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22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미국 대사관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미관계 현안에 대해 얘기하던 중 얼굴을 만지고 있다. [사진 : 뉴시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22일 2차 북미정상회담과 관련 놀라운 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나쁜 거래(bad deal)’와 ‘무거래 (no deal)’ 중 하나를 선택했어야 했으며 여기서 ‘무거래’라는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이 ‘나쁜 거래’를 하려고 하노이까지 날아갔다는 사실이다.

해리스 대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미국이 북한(조선)에 코가 꿰어 회담장에 어쩔 수 없이 끌려 나왔고, 안 하느니만 못한 합의문에 차마 도장을 찍을 수 없어 회담장을 도망쳐 나왔다는 뜻이 된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초안이 나왔으니 하노이로 갔을 터. 그런데 수차례 사전협의 끝에 작성된 공동합의문 초안이 미국에 완전히 불리한 내용(나쁜 거래)으로 채울 수밖에 없었단 말인가.

외교의 기본은 ‘힘의 논리’다. 힘이 없으면 억울해도 불평등한 조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고, 힘이 있으면 강도 같은 짓도 통용되는 것이 국제 외교의 현주소다.

북미정상회담 과정에서 미국이 불리한 합의문을 작성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것을 미국의 단순한 외교 실수로 보기에는 사안이 너무 중대하다.

미국은 지금까지 북한(조선)이 미국의 대북제재와 압박에 못 이겨 회담장에 끌려 나왔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북한(조선)은 자신들이 ‘핵무기를 탑재한 미사일이 미 본토까지 다다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자’ 미국이 회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분석해왔다.

해리스 대사의 이날 발언은 북한(조선)의 주장에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이 동방의 작은 나라에 질질 끌려 다니는 가련한 처지가 됐다는 사실을 해리스 대사가 직접 시인해 버렸으니, 이후 파장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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