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미 저, 2019, 도서출판 말

2018년 한 해 동안 한국인들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유엔의 군사적, 경제적 제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너지지 않는 조그마한 국가의 지도자를 방송을 통해 경험했다. 한국인들이 ‘북한’으로 부르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무위원장 김정은과 정부 관계자들이다.
트럼프와 문재인 그리고 국내외 방송에서도 표현하듯이 김정은과 북한의 정부 관계자들은 지구촌 어느 국가의 지도부 못지않게 자신감과 겸손함, 그리고 자긍심과 외교력을 보여주었다.

2018년 초부터 지금까지 남북정상회담이 세 차례 진행되고 북미 정상회담이 두 차례 진행되었지만, 여전히 한반도를 둘러싼 구조적인 문제는 해소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조선) 지도자들의 등장은 지난 70년간 ‘은둔의 땅’으로 불리며 감추어졌던 북한(조선)의 실체 중 일부를 드러낸 셈이다. 또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지난 70년 동안 이어져 왔던 한반도를 둘러싼 각종 전쟁연습과 서로에 대한 공격적 언사 그리고 극한의 갈등을 일정 부분 완화했다.

그렇지만 한국인들이 접하게 되는 북한(조선)의 모습은 정상회담을 전후로 한국의 방송언론에서 스치듯이 보여주는 것이 전부다. 한국인들이 국내에서 북한의 모습과 인민들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북한(조선) 인민들이나 기업, 기관과 자유롭게 만날 수 없으며, 북한(조선)의 공영방송이나 신문, 인터넷을 접할 수도 없다. ‘북한 = 주적’으로 규정해놓고 한국인들의 북한(조선) 접근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각종 법과 제도, 규제 때문이다. 국가보안법과 남북교류협력법이 대표적인 규제 법규다. 그래서 한국인들에게는 북한(조선)에 대한 선입견이 가득하다.
한국에서는 북한(조선)을 ‘존재하는 그대로’ 이야기하거나 북한(조선)의 장점을 말하는 것조차 위험하다. 오로지 북한(조선)을 ‘악마화’ 하거나 ‘폄하’하는 주장만 가능할 뿐이다. 이 책의 저자인 재미동포 신은미가 국내에서 2014년 북콘서트를 진행하다가 수구보수적인 시민에게 ‘황산 테러’를 당한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신은미 씨는 남북간 화해와 평화, 통일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국인들이 북한(조선)에 대해 있는 그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북녘의 동포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음악을 들으며, 무슨 영화를 보며 무슨 음식을 먹고, 무슨 옷을 입고, 무슨 일을 하고 아이들은 어떤 모습이며, 등등, 그리고 북한에 대해 있는 그대로 알고 있다고 해도 우리와는 많이 다른 북녘의 모습을 틀린 것이 아닌, 다름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그들을 문화적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만일 우리의 잣대로 북한을 바라보고 판단한다면 남과 북은 영원히 화합할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는 북녘의 동포가 남한을 바라보는 자세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리틀엔젤스 활동을 했던 저자 신은미는 1986년 미국의 대학교에서 성악 교수로 지내다가 세계 여행을 좋아하는 남편을 따라 우연히 2011년 북한(조선)을 처음 여행했다. 북한(조선) 여행은 신은미에게 조국의 ‘분단’과 민족의 ‘분열’이라는 현실을 깨닫게 해주었고, 이를 계기로 신은미는 자신의 삶에서 한반도의 통일과 한민족의 동일성 회복을 가장 중요한 화두이자 소망으로 삼기 시작했다. 

“북한을 아무리 자주 다녀도 갈 적마다 감동해서, 슬퍼서, 분단된 조국이 너무 억울해서 눈물이 난다”

당시 북한(조선) 여행 경험을 기록하여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를 연재했다. 2014년 ‘황산 테러’는 당시 자신의 책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에 대한 북콘서트를 전국으로 진행하다가 발생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북한의 대동강 맥주가 맛있다. 북한의 강물을 깨끗하다”라고 말했다고 신은미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했고 검찰은 강제출국조치를 내렸으며, 5년 동안 대한민국 입국이 금지했다. 박근혜 정권 당시 발생한 일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행정이 아닐 수 없다.

평범한 ‘재미동포 아줌마’였던 신은미는 조국으로부터 엄청난 충격과 공격을 받았음에도 굴하지 않았다. 충격과 심리적 상처에서 회복한 신은미는 2015년 또다시 북한(조선) 여행길에 오른다.
이 책 <우리가 아는 북한은 없다>는 2011년부터 7년간 아홉 차례에 걸쳐 북한(조선)의 전역을 방방곡곡 여행한 신은미 2015년 6월 일곱 번째부터 2017년 5월 아홉 번째까지의 방문기다. 책은 얼핏 두꺼워 보이지만 5백여 장의 사진과 함께 실려있고 북한(조선)의 관광지와 식당 그리고 인민들의 다양한 삶이 담겨있어 쉽게 읽을 수 있다. 한국인들의 눈과 귀가 언론에 가려져 있던 지난 몇십 년 동안 북한(조선)은 엄청나게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쉽게도 필자는 한 번도 북한(조선)을 방문한 적이 없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필자가 마치 북한(조선)을 다녀온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책 속에서 북한(조선) 인민들의 생각과 문화가 필자가 어려서부터 겪었던 생활상과 문화와 거의 흡사하다는 것을 자주 확인하곤 한다.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을 가다>를 처음 읽을 때처럼...

▲ 책 내용중 "조중친선다리에 서다"

1부는 2011년~2013년 사이의 여섯 차례 여행에서 저자가 직접 찍은 백여 장의 사진으로 구성된 화보다. 신은미 씨와 남편 정태일 씨가 백두산에서 판문점까지 북한(조선)의 방방곡곡을 다니며 찍었다. 화보에는 저자가 판문점 북측 정전협정 조인장과 평양 봉수교회에서 찬양하는 모습, 그리고 이율곡이 관직에서 물러나 후학을 양성했던 소현서원도 실려있다.

2부는 2015년 7차 여행기이다. 2015년 6월 일본에서 순회강연을 마친 신은미 부부는 곧바로 심양을 거쳐 북한(조선)으로 갔다. 그간 북한(조선) 여행 중 모녀 관계를 맺은 평양의 수양딸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2015년 평양에서 신은미 씨는 스마트폰을 개통하여 자신의 아이들과 SNS로 소통했다.(2014년에 이미 250만 명이 스마트폰 사용)
수양딸 김설경과 리설향은 그사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는데, 저자는 이들의 평양 아파트 살림집까지 방문을 했다. 살림집의 외형은 오래된 아파트였지만, 살립집 내부는 각 가정의 손길이 빼곡이 담긴 아담하고 편안한 모습을 보여준다. 손주 주의성, 최찬영에게 필요한 육아용품을 선물하고, 집 앞의 마트에서 식사거리를 장만해서 함께 회덮밥 같은 음식을 해 먹는 장면에선 분단을 뛰어넘은 혈육의 정을 느끼게 한다.

▲ 필자 뒤로 횃불행진을 관람하는 군인들 모습
▲ 열병식이 끝나고 관람객에게 손을 흔드는 김정일 위원장을 멀리서 찍었다.

3부는 2015년 10월의 8차 여행기인데, 한국 유일의 기자로 노동당 창건 70돐 행사를 직접 취재하고 촬영한 내용이 담겨있다. 당시 평양시내의 여명거리는 고층빌딩 공사가 한창이었다.
당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자격으로 취재했던 저자는 기자 완장을 차고 정식 취재한 남한 언론사 유일의 기자였다. 저자는 이때 주석단에 선 김정은 위원장 사진도 찍었는데, 망원렌즈를 챙기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그리고 군대의 행진과 미사일 부대의 행렬을 보면서 분단의 아픔과 전쟁의 공포를 느끼며 눈길을 돌리기도 했다.

4부는 2017년의 9차 여행기인데, 이때 방북한 주목적은 그 전해에 수해를 입은 두만강 유역의 동포들에게 쌀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이때 이미 한국의 첨단신도시와 비슷한 미래과학자거리도 완성되어 있었다.
2016년 큰물 피해를 입은 함경북도 동포에게 쌀을 전달하기 위해 저자는 급하게 ‘신은미 재단’을 설립하고 국내외에서 동시에 모금운동을 벌였는데 순식간에 4천만 원 정도의 성금이 모였다. 중국에서 58톤의 쌀을 구해 화물트럭에 싣고 조중친선다리(압록강철교)를 넘어 신의주로 간 저자는 이 쌀을 직접 해외동포위원회에 전달했다.

신은미씨 부부는 2017년 5월 24일 그해 겨울의 마식령 스키장과 김장을 기약하며 평양을 떠났다. 하지만 그들은 그해 겨울 마식령 스키장에서 스키를 탈 수 없었다. 
신은미씨 부부가 사비를 들여가며 한민족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남과 북이 사이에 가교역할을 하는 모습을 트럼프는 못마땅했을? 미 국무부는 2017년 9월 1일부터 미국 국적의 시민이 북한(조선)에 입국하는 것을 전면 금지했다.

재미교포 신분으로 아홉 차례를 방문하면서 “남이냐, 북이냐”가 아닌 한반도 전체를 조국으로 생각하는 신은미 씨는 한민족의 통일은 남북 정부간 합의(정치적 합의)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1972년부터 수차례 정부간 합의가 있어왔지만, 국제정세나 국내정세에 따라 휴지조각이 되어버리곤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평화통일에 대한 감동을 주고 희망을 품게하는 것은 백두산에서 “김정숙 여사와 리설주 여사가 팔짱을 끼고 다정히 걸어가는” 모습, 그리고 “김정숙 여사의 옷이 천지 물에 젖을까 싶어 이설주 여사가 김정숙 여사의 옷자락을 잡고있는 모습”처럼 직접 만나서 서로를 느끼고 교류하는 것이다.

특히, 신은미 씨는 경제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남과 북이 경제공동체를 완성해낼 때 통일도 함께 찾아올” 거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다방면에 걸친 민간교류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려면 “북한에 대한 허위 왜곡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알아야” 하며, “북녁동포를 문화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 이해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닌, 사랑을 품고 가슴으로 하는 이해입니다. 이것이 가능할 수 있는 이유는 남과 북의 동포는 오랜 역사와 문화를 통해 변하려야 변할 수 없는 민족적 정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통일은 가슴으로 하는 것이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그 가슴은 남과 북 그리고 해외동포 모든 이들의 가슴입니다. 남녘 동포, 북녘 동포의 고통이나 행복에 우리 모두 슬픔의 눈물을 함께 글썽이고 기쁨의 눈물을 함께 흘릴 때, 온 겨레가 원하는 통일은 우리 앞에 다가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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