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5.18과 미국 (1) 하나회

5.18광주항쟁 39주기를 맞아 미국에 학살 책임을 묻는 2단계 진상규명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이에 기획연재 ‘5.18과 미국’을 통해 ‘광주의 진실’에 한발 다가서고자 한다. [편집자]

[기획연재] 5.18과 미국
(1) 전두환 하나회의 배후는 누구인가
(2) 5.18 발포 명령, 누가 내렸는지 모른단 말인가
(3) 미국이 5.18광주에 개입한 까닭

[사진 : MBC 영상 갈무리]

신군부(新軍部)라 불린 ‘하나회’는 전두환이 주도하고 박정희가 기른 군 사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하나회는 전쟁 중이던 1951년, 육군사관학교 영남 출신인 전두환, 노태우, 최성택, 박병하, 김복동이 5성회를 조직하면서 시작 된다. 61년 정호용, 권익현 등이 합류 7성회로 됐다가 1963년 하나회로 재편했다.

하나회 회원은 육군사관학교 기수별로 주로 경상도 출신으로 10명 이내로 모집했으며, “형님”이라는 암호명으로 하나회 멤버임을 과시했다.

5성회 시절 전두환 주도로 육군사관학도들은 5·16 군사정변 지지 시위를 벌였고, 이를 계기로 전두환은 박정희의 눈에 들어 정권의 비호아래 하나회를 강력한 군 사조직으로 키울 수 있었다. 또한 전두환과 하나회는 베트남전쟁 파병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 대부분 군 요직을 독차지 한다.

1979년 박정희가 피격되자 권력공백기를 이용 군내 각 요직에 배치된 하나회 회원들이 보안사령관이었던 전두환의 뜻에 따라 12·12 군사 반란을 주도했다.

1980년 5월 17일 하나회(신군부)는 ‘비상계엄 확대 조치’로 정권을 장악한 5.17 쿠데타를 일으키는 한편 이에 항거하는 광주시민에게 특전사 20사단을 투입 2천8백여명을 무참하게 학살했다.

▲ 5.18광주학살 직전 중앙정보부장서리를 겸임한 전두환 중장이 정보부장실에서 존 위컴 주한미군사령관을 비공개 접견하고 있다. [출처 양지일지]

이렇게만 보면 전두환이 하나회를 만들어 정권을 찬탈한 것으로만 보인다. 하지만 당시 미군이 전시작전통제권뿐만 아니라 군작전지휘권을 통째로 가지고있었다는 점에서 전두환 신군부의 모든 움직임이 미국의 지시와 승인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짐작된다.

우선 5성회와 7성회를 결성한 육사 11기생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육군사관학교가 4년제 정규교육과정으로 재편된 첫 신입생인 11기는 전쟁 중인 1951년에 입학했다.

육군사관학교가 미군정 기간인 1946년 조선국방경비사관학교로 시작했으며, 군지휘권이 미군에게 넘어간 전쟁시기 정규과정이 됐다는 점은 미군이 한국군 장교, 특히 육사 11기생들에 대한 장악력이 얼마나 높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당시 육사 출신 장교들은 미국 네바다주 군사훈련소에서 6개월에서 1년간 특별 군사훈련을 받고 미국식 군사지휘체계에 길들었다는 사실은 이제 비밀이 아니다.

특히 하나회가 미국의 요청으로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후 대부분 군 요직을 독차지 한데는 인사권을 가진 주한미군사령관의 제가에 따른 것이다.

미군이 하나회의 배후라는 사실은 12.12군사반란 과정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지금은 공개된 12.12에 관한 미국 기밀해제문서에는 “(전두환 하나회가 정승화 계엄사령관을 체포하는 하극상을 일으킨) 그 시각 글라이스틴 주한미대사, 워컴 주한미군사령관은 노재현 국방부장관과 김종환 합참의장과 함께 용산의 유엔군사령부 벙크에서 새벽까지 군지휘관들에게 지시를 내렸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는 미군이 임명한 한국군 최고 책임자 정승화 계엄사령관을 일개 소장인 전두환이 체포하는 것을 주한미군사령관이 진압하지 않고 내버려 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때문에 전두환의 12.12쿠데타는 미국의 승인 또는 지시로 전개됐다고 보는 것이다.

전두환이 체육관 선거를 통해 대통령으로 선출되던 날, 위컴 주한미군사령관이 AP통신과의 회견에서 남긴 말은 전두환과 하나회, 그리고 미국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 짐작하게 한다.

“박정희 피살 이후 가장 성공적인 미국의 한국 정책 가운데 하나는 전두환 정권의 수립이다. 우리의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았고 그 보람도 크다” 존 A. 위컴 전 주한미군사령관 198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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