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긴급공동행동’ 발족… “밀실 사회적 합의 중단·ILO핵심협약 선비준” 촉구

“노동조합 결성을 금지하던 영국의 단결금지법은 19세기(1824년)에 폐지됐고, 결사의 자유에 관한 ILO핵심협약은 20세기(1948년)에 제정됐다. 21세기에 살고 있는 노동자들을 19세기 단결금지, 노동조합 혐오법률로 묶어 놓고, 얼마만큼 풀어줄지 합의하라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조건 없는 신속한 ILO핵심협약 비준을 촉구한다.”

모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 ILO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30여개 노동·시민·법률·사회단체들이 힘을 합쳐 공동행동에 나선다.

‘결사의 자유, 단결권·단체교섭권 보호에 관한 협약(87·98호)’,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29·105호)’ 등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의 즉각 비준을 요구하는 ‘ILO 긴급공동행동’이 28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발족을 선포했다.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에서 ‘ILO핵심협약 비준’을 놓고 노동자의 ‘단결권’ 강화와 이를 제약하기 위한 경영계의 이른바 ‘방어권’에 대한 논의가 대립되고 있는 가운데,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와 ‘단결권·단체교섭권’은 “거래와 흥정의 대상이 아니며 국제적 노동기준에 맞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유태영 변호사는 “협약비준은 ILO의 객관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에 우리도 편입되겠다는 국제사회 선언이자 국제노동 규범과 노동기본권을 준수하겠다는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매년 6월에 열리는 ILO 총회에 참관인 자격으로 참가하고 있다는 유 변호사는 “100년의 역사를 가진 국제기구(ILO)에서 매년 ‘기준적용위원회’를 연다. 전 세계 노사정 대표가 보고서를 제출하면, 이 보고서를 기초로 위원회에서는 협약을 심각하게 위반한 몇 개국을 추려 협약위반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토론한다. 소위 선진국이라 여기는 나라들도 매년 심사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내년까지 제도를 개선해 오라는 권고를 받는다”면서 “핵심협약 비준은 완성이 아닌 시작”이라고 말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한국은 23년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라는 국제기구에 가입하면서 ILO가 기준으로 잡고 있는 노동기준을 모두 비준하겠다고 약속했다. 역대정부 모두 핵심협약 비준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고, 문재인 대통령 역시 후보시절 공약으로, 정부출범 후엔 국정과제로 비준을 약속했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비준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는 한편, 경사노위에서 진행되고 있는 핵심협약 비준 관련 논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를 활용해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단체행동권을 제한하겠다는 경영계 공세와, ‘핵심협약 비준’을 놓고 생색내기를 하려는 정부당국의 모습에 분노한다”면서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제약 논의를 즉시 중단하고, 핵심협약을 즉각 비준하라”고 촉구했다.

노조 할 권리를 제약받고 있는 노동자들도 참가해 핵심협약 비준을 촉구했다. 이영철 특수고용노동자 대책회의 의장은 “정부에선 특수고용(특고) 노동자가 몇 명이 되는지 추산만 할 뿐, 정확히 알지 못한다. 특고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하겠다고 20년 동안 이야기하고 있는데, 특고 노동자들의 노조 할 권리를 법으로 제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병호 문화예술노동연대 공동대표도 “핵심협약이 갖고 있는 의미는 문화예술노동자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을 이었다. “2017년 9월, 문화예술종사자들은 그동안 불렸던 ‘예술인’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문화예술노동자’임을 선언했다. 예술, 창작이란 미명하에 ‘프리랜서’라고 불리우며 각자가 처한 노동현실을 스스로 해쳐나가야 했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고 소개한 안 대표는 “지난해 방송연기자들이 수년간의 싸움과 재판을 통해 노조가 인정된 것처럼 노동자들이 원하는 자유로운 노동조합 활동은 법원의 판단을 통해서만 보장되는 현실”이라고 지적하곤 “핵심협약 비준을 통해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긴급공동행동 참가단체들은 회견문에서, 협약비준의 주체이면서도 ‘노사 간에 합의를 해야만 ILO핵심협약을 비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정부와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규정 삭제 등 경영계 민원사항을 들어줘야만 생각해보겠다’고 주장하는 경영계에 “ILO핵심협약 비준을 빌미로 헌법상 노동3권을 무력화 하려는 그 어떤 시도에도 반대하며, 경사노위의 주고받기식 논의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앞서 대표자회의를 열고 활동계획을 논의한 긴급공동행동은 3월말~4월초 경사노위에서 ‘ILO핵심협약’에 반하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경우 즉시 규탄 기자회견을 비롯한 긴급공동행동에 돌입하기로 했다. 다음달 9일엔 ‘ILO핵심협약 선비준’에 대한 대통령 결단을 촉구하는 청와대 앞 기자회견을 열고, ILO 설립 100주년을 앞두고 세계적인 공동행동이 펼쳐지는 11일엔 ‘협약비준의 중요성을 공론화하는 국회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ILO핵심협약 선비준’을 촉구하는 다양한 여론 활동과 관련 노동법 개정을 위한 국회의원 면담 활동도 펼친다.

한편, 국제노총(ITUC)은 한국의 사용자 단체들이 ‘ILO핵심협약’에 반하는 단체교섭권과 파업권을 무너뜨리는 제안을 한 것에 대해 28일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유럽노총(ETUC)도 27일 “한국 정부가 해당 협약 비준에 대한 아무런 실질적인 진전을 만들지 않은 것에 대해, 그리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이 협약 비준을 반대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내용은 아래.

국제노총(International Trade Union Confederation, ITUC) 성명서

국제노총은 한국의 사용자 단체들이 단체교섭권과 파업권을 무너뜨리는 제안을 결사의 자유에 관한ILO 87호 협약 비준의 선결조건을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규탄한다. 사용자단체는 해당 협약이 노동조합의 활동을 방해할 권리를 제공한다는 듯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노동자들이 사용자들로부터 보복당할 두려움 없이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가입할 것을 보장하는 협약의 내용과 완전히 모순된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사용자단체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할 것을 고려한다는 점을 심히 우려한다. 이렇게 된다면 한국의 법은 현재보다 더 국제기준과 불일치하게 될 것이다.

오는 ILO 100주년 총회는 현존하는 핵심협약에서 더 나아가 ‘보편적 노동권 보장’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일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는 장이 될 것이다. 한국정부는 노동관계법을 국제 기준에 부합하도록 개정하지 못하고 가장 기본적인 협약을 비준하지 못하여 [위와 같은 논의에서] 한참 뒤쳐져 있다는 점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유럽노총(European Trade Union Confederation, ETUC) 성명서

한국은 노동기본권에 대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

유럽노총(ETUC)은 한국 정부가 2011년 한-EU FTA 체결당시 약속한 결사의 자유에 관한 ILO 협약 87호와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에 관한 협약 98호의 비준 및 완전한 이행에 관한 논의를 추적해 왔다. 이에 대한 우리의 우려와 실망은 점점 커지고 있다.

유럽노총은 한국 정부가 해당 협약 비준에 대한 아무런 실질적인 진전을 만들지 않은 것에 대해, 그리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이 협약 비준을 반대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

유럽노총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한EU FTA 지속가능발전 장 상의] 분쟁해결절차의 다음단계로 넘어가 전문가 패널을 소집할 것을 촉구한다. 무역협정은 노동기본권이 존중될 때에만 노동자들에게 이롭다!

유럽노총 리나 커(Liina Carr) 중앙 서기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한국정부가 오래도록 지키지 않고 있는 유럽연합과의 약속, 즉 노동기본권에 관한 협약을 비준하고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해야 한다. 유럽 연합이 유럽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에 마냥 오래 기다리고 참을성을 발휘하겠는가”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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