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2019년04월20일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STOP(멈춤), 국민이 심판합니다'집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자유한국당이 기어이 장외투쟁에 나섰다. 지난 토요일 광화문 광장에서 자체 추산 2만여 명이 참석했다는 자한당 장외집회는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강행에 대한 반발로 시작했으나 ”색깔론“과 ”박근혜“로 끝났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집회를 계기로 다음 달 문재인 정부 2년을 비판하는 '대국민 보고대회'를 이어가고, 이후 약 한 달 동안 부산·대구·충청·수도권 등을 돌며 현 정부의 문제점을 '고발'하겠다는 계획까지 가지고 있다.

이날 집회는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강행은 핑계에 불과할 뿐, 5.18 망언, 세월호 막말에 대한 국민적 비판을 덮고 국면을 전환해보자는 꼼수집회 성격도 겸해서 강행된 것인데, 자한당이 망언, 막말 백화점 정당임을 유감없이 입증했다.

황교안 자한당 대표는 이날 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대변인“이라고 아예 공식화했다. 황교안 대표가 공안검사 출신이고, 통합진보당 해산의 주역의 한사람이며, 독실한 근본주의적 기독교 신자라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래도 취임 초부터 색깔론을 펴겠는가 하는 세간의 관측을 여지없이 뭉개고, 자기 본색을 정확히 드러냈다.
황 대표는 또 온 국민의 감동과 찬사를 받았던 4.27판문점 선언과 9월평양선언을 염두에 두고, “종북굴종외교를 그만두라”고 공격하고, 문 대통령이 ”가는 곳마다 북한 제재를 해제해달라 구걸하고 다닌다”며 비판했는데, 자신이 분단과 대결에 살쪄온 분단적폐세력의 잔당이며, 미국의 대북제재에 생명줄을 걸고 있는 친미사대매국노에 불과한 정객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는 정치와 경제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고 경제는 아이엠에프(IMF) 이전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라고 한 마디 했다. 온국민이 촛불로 일어나 대통령을 탄핵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며, 적폐청산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거꾸로 돌린다’는 초대형 망언이다. IMF이전이야 김영삼 대통령이 경제 좋다고 OECD까지 가입했다가 외환위기를 자초해서 나라가 망한 것인데, 경제가 IMF이전으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하니, 무식한 소리일 뿐 아니라, 1:99로 양극화된 신자유주의 경제질서를 ‘이대로’ 가자는 ‘가진 자’의 인식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 역시 여기에 지지 않았다. 나 원내대표는 “이제 헌법재판소에서 우리도 모르게 (국가보안법) 위헌 결정을 해버리면 의회도, 우리 투쟁도 소용이 없어진다. 여러분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문제를 제기해 주니 고맙기 그지없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을 반대한 이유가 근본적으로는 국가보안법 등을 포함한 각종 악법들에 대한 국민적 헌법소원으로 이어질 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니, 그들이 진정으로 무서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제야 알 것 같다.

김태흠 의원(자한당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장)은 "도대체 이 정부는.....대법원을 비롯한 사법부에 이어 언론 장악, 그리고 마지막으로 헌재까지 장악했다.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역사 등 모든 것을 물갈이하려는 목적"이라고 규탄했는데, 제대로 시작도 안했는데 이 난리이니 진짜 물갈이가 시작되면, 그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자못 궁금하다.
토요일 집회에서 자한당 연사들 입에서 나온 망언, 막말들을 보면, 역시 자한당은 해체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심어준다. 그러니, 자한당은 기왕 장외로 나간 김에 다시는 국회로 돌아오지 말기를 바란다.

사실 자한당 장외투쟁은 이미 계획된 것이었다.
자한당은 이미 문재인 정부의 인사문제와 각종 의혹을 고리로 대여공세를 펼쳐왔으며,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3월 국회 대표연설에서 전 상임위 국정조사청문회를 열자고 주장하곤,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특검도입과 국민투쟁으로 이어지는 3단계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0년 총선전 자한당의 장외투쟁을 필수경로로 이미 계획되어 있었다. 다만 그 결행 계기와 시기만 남았을 뿐이었다.
하노이 이후 북미관계 교착과 남북관계 불투명성, 경제 악화에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내려갈 만큼 내려가고, 자한당 지지율이 일정 오르고 있는 만큼, 지금이 바로 총반격의 적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반기에 구사해야 할 전술을 좀 일찍 감행한 감은 있지만, 5.18 망언과 세월호 막말을 형식적 징계로 꼬리를 자르고, 보수세력결집과 대여투쟁전선을 확장하기 위해, 또한 황교안 자신을 반문투쟁의 지도자로 세워내기 위해 지금보다 더 좋은 타이밍을 잡기는 힘들 것이라고 타산했을 것이다.
이날 광화문에서 시작해 청와대 앞까지 가두시위를 한 황 대표는 “오늘 우리의 투쟁은 문재인 좌파독재를 막기 위한 대장정의 첫걸음”이라고 선언하며 집회를 마무리한 사실을 놓고 보아도, 자한당의 총선투쟁이 전면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사태를 놓고 일부 시사평론가들과 원내정당들은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민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한당은 장외투쟁을 중지하고, 국회로 복귀하라고 촉구한다. 자한당이 국회에서 ‘무슨 일’을 한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지금 대한민국 국회는 자한당 때문에 아무 일도 안되고 있다. 자한당이 국회에서 하는 일이란, 분단적폐를 쌓고, 분단적폐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몸부림치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 말고는 없다. 자한당하고 마주 앉아서 논할 수 있는 ‘민생문제’란 없다. 정말 일하는 국회를 만들고, 민생문제를 국회에서 제대로 다루려면, 반민생집단인 자한당이 다시는 국회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무력화시키고, 해체시키는 강도 높은 공세를 강화해야 할 때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이 점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더불어민주당과 개혁세력은 지금은 협치를 하고, 총선 때 가서 표로 심판하자는 한심한 생각이나, 정치공학적 판을 잘 짜면 240석도 얻을 수 있다는 식의 안이한 생각을 하면 곤란하다. 이미 총선투쟁은 시작되었고 자한당은 목숨을 건 승부수를 던졌다. 정치 한 번 안 해 본 검사출신이 투쟁의지를 다지고 거리로 나섰다. 더불어민주당과 개혁세력은 자한당보다 더한 일전불사의 결의가 없이는 결국 분단적폐세력의 부활을 보게될 것이다.

이날 집회가 결국 “박근혜"로 끝난 것처럼, 황교안 대표의 장외투쟁 행보 역시 박근혜 당대표 시절을 코스프레하고 있다.
지난 2006년 1월,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사학법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두 달 가까이 장외투쟁을 전개했다. 국회에 복귀하고서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사학법을 재개정하지 않으면, 사학법과 전혀 관련없는 다른 법안이나 예산안도 처리해 줄 수 없다는 식으로 나왔고, 결국 2006년 4월과 6월 임시국회, 9월 정기국회, 2007년 2월 임시국회 등이 줄줄이 파행으로 끝났다. 당시 한기총 등 개신교를 필두로 한 사학재단들도 한나라당에 적극 합세했고, 결국 원내 1당이자 집권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사학법 재개정에 합의하고 말았다, 2007년 7월 여야 합의로 사학법이 걸레조각이 된 채 재개정되어서야 국회는 겨우 정상을 되찾았다. 당시 한나라당은 2개월 가까이 국회파업을 하고, 1년 반 정도를 노골적으로 국회를 태업했다. 황교안 대표가 가려는 길이 바로 이 길이다.

자한당 무리들이 '민주노총이 파업하고, 태업하면, 나라가 절단난다'는 식으로 공격해 놓고서, 자기들은 '국회파업과 태업, 보이코트를 밥먹듯이 한다'는 식으로 어줍잖은 ’내로남불‘ 비판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원내도 좋고, 장외도 좋다는 더러운 욕망의 정치, 징글맞은 수구의 민낯을 말하고자 함이다. 태극기부대를 초기에 방치하다가 자한당 장외투쟁까지 이르게 된 오늘을 보면 해방 직후 친일파들이 세력을 모으고 애국지사들에게 테러를 감행하며, 민중을 학살하던 시기의 악몽을 떠올리게 된다. 친일파들은 살아남기 위하여 별 짓을 다했다. 이제 그들 친일파들이 목숨을 걸고 세운 나라가 대한민국인데, 이제 다시 독립애국지사들이 세운 나라로 만든다고 하니,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 또 살아남기 위해 더한 짓도 계획하고 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개혁진영은 언론사 앞에서 피장파장하는 말싸움 정도로 대응할 문제가 아니다. 분단적폐세력의 결집과 반격을 매우 심각하게 봐야 한다. 당장의 국회를 정상화시키는데 목을 매는 행정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 기능적 협치에 무슨 민주주의가 있고, 민생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자한당이 기왕 거리로 나간 거, 더불어민주당도, 개혁정당들도 국민속으로 들어가라. 정부여당은 국회빼고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사회대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하고 적폐세력을 청산하며,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여 민생을 돌보는데 올인해야 한다. 진보진영 역시 그들이 마음놓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장외투쟁을 하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된다. 나갈 때는 자기 맘대로 나갔으나, 들어올 때는 오고 싶어도 못 들어오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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