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30주년 교사대회… 5천여 참가자 “법외노조 취소·해고자 원직복직” 한목소리

▲ 사진 : 선현희 기자

1989년 창립해 올해 서른 돌을 맞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교조는 창립기념일인 5월28일을 전후해 전국교사대회(교사대회)를 열어왔다. 25일, 올해 서른 돌을 기념해 열린 교사대회는 전교조가 걸어온 지난 30년의 활동을 격려하는 자리이면서, 결의의 장이기도 하다.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의 대회사엔 서른살 전교조의 성과와 앞으로의 결심이 모두 녹아있었다.

▲ 대회사 하는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

“지난 30년, 우리가 꾸었던 꿈은 대한민국 교육의 역사와 현실이 되었습니다.”

30년간 학교를 변화시키고, 교육을 변화시켜 온 전교조의 성과를 하나의 팻말에 담는 건 불가능할 정도다. 그래서 전교조는 30개의 만장에 전교조의 역사를 정리했다.

‘일제고사 폐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폐지’, ‘친환경 무상급식 무상교육 실현’, ‘학생인권조례 제정’, ‘사학민주화와 부패사학 척결’ 등 교육정책 개선부터, ‘0교시 야간자율학습 폐지’ ‘혁신학교 도입과 수업혁신’, ‘내부형 교장공모제 도입’ 등 교육정상화에 앞장섰고,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 ‘교권보호와 교원들의 노동조건 개선’까지….

교육정책이 변하고 교육의 역사가 바뀌는 시기시기마다 전교조의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은 한국 사회에서도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이날 대회에서도 ‘참교육’ 실현을 위해 30년을 애써온 전교조를 많은 사람들이 격려했다. 교수노조, 학교비정규직노조, 기간제교사노조 등 교육현장에서 일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비롯해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등 학부모 단체, 그리고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최교진 세종시 교육감 등이 자리를 채웠다.

이들을 대표해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교사도 노동자다’라고 외치며 굴종과 경쟁교육을 거부하고, 교단을 떠나는 일이 있더라도 자랑스러운 선생님이 되기 위해 전교조를 결성하고 어떤 탄압에도 굴함없이 싸워오느라 고생 많았다”고 격려하며 “법외노조 굴레를 벗고 대한민국의 교육을 책임지는 당당한 주체로 새로운 30년의 역사를 만들어가자”고 인사했다.

배우 문소리, 가수 안치환, 윤도현, 박원순 서울시장 등은 영상으로 전교조의 30년을 축하했다.
“아이들과 선생님이 행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교조 덕분입니다. 하루빨리 법외노조 철회 쟁취합시다. 전교조가 교육의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주세요.”

그러나 이들이 칭찬하고 격려하는 전교조는 아직도 ‘법외노조’다.

“결성 30년을 맞는 오늘 전국교사대회는 여전히 법외노조의 대회로 치러지고 있습니다.”

전교조는 교사대회가 열리는 이날까지 ‘법외노조 직권 취소’에 대한 청와대의 답변을 요구했다. 그러나 답은 없었다.

권정오 위원장은 청와대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을 때 우리는 박근혜 정권의 대표적인 적폐인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가 우선 해결될거라 기대했다.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는 법률이나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와 상식을 회복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ILO핵심협약 비준 동의안 제출이 노동존중의 국정과제를 실현할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법외노조 직권 취소조치를 단행해야 한다.”

“청와대가 결단하라.” 교사대회에 참가한 선생님들은 권 위원장의 말대로 “이것이 상식”이라고 했다.

“우린 학교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결자해지’를 가르친다. 팩스 한 장으로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든 것은 행정부다. 결자해지 해야 할 곳, 법외노조를 취소해야 할 곳은 바로 청와대다.”

정의와 상식을 만들겠다는 전교조의 결심은 단호했다.
“전교조는 다음주 부터 전국 1만 분회 비상총회를 개최해 문재인 정부에 즉각적인 법외노조 직권 취소를 촉구할 것이다. 다음달 12일엔 직권 취소를 거부하는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전국 교사대회를 개최할 것이다.”

“아이들의 웃음과 눈빛을 지켜 가기 위한 투쟁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임을 약속합니다.”

30년 전 노조를 창립하며 1527명의 교사가 해직됐고, 아직도 박근혜정부의 팩스 한장에 의해 법외노조에 있는 전교조다. 그러나 전교조가 두려운 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권력의 협박과 탄압이 아니라 우리를 따르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과 초롱초롱한 눈빛이다.”

서른살 전교조는 아이들을 위해 “새로운 교육의 과제를 제시해야 할 전교조의 임무를 잊지않겠다”고 다짐했다.

30년이라는 한 세대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30년을 걸어가겠다는 전교조의 의지는 ‘숨’ ‘쉼’ ‘삶’이라는 세 단어로 압축돼 있다. ‘숨을 쉬는 학교’, ‘쉼이 있는 배움’ ‘삶을 위한 교육’을 만들겠다는 결심이다.

교사대회 결의문에 그 의미가 담겨져 있다.

“우리는 몰아치는 경쟁 체제에 틈을 내고 자유와 민주의 ‘숨’을 불어넣을 것이다. 자유가 숨 쉬며 모두가 평등한 건강을 누리는 ‘숨’을 쉬는 학교를 만들 것이다.”

“경쟁교육을 혁파하고 교사, 학생, 학부모가 ‘쉼’을 보장받는 교육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가르침과 배움이 삶의 이정표와 일치되는 ‘삶’을 위한 교육을 실현할 것이다.”

전교조는 ‘삶을 위한 교육’의 내용을 구체화해 올 하반기 17개 시·도를 순회하며 토론회를 벌일 예정이다.

대회를 마친 5000여 명의 참가자들은 전교조 30년의 역사가 담긴 30개의 만장과 ‘법외노조 취소’ ‘해직교사 원직복직’ 등의 요구가 담긴 팻말을 들고 광화문을 지나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