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판문점선언 발표 1주년 기념 공동토론회(1)

4.27판문점선언 발표 1주년을 앞두고 지난 20일 일본 도쿄에서 해외동포들과 함께 하는 의미있는 토론회가 열렸다. 하노이 정상회담 불발이후 북미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남북선언 이행을 어떻게 전진시켜 나갈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이번 토론회는 해외측에선 6.15일본지역위원회·조선신보·민족시보·Web통일평론이, 남측에선 반전평화국민행동·한국진보연대·6.15남측위원회서울본부·4.27시대연구원·(사)통일의길, 그리고 민플러스가 공동주최했다.

지난해 8월 4.27판문점선언 발표 이후 처음으로 민플러스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사, 정책월간지 Web통일평론이 공동으로 주최한 “4.27판문점선언 시대의 의미와 우리의 역할” 토론회에 이어 두 번째 토론회다.

손형근 6.15일본지역위원회 의장을 비롯해 150여명의 재일동포들이 참가한 자리에서 토론자들은 ‘1) 민족자주와 대단결로 평화, 번영의 새 시대를 떠밀고 나갈 데에 대하여, 2) 온 겨레의 지향과 요구를 담은 평화적 통일방안을 마련할 데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해외측을 대표해 대회사에 나선 최석룡 6.15일본지역위 대표위원(Web통일평론 편집장)은 “지금까지 남측의 학자나 통일인사를 초청해 강연회나 토론회 등을 한 적은 있지만 남측과 재일 언론단체들이 공동주최한 토론회는 지난해 처음 있는 일이었고, 이는 4.27판문점선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번 공동토론회는 보다 많은 언론, 통일운동 단체가 공동주최자가 돼 실행위원회를 구성해 만들어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판문점선언 제1항에서 ‘우리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을 확인하였으며, 이미 발표된 남북선언과 모든 합의들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남북관계개선과 발전의 전환적 국면을 이어나가기로 하였다고 명기돼 있다”면서 “오늘 토론회는 격동하는 정세 속에서 다시한번 4.27선언의 기본정신을 확인하고 남북선언 이행을 어떻게 전진시켜 나갈 것인가를 함께 결심하고 행동을 다짐하는 좋은 계기가 될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 해외측을 대표해 대회사 하는 최석룡 6.15일본지역위 대표위원

이달호 4.27시대연구원 자문위원은 남측을 대표해 “차별과 억압 속에서도 남측의 민주화와 조국의 통일을 위해서 싸우고 있는 동포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인사하곤 “남쪽에선 일본의 제국주의가 물러나고 미군정이 들어서면서 민족의 고통이 계속되어 왔지만 4.27시대로 들어서면서 한반도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면서 “오늘 토론회에서 남과 북의 통일방안이 깊이 있게 논의되고, 조국통일을 위해서 모두가 매진할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남측 방문단을 대표해 인사하는 이달호 4.27시대연구원 자문위원

토론회 사회는 김지영 조선신보 편집국장이 맡았다. 김지영 편집국장은 토론시작에 앞서 “베트남 하노이 조(북)미수뇌회담이 합의없이 끝났다. 그 후 정세에 대한 견해, 전망들이 각이하게 나오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낙심, 비관도 없지 않아 있다. 남들의 주의주장에 귀가 쏠릴 것이 아니라 우리 힘을 믿고 우리 힘을 하나로 모아서 그 힘으로 우리 정도를 개척해 나간다는 주체적 입장에서 정세를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김정은 북한(조선) 국무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언급했다. 

김 편집국장은 “위원장께서는 ‘그 어떤 정세 하에서도 국가와 인민의 근본리익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티끌만 한 양보나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것을 자력자강의 원칙에서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지금 나서는 난관이 있어도 꼭 타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넘쳐 계셨기 때문에 연설하셨다고 생각한다”면서 “시정연설에 밝힌 조미문제, 분단문제의 내용을 하나의 척도로 삼고 여기 여러분들과 함께 토론을 심화시켜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 번영, 통일은 남북이 주도”

1부 토론주제인 ‘민족자주와 대단결로 평화, 번영의 새 시대를 떠밀고 나갈 데에 대하여’를 놓고 한충목 4.27시대연구원 원장이 기조발제에 나섰다. 한 원장은 “민족자주와 대단결로 평화, 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가자”는 발제문에서 먼저 4.27판문점선언에 대해 “민족자주의 선언이자 평화선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과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가 아니라 미국의 이익, 자신의 이해관계에만 관심이 있음을 분명히 보여줬다”면서 “이로 인해 한반도 평화, 번영, 통일을 중단 없이 추진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은 남북 주도에 있다는 것 역시 더욱 분명해졌다”고 강조했다.

한 원장은 남측의 상황을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의 태도에 대해 “정부가 스스로를 한반도 문제 해결의 당사자가 아닌 북미관계 중재자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한미동맹을 유지하고, 제재의 틀 내에서 남북관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한데 이어 “문 정부가 갈팡질팡 하는 사이 이 틈을 비집고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수구보수세력들이 준동하고 있다”면서 내년 4월 진행될 총선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원장은 “이런 때에 자주통일운동 진영이 가져야할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적 관점’”이라며, “우리 민족은 지금, 70여년에 걸친 전쟁과 대결, 분단의 역사를 청산하고 평화와 번영, 자주통일의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한 투쟁에서 가장 중대한 국면의 한복판에 서 있다”면서 “내외 반통일세력을 압도할 강력한 민족역량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한 자주통일운동의 과제와 방향으로 ▲자주통일운동을 군중적, 민족적 운동으로 발전시키고 ▲자주의 기치를 높이 들고 광범위한 평화, 통일세력과 연대하며 ▲수구보수정당을 청산하는 대중운동을 완강히 펼쳐낼 뿐만 아니라 ▲민간자주교류 운동 강화 등을 제시한 한 원장은 4.27부터 9.19까지 남북공동선언실천 집중기간 ‘남북해외 대학생 통일대회합’과 ‘백두한라국제평화대행진’, ‘민의 평화선언’과 국제평화선언, 단일기 연서명 운동 등 군중적인 실천운동을 만들어 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1부 기조발제를 하고 있는 한충목 4.27시대연구원 원장

“남·북·해외 자주세력이 하나 돼야”

기조발제 후 해외측 김지영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한통련) 조국통일위원장의 보충토론이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먼저 조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원인에 대해 ‘▲미국 내 대북 강경파들의 준동 ▲문재인 정부의 역부족 ▲일본 아베정권의 방해책동’을 꼽곤 4.27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전진시키기 위한 과업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 내 정치적 대립을 이용해 대두한 미국 강경파들은 합의문 서명 직전까지 간 하노이 조미회담 합의문 서명을 무산시켰다”며 “미국 내 대북 강경파를 고립·무력화하는 반미투쟁과 미국이 (한반도 평화·비핵화 문제와 관련하여) 단계적·동시적 제안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투쟁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를 향해선 “문재인 정부가 한미정상회담, 특사파견 등 노력을 기울여 조미정상회담 개최 실현에 공헌은 했으나 더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한 원인은 한국정부가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으로 미국에 종속되고 있어 당사자로서 한계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더 이상 미국이나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가로막는 수구보수세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촛불민심을 굳게 믿고 민중들과 연대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한편 “국정농단 세력과 함께 이미 청산되었어야 할 적폐·수구보수세력인 자유한국당은 해체돼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세계에서 유독 한반도 평화와 북미관계 정상화를 반대하고 있는 아베 정권의 본질을 폭로하고 반대하는 투쟁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김지영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한통련) 조국통일위원장

김 위원장도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전진시키기 위해 남측의 평화통일 세력, 남북해외 자주세력이 하나가 돼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운동과제를 제안했다. 그는 “남북해외 전민족적 공동투쟁을 위해선 6.15해외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남측 진보진영이 시기적절하게 제기한 국제평화운동이 강화되도록 주체적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정권 투쟁에 있어서는 “해외운동과 한반도 평화 통일을 지지하는 국제연대운동을 결집해 지지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일본에서 한일·조일국제연대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해온 역사를 가진 6.15일본지역위원회는 ‘한반도와 일본에 비핵·평화 확립을! 시민연대행동’에도 참가하고 있다”고 알리고, “이는 한반도 평화·통일 실현에 적지 않은 공헌을 할 것”이라며 6.15일본지역위원회가 국내와 연계해 운동을 확대·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문재인 정부가 적극적으로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이행·실천하도록 견인하는 다양한 운동을 조직해야 하며 수구보수세력을 척결하는 투쟁, 자유한국당의 반민족·반평화·반통일의 본질을 폭로하고 반대하는 투쟁을 해외에서도 벌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판문점선언 이행운동 전면화해야”

두 번째 보충토론자로 나선 김병규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 상황실장은 남측에서 준비하고 있는 ‘자주통일운동과 투쟁’에 대해 소개했다.

김 실장은 “미국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난폭하게 가로막고 있고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있으며 문재인 정부가 종속적 한미동맹에 얽매여 판문점선언 실천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이 때에 ‘판문점선언’ 이행운동을 전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먼저 “판문점선언 이행을 가로막는 미국을 반대하고 보수세력을 청산하는 투쟁을 대중적으로 벌어야 한다”며 ▲한미워킹그룹 해체 ▲한미연합군사연습 완전중단 ▲방위비증액강요 규탄 ▲사드영구배치 반대 ▲주한미군 세균실험실 철거 ▲친미보수세력, 자유한국당 청산 등의 투쟁을 벌여야 한다고 제기했다.

다음으로 ‘민족자주’ ‘민족대단결’의 기치를 들고 판문점선언 실천에 앞장서는 대중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남북이 합의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운동을 대중적으로 전개해 문재인 정부가 판문점선언 당사자로 실천에 나설 수 있도록 견인”하며 “남북공동선언일을 계기로 ‘민족공동행사’를 성대히 성사하고 민간자주운동을 강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면서 앞서 한충목 원장이 기조발제에서 언급한 ‘우리민족의 운명을 외세가 좌지우지하는 것을 끝내고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의 평화선언> 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여 공동선언이행을 지지하는 남측 대중들의 의지를 ‘8.15민족대회’로 모으겠다고 밝혔다.

▲ 보충토론 하는 김병규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 상황실장

김 실장은 또 ‘자주통일운동역량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올해 8.15민족대회를 2000년대 이후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대회로 성사하겠다”면서 “노동자·농민·청년학생·여성 등 대중단체와 진보정당 안의 자주통일의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과 부문, 풀뿌리단체 등 1000개 이상의 단체가 참여하는 8.15민족대회 추진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국제평화연대를 실속있게 강화하기 위해 국내외 참가자들의 참여를 모아 8.15민족대회를 계기로 백두와 한라에서 시작해 판문점에서 만나는 ‘백두한라 국제평화행진’을 벌이고, <민의 평화선언> 운동을 코리아국제평화선언으로 확대해 ‘9월 뉴욕국제평화대회’로 모아내겠다고 밝혔다. 9월말~10월초 유엔총회에선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제평화대회’를 성대히 개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4월부터 미국을 반대하는 광범위한 대중을 모아 미대사관을 향해 행진하는 ‘미국반대 자주평화행진’을 매월 진행한다고도 덧붙였다.

▲ 토론회 사회를 맡은 김지영 조선신보 편집국장

김지영 편집국장은 토론자들에게 자유토론을 요청하며 ‘3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전망’, ‘당사자로서 실천적 행동이 요구되는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 질문했다.

‘3차 북미정상회담의 전망’에 대해 2부 토론에 나설 손정목 4.27시대연구원 국제분과장은 “▲북의 핵무력이 완성되고 미 본토에 대한 타격능력이 입증된 조건에서 미국이 회담에 끌려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 ▲북·중·러 3자의 전략적 단결이 현실화되고 있는 조건 ▲한반도 긴장상태가 계속될 경우 트럼프 재선이 어려운 조건” 등을 근거로 “3차 정상회담은 대북제재 해제 차원의 문제가 아닌, 북의 핵시설 폐기에 조응해 미국이 군사적으로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합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충목 4.27시대연구원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에 대한 질문에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 사안을 예시로 들었다. 한 원장은 “금강산·개성 문제는 유엔의 제재문제가 아닌 남북이 알아서 하면 되는 문제라고 전문가들이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걸 지키기만 해도 금강산과 개성공단, 철길·도로길을 열기만 해도 남북관계는 굉장한 전진이 이뤄질 것”이라며 “우리 민족의 운명은 스스로 결정하자는 선언처럼 문재인 대통령이 수구세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남북의 합의를 온전히 실천할 때 대중적 지지와 국제적 지지를 함께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토론회가 열린 도쿄 연합회관 대회의실에 150여 명의 참가자들이 자리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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