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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이후 조미관계, 주류언론이 말하지 않는 것이정훈의 반도평론(5)
  • 이정훈 4.27시대연구원 부원장
  • 승인 2019.05.22 19:50
  • 댓글 2

4.27시대연구원은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기자협회, 그리고 한국PD연합회가 지난 1995년 8.15광복절 50주년을 기념해 제정하고 2017년 한 차례 개정한 '평화통일과 남북 화해협력을 위한 보도제작 준칙'에 따라 북한을 ‘조선(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북’으로 표기하고 있음을 알립니다.

▲ 한반도는 열강의 각축장인가 전략적 요충지인가[사진 : 인터넷 갈무리]

1. 하노이 이후 조미관계

베트남 하노이 2차 조미정상회담 합의 무산 이후 조미관계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각기 새로운 재대결의 길을 예비하고 있는 것인가? 가느다란 협상의 좁은 길은 아직 살아있는 것인가? 세기의 싱가포르 조미선언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협상원칙을 먼저 어긴 쪽은 누구였으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저의는? 북이 이런 협상의 난관과 파탄 가능성을 예상하며 준비한 ‘새로운 길’은 지난 시기 대결과 어떻게 다르며 어떤 양상일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4.12 시정연설’ 이후 북의 갈 길과 의도는 분명해졌다. 반면 미국의 입장은 아직도 하나가 아니며 앞길이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미국은 과거 논리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으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군색한 처지에 몰려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러나 조미관계에 대한 미국의 이중적이고 불투명한 태도는 더이상 ‘표리부동한 외교적 언사’로 감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연말까지 갈 것도 없이 올 여름이 가기 전에 트럼프 정부의 정치력과 의도는 드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 ‘관계전환’ 협상과 ‘체제전복’ 협상

2017년 11월 조선의 핵무력 완성이 없었다면 2018년 조미정상회담은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다. 군사학에서 일컫는 ‘핵시험 성공’과 북이 말하는 ‘국가 핵무력 완성’은 뜻하는 바가 하늘과 땅 차이다. 핵무력 완성이란 소형, 경량, 정밀화한 다종의 지상, 수중, 공중, 우주용 핵무기와 대륙간장거리운반수단을 다량 실전 배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비아는 핵개발 초기단계 국가였고 북은 핵무력 완성 국가이다.
미국이 기피하던 조미간 양자 직접 협상이 개시된 것은 끝나지 않은 조미전쟁의 질적 변화 때문이다. 한국전쟁의 성격이 한반도 지역전쟁에서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태평양 열핵 세계 대전으로 발전한 게 협상 시작의 직접적 계기이다. 미국이 주장하는 일방적 비핵화(CVID)는 리비아 방식으로 북의 핵무장 해제를 의미하는데, 이는 복잡한 문제가 아니라 상식적으로 전혀 가능치 않은 문제이다. 한반도 핵문제, 비핵화는 북과 한반도의 안전보장 문제, 완전한 평화 실현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대한반도 군사력, 동북아 핵무력과 주한미군 주둔정책의 변경 없이 북의 핵무력만 일방적으로 제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미국이 이런 상식과 대전제를 무시하고 조미협상에 임할 수는 없다. 미국이 이런 주장을 사전 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계속했다면 조미정상회담은 열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미국은 조선의 협상전략을 정확히 알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다시 협상원칙을 어기는 미국의 저의는 무엇일까? 요약하면 세 가지 가능성이다.

1) 적대전략의 일환인 협상전술
미국이 성공했던 리비아 모델처럼 협상을 통해 경제보상과 안전보장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어 상대를 무장해제하고, 상대 정부와 민중을 정치심리적으로 교란하는 것이다. 여기서 제재해제는 미국의 강력한 협상 지렛대이자 무기가 된다. 상대국은 제재해제를 기대하며 끌려가는 순간 모든 것을 잃는다. 이것이 경제부흥 환상 유포와 무장해제를 통한 체제전복 협상전술이다. 미국은 북에 대해 ‘대등(對等) 협상판’을 깔고 의도적으로 리비아 모델부터 먼저 시험했다.

2) 시간지연 관여전술
미국의 안보 위기와 관련된 ‘급한 불’을 먼저 끄고, 미국이 주도권을 잡아 천천히 자기 속도로 대북협상을 끌어가는 것이다. 일명 시간지연 관여정책(engagement policy)이다. 지난 미국의 정책인 ‘기다리는 전략’과 차이는 ‘협상을 진행하며’ 동시에 적대전략도 유지하는 것이다. 위기국면을 ‘협상과 외교’로 관리하며 대치국면을 미국 주도로 질질 끄는 것이다. “서두르지 않겠다”는 말은 이런 의중의 표현이다.

3) 결정의 지연전술
대북 협상전술보다 미국의 대내 협상환경의 정리가 더 중요한 문제로 나선 경우다. 트럼프 정부가 새로운 대등 협상전략으로 조미관계를 대전환할 의향은 있으나 최종 결단은 일단 미루고, 할 수 있는 적대적 협상전술을 다 시도해 본 다음 그마저 실패하면 마지막으로 대등협상에 다시 임하는 것이다. 만약 이런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면 조미협상은 아예 시작조차 안됐을 것이다. 이 경우 미국 내부의 대북정책 전환 반대기류를 정리할 능력과 정치적 대결단이 요구된다.

3. 워싱턴의 ‘적대적 협상전술’ 파탄과 평양의 중심이동

하노이 2차 조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지키로 한 합의를 깨고 ‘동맹19-1’이란 이름으로 연합훈련을 재개한 것, 대북제재 해제문제를 외면하고 일방적 비핵화를 내세운 것, 남북관계 진전에 한미워킹그룹으로 개입해 미국의 대북 협상전술에 종속시킨 것 등은 모두 미국의 ‘적대적 협상전술’ 시도이다. 트럼프는 북이 협상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말하고 있지만, 북 역시 미국이 ‘진정한 협상’의 길에 들어설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북은 아직 조미협상의 길을 최종적으로 닫지는 않았으나, 김정은 위원장의 4.12시정연설 이후 전격적으로 다른 방향과 수순으로 무게중심을 이동 중이다.

4.12시정연설 중 대미관계 부분의 핵심요지는, 미국이 리비아식 적대적 협상전술을 계속 고집한다면 북도 지금까지 진행한 대미 협상전술에 대한 기대를 접겠다는 것이다. 즉 대미관계 개선, 제재해제와 관계없이 다른 방식으로 사회주의 자립적 민족경제 부흥노선을 성취하겠다는 뜻이다. 미국이 협상에 어떻게 대하든 북이 갈 길은 이미 정해져있다는 입장인데, 이는 오만하게 협상에 임하던 미국으로서는 매우 당혹스런 선언이다. 시간표를 던지는 건 항상 대국인 미국이었는데 북에게는 거꾸로 미국이 시간표를 받는 처지가 되었다. 북이 제시한 시간표는 앞으로 7개월 남았다.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고 협상의 주도권도 미국이 놓친 양상이다.

미국이 핵위협을 가하는 조건에서 북이 핵무력을 포기할 가능성은 전무하며, 이는 결국 북을 NPT 밖의 또 하나의 핵보유국으로 떠미는 게 된다. 중국과 러시아도 과거 미국의 논리로 미국 입장에서 북을 포위할 근거가 사라졌다. 만약 한미연합군사훈련이 본격 재개된다면 북미간 태평양 핵전쟁 위기와 미국의 일상적인 안보위기가 본격화될 게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북은 이달 들어 두 차례 언론에서 ‘북한판 이스칸데르’라고 부르는 전술유도무기 훈련을 진행하였다. 조선이 2018년 4월 3차 전원회의 결정 이후 핵무력-경제건설 병진노선에서 ‘경제건설 총력집중노선’으로 전환했지만, 그렇다고 대미협상에 환상을 가진 것도 아니며 국방력 강화 방침을 약화한 것도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4. 전술유도무기의 함의와 국방부의 가짜뉴스

언론에서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부르는 전술유도무기 훈련의 함의는 북이 한반도 지역전쟁의 억제능력을 완성했음을 공표한 것이다. 지난 2017년 국가핵무력 완성이라는 전략핵무기를 완성한 데에 이어 이번엔 한반도 지역전쟁을 억제할 전술핵무기 능력을 실증한 셈이다. 여기서 북이 ‘훈련’이라 표현한 건 이 무기가 현재 시험단계에 있는 게 아니라 이미 실전 배치된 무기란 뜻이다.

무기전문가들이 러시아 이스칸데르와 유사하다며 분석한 이 무기의 성능을 요약하면 이렇다.
1) 고체연료 유도무기이다. 순항미사일 유도기능과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의 장점(속도)을 함께 보유한 신형 스텔스 전술미사일이다.
2) 사거리 500km 범위에 비행고도는 40~60km로 궤도 높낮이 조절과 불규칙 비행이 가능한 초정밀 유도무기이다.
3)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전술핵무기이다. 특히 전자기파 핵탄(EMP탄) 탑재가 가능하다.

이로 인한 군사적 파장은 다음과 같다.
가)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MD)로는 방어가 불가능하다. 패트리어트(PAC-2, PAC-3) 미사일과 사드로는 요격이 불가능하다. 국방부가 도입하려는 신형 패트리어트(PAC-3 MSE)의 요격 범위에 들지만 이렇게 불규칙 고속비행하는 미사일은 거의 요격하지 못한다. 더욱이 이 무기가 다량의 300mm 방사포와 함께 발사된다면 요격미사일이 이를 분리 식별하는 건 불가능하다. 따라서 한반도 전역이 방어불가능 상태임이 증명된 셈이다.
나) 현재 패트리어트(PAC-3 MSE)를 운영하고 있는 평택 주한미군기지도 무방비 상태로 된다.
다) 유사시 미 항공모함의 동해 근접은 물론, 대형함선과 전략물자의 항구 근접도 어려워진다.
이 무기에 대해 ‘한반도 지역전쟁 억제력 완성’이라 표현하는 건 당분간 이 첨단 전술유도무기를 막을 방도가 남쪽은 물론 미국에도 없기 때문이다. 국방부의 다급한 해명과는 다르게 현재 이 무기를 막을 미사일방어망은 없다. 이는 한미가 지역군사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차원을 넘어 당분간 (공격전은 제외하고) 대북 방어전략을 수립하는 게 불가능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북의 신형 전술유도무기 성능과 현재 국방부 무기체계를 아는 군사전문가라면 누구라도 위기의식을 가질 만하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미국산 신형 패트리어트미사일을 구입하면 전부 방어가 가능하다는 가짜뉴스로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5. 북의 ‘전략적 요충지론’과 전략국가 외교노선

최근 북의 정치·외교 정책의 배경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정식화한 '전략적 요충지론'이 있다. 로동신문에는 “김정은 시대의 조선은 열강의 각축장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정학적 숙명론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논평이 자주 등장한다. 이는 한반도 주변대국들의 이해관계가 동북아시아의 한복판인 한반도에서 교차점을 이루고 있음을 인정하면서, 북이 힘이 약할 때는 열강의 각축장 신세를 면할 수 없지만 북이 힘을 가질 때는 거꾸로 지정학적 숙명론에서 벗어나 ‘전략적 요충지’로서 주변대국들을 다스리는 유리한 위상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이에 따르면, 미국은 대북 고립포위전략으로 세계의 모든 나라와 북의 대결구도를 만들려고 하지만, 북이 강병부국을 실현하면 할수록 중국과 러시아는 내리막을 걷는 미국 편이 아니라 첨예해지는 조미 핵대결구도에 편승해 대미전략과 대조선 관계를 변화시키며 제 나라의 이익을 추구할 것이라고 한다. 실제 북이 2017년 핵무력을 완성하자 대미관계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대조선관계도 질적으로 급변하고 있다. 2018년 조중관계의 급진전 역시 북미대결의 승자가 사실상 북이란 사실을 인정한 게 근본배경이다. 중국에게 명분과 길을 터준 것은 조선의 ‘비핵화 전략’이었다. 이로 인해 조·중·러 연합의 속도도 빨라졌다.
일부 진보진영조차 조미관계 문제가 미국의 대중 포위전략의 일부이고 북 문제는 여기 끼어있다고 하면서 이것을 한반도의 숙명이라 보는데, 현실은 조미대결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가 점차 자신의 입장과 태도를 변화시키고 있음이다. 전략적 요충지론에 근거한 북의 새로운 전략국가 외교노선이 실효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6. 문재인 정부의 ‘봉창 두드리기’ 인도주의 식량지원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조미정상회담으로 새로운 4.27시대는 열렸으나 전진도상의 난관도 한둘이 아니다. 난관 조성의 중심은 역시 미국이다.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대미 종속성과 무기력도 반복되고 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의지부족이 대표적이다. 더불어 문재인 정부가 판문점선언을 먼저 깨며 북을 심각하게 자극한 것은 주로 군사분야 합의 무시이다.
미국의 스텔스전투기 F-35A 60대, 고고도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와 첨단지상감시정찰기 ‘조인트 스타즈’ 구입 시도 등 전략자산 무기 도입과 한미군사훈련 재개에 대해 북은 4.27선언 합의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선언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군사분야 합의이행에 의한 평화 보장과 평화를 위한 군축이다. 평화 없이 통일이 없고, 평화 없이 번영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북의 전술유도무기 훈련은 한미 당국의 합의 무시 움직임에 북이 더 이상 참지 않고 맞대응할 것임을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의 식량지원에 북이 별 반응이 없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전략자산 무기 도입과 한미군사훈련 중지,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문제는 손도 못 대면서, 심각하게 돌아가는 조미협상 흐름과 동북아 정세에 어울리지 않게 인도적 식량지원 문제를 불쑥 제기하고 미국은 이를 승인한다고 맞장구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북에 식량 부족분(95%이상 자급자족)이 있긴 하지만 과거와 같은 식량사태는 없으며 다른 영양섭취 방식으로 보충이 가능하다. 지금 그것이 급박한 문제가 아니다.

트럼프 정부가 다시 과거의 조미관계로 돌아가는 결정을 내리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미관계가 다시 대립하며 악화돼도 중·러는 이전처럼 미국 편을 들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 경우 조선은 자강력과 중러관계를 전진시키며 자체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축적 재원과 힘으로 경제부국을 실현하려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런 동북아 정세 추이를 모르쇠한 채 남북공조를 외면하고 한미동맹을 금과옥조로 여긴다면 4.27시대는 정체될 것이며 남북관계와 문재인 정부의 미래 역시 위태로울 수 있다.
또한 한국은 동북아에서 중국, 러시아와의 정치경제적 협력 기회와 발전 가능성을 놓치게 될 것이다. 동북아 정세를 미국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시대가 저물면서 지역 정세가 역동적으로 전변하는데 문재인 정부의 외교는 기껏해야 ‘중재자’, 솔직히는 미국의 하위동맹 메신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고립된 섬을 자처하고 있다. 민족적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자주외교가 절실한 시점이다. “어떤 동맹도 민족보다 나을 수는 없다”는 역사적 교훈은 그냥 생긴 말이 아닐 것이다. 과연 무엇을 위한 한미동맹인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정훈 4.27시대연구원 부원장  webmaster@minplu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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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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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종원 2019-06-12 00:19:27

    세계시장을 북측도 버리지 않으려는 노력을 한다고 봅니다!
    복합경제로 남북이 공히 가려는 노력의 과정을 참작하시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북미관계는 정리정돈관계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류의 자주화 관점을 고려하여~^!^~!!   삭제

    • 황진우 2019-05-22 23:02:48

      침략 식민을 동맹이라 일컫는 미친시대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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