호하는 정부에 대한 반감이 세다. 그라고 구조조정 이런 문제는 우리한테 다 와 닿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 조합원들이 바로 반응하는 거지.” 집회에 참석한 현대중공업 노조원인 황모(60)씨는 감회가 새로운 게 역력해 보였다.

“감개무량하다. 20년만이다. 모처럼 하니까 가슴이 뿌듯하고 노동자로서 자랑스럽다. 96년 때도 있었고 87년 때도 있었다. 87년 때도 조직력이 강하고 잘 됐는데 오늘 보니 흐뭇하다. 늙은 노동자로서 가슴이 찡하다.” 현대자동차 노조원 서모(60)씨 역시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96년 12월 노동법 개악안이 날치기 통과되자 태화강 둔치를 가득 메웠던 바로 그날처럼 울산노동자들은 다시 어깨를 걸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동지여러분 오랜만입니다.” 박유기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이 단상에 올랐다. “현대차지부는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세요. 그리고 감사의 인사를 전합시다. 지난 10년간 울산의 모든 투쟁을 외롭게 책임졌던, 플랜트건설 동지들에게.”

▲ 박유기 현대자동차지부장(맨 왼쪽)과 백형록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그 다음)이 나란히 울산총파업대회에 함께 하고 있다.

“백형록. 백형록. 백형록…” 얼마만일까. 태화강 둔치 집회 연단에 오르는 노조위원장을 향해 연호를 외치는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모습. 백형록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은 마이크를 잡은 채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한상균 위원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박근혜 3년은 노동자의 기본권을 30년 전으로 후퇴시켰다. 지금 우리에게 87년은 계승해야할 정신이 아니라 투쟁해야할 현실이다. 현중노조는 박근혜 정권과의 맞장 투쟁, 끝장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 두 번 다시 잡은 손, 놓지 않겠다.”

이어 이종화 플랜트건설노조 위원장이다. “반갑다는 인사가 맞을지 모르겠다. 우리는 외롭게 싸웠다. 이제야 만났다. 현자노조와 현중노조를.” 이 위원장의 말투는 투박했지만 진솔한 얘기는 태화강 둔치에서 깊게 메아리쳤다. “총파업해서 이길 자신 있나? 잘 안 된다. 진짜 이기려면 한 날 한 시에 모두 멈춰야 한다. 그게 진짜 총파업이다.”

▲ 김종훈 의원(울산 동구)과 윤종오 의원(울산 북구)이 울산 총파업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30년 전 공장의 담을 넘어 이 길을 달려 왔습니다. 오늘 그 길을 자식뻘 되는 사람들과 손을 잡고 함께 왔습니다.” 김종훈 의원(울산 동구)은 시린 얘기를 꺼냈다. “우리 남편 잘리지 않게, 우리 아들 일 좀 하게 해주세요…. 목숨 걸고 만들어낸 1등 조선소가, 1등 자동차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합니까? 일을 달라고 매달려야 하는 이세상은 절대 정상이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모였습니다. 이렇게 모이면 승리할 수 있습니다. 승리하는 이 길에 언제나 함께 하겠습니다.”

“동지들이 달아준 배지를 달고 지난 두 달 동지들을 만나러 방방곡곡을 다녔습니다. 내일 ‘쉬운해고 금지법’을 동지들의 힘으로 발의하게 됩니다. 20년 전 노동법 개악을 막기 위해 바로 이 자리에서 투쟁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는 대량해고를 막자고 이 자리에 다시 섰습니다.” 20년 전 현대차 노조원으로 둔치에 섰던 윤종오 의원(울산 북구). 그는 오늘 울산 노동자들이 국회에 파견한 대변자로서 두 달 동안의 활동 내용을 보고했다.

박근혜 정권을 물리치려면 더 많은 노동자들이 투쟁 대열에 함께해야 한다. 87년처럼. 울산이 다시 한 번 노동자 대투쟁의 봉화를 지펴 올릴 수 있을까? “취임할 때 단사를 뛰어 넘는 투쟁을 만들자고 했다. 오늘 실현되었다. 이 기운을 잘 모아 9월 총파업, 11월 민중총궐기로 모아가자. 그래서 기필코 정권을 바꾸자.” 권오길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은 정권을 바꾸기 위한 투쟁을 호소했다. 이어 “울산에는 87년 노동자 대투쟁을 이끈 선배님들이 계신다. 96년 노개투를 승리한 경험이 있다. 그리고 올해 두 명의 국회의원을 당선 시키면서 가능성을 보았다”며 자신감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집회를 마치자 행진이 시작됐다. 방송 차량에 설치된 확성기에서 노동가요 ‘또 다시 앞으로’가 울려 퍼졌다. 날씨만큼이나 뜨거운 투쟁 열기는 거리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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