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와 번영,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이하며

“지금 정세는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도 같다”

지난해 4.27판문점선언이 발표된 직후, 6.15공동위원회 만남의 자리에서 북측 대표들이 호소한 말입니다. 그리고 8.12남북노동자 대표자회의에서도 북측 노동자들은 “조선(한반도)의 정세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 남북노동자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긴장을 놓지 않았습니다.

4.27판문점선언 이후, 1천여 건에 이르는 남북 민간자주교류 사업제안서가 전달되었지만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와 ‘새해맞이 금강산 상봉모임’외에는 이렇다 할 민간자주교류는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이는 북측 동포들이 그토록 우려했던 것이 무엇인지 현실적으로 체감하게 합니다. ‘평화와 번영, 자주통일 새 시대’는 그저 오지 않습니다. 올 해 2월, 하노이 회담(2차 북미정상회담)의 파탄은 이런 현실을 더욱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미국은 본질적으로 ‘최고의 압박’이라는 ‘대북적대정책’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한미동맹이라는 이름으로 동북아 전초기지로서 한국의 역할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는 국방전략은 2019년 국방수권법(NDAA)에 올곧이 담겨져 있습니다.

미국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한반도에서도, 세계 그 어디에서도 ‘평화’는 요원합니다. 세계에서 전쟁을 가장 많이 한 나라, 군사적 패권을 결코 놓지 않는 나라, 그런 미국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그저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한반도 대전환의 정세는 다시금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미국의 내정간섭은 점점 더 노골화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태도인데, 문재인 정부는 판문점 선언 1조1항 ‘민족자주의 원칙’을 저버리고 ‘한미동맹 강화’의 길로 끌려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북미관계에서의 ‘중재자 역할’ 타령만 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운명에서는 남도, 북도 결코 제3자가 될 수 없으며 ‘중재자’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 운명의 주인은 우리 자신이며, 우리 민족의 운명도 우리가 결정해야 하는 직접 ‘당사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이 4.27판문점선언의 핵심 정신입니다.

지난해 11월에 만들어진 이른바 ‘한미워킹그룹’은 일제 강점기 시절 ‘일제 총독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외교부는 미국의 요구대로 ‘남북관계발전 속도조절’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습니다. 대북제재 이행을 담당하는 조직에서 ‘제재수출 통제팀’을 분리해 별도의 ‘과’로 승격하는 등 체계개편을 통한 대북제재 역할을 더욱 확대해 나가려 하고 있습니다. 이는 4.27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정신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방해 책동’이 노골화될수록 촛불혁명으로 다 죽어가던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수구보수 세력도 다시 자기들의 세상을 만난 듯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5.18 등 민중항쟁의 역사를 왜곡하고 남북대결과 반북이데올로기를 조장하는 등 반평화 반통일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 눈치 보랴, 일본 눈치 보랴, 자한당을 비롯한 수구보수세력의 눈치 보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새로운 평화와 번영, 자주통일 걸음걸음을 망설이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민’이 앞장 서 나가야 합니다. 그 중에서도 노동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한국사회에서 가장 실천적이고 투쟁적이며 조직적인 곳이 민주노총입니다. 또한 남북노동자들의 연대와 단결 정신도 가장 실천적입니다. 우리는 그 이름 그대로 자랑스러운 ‘노동계급’입니다. 노동계급은 온갖 도전과 난관에서도 ‘결코 자기운명을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투쟁의 상징입니다.

오는 4월27일 판문점선언 1주년에, 멈춰 선 평화와 번영, 자주통일의 시계를 다시 돌리고 움직이게 하는 거대한 힘을 만들어 냅시다. 4.27판문점선언 1주년에 임진각에서 우리 노동자가 판문점선언 1조 1항 ‘민족자주의 원칙’을 선언합시다.

평화와 번영, 자주통일 새 시대는 투쟁 없이 결코 오지 않습니다. ‘조만간 정세가 풀리겠지, 북미 간, 남북 간 물밑접촉이 있겠지’ 등의 근거 없는 낙관과 환상과는 단호히 결별하고 오로지 ‘실천과 투쟁’으로 대북제재 등 미국의 방해책동을 분쇄하고 남북공동선언을 지켜냅시다. 아울러 남북공동선언 이행의 길에 더 많은 민중들과 연대하고 실천함으로써 ‘항구적 평화체제의 정착’과 노동자가 주인 될 ‘자주통일’의 새 세상을 열어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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