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JTBC 유튜브 캡처

터진 입에서 나온다고 다 말이 아니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문제가 된 “반민특위” 비판 발언은 “반문특위”를 비판한 것이었다고 해명하여, 국민들의 화를 돋구고 있다.

지난 2007년에는 이명박 후보의 대변인 노릇을 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BBK라는 투자자문 회사를 설립했습니다."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주어가 없다’고 주장하여 온 국민의 비웃음을 사더니, 이번에는 ‘반문특위’ 발언으로 또 한 번 역대급 해명을 늘어놓았다. 장두노미(藏頭露尾)라는 말처럼, 머리만 숨기고, 꼬리는 버젓이 내놓는 꿩의 행동보다도 유치하고 저급하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국론 분열”을 야기했다고 작심비판한 그 “반민특위”가 무엇인가. 1948년 9월 7일, ‘국권강탈에 적극 협력한 자, 일제치하의 독립운동가나 그 가족을 악의로 살상·박해한 자 등을 처벌하는 목적으로 제정된 반민족행위처벌법’을 통해 만들어진 친일청산기구이다. 그런데 노덕술 등 친일파들이 반민특위 위원들과 정부요인들을 암살하려고 시도했고, 국회프락치 사건을 빌미로 결국 강제해산됨으로써 친일잔재청산에 실패하고 천추의 한을 남긴 사건이다. 지금 태극기-성조기 부대들처럼 반민특위 앞에서 6.3반공대회를 열어 반민특위를 겁박하고, 이승만의 직접 지시하에 경찰들이 친일경찰 최운하를 석방하라며, 반민특위 사무실을 습격하여 반민특위소속 특경대를 강제해산시키면서 와해시키고 말았다. 그 친일의 무리들이 독립애국지사들은 빨갱이로 몰아 죄다 고문, 투옥, 처형하고 이 땅에 기득권을 유지하면서 켜켜이 분단적폐를 쌓아왔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반민특위 비판 발언을 통해 친일매국노의 첫 자리에 등극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2004년에도 나경원 원내대표는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자위대 창설 50주년 행사에 참석하고는 “어떤 행사인지 모르고 참석했다”고 둘러댔다. 그러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은 “당시 행사 참석이 파악됐던 국회의원들에게 항의 공문을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이 오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정대협의 항의를 묵살하고 나경원 원내대표가 일본 자위대 창립 기념행사에 참가하고 있을 때, 정대협 윤 미향대표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은 당시 행사가 열린 신라호텔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다 현장에서 연행됐었다. 반민특위활동이 제대로 진행되었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1월 일본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에 근접위협비행을 해 한일갈등이 유발되었을 때에도, “우방국과의 갈등을 지지 확보 수단으로 쓰는 것에 대단한 유감을 표시한다”면서도 “정부는 국가의 자존심과 안보를 위해서 엄중히 일본 정부에 항의하되 일본을 외통수로 몰아가는 일은 없도록 해달라”고 주문하여 친일본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반민특위” 발언에 대해 임철우 애국지사가 직접 찾아와 강하게 항의하자, 페이스북에 “반민특위”를 비판한 것이 아니라 “반문특위”를 비판한 것이라는 해명글에서도 여전히 심각한 주장을 길게 늘어놓았다.

“초중고 내 일본제품에 ‘전범딱지’를 붙여 아이들에게 쇄국 배타주의를 가르쳐서는 결코 이 나라를 미래로 이끌고 가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전교조가 사령부, 좌파교육감이 돌격대장이 되어서 내세우는 ‘친일 교가 프레임’은 우리 교육을 혼란으로 몰아넣을 뿐입니다.”

이 말이 무슨 뜻인가. 친일잔재청산을 주장하면, 쇄국주의이고, 빨갱이라는 것이다. 이완용 등 을사오적들이 유림과 의병들의 애국운동을 쇄국주의라 비판하며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었고, 해방 후에는 친일잔재를 청산하는 애국적 운동을 좌파빨깽이로 몰아 집단처형했던 논리와 한치도 다를 바가 없다.
오죽하면 시민들과 지방자치단체, 교육계가 학교와 생활속에 파고든 일제잔재를 직접 청산해보자고 나섰겠는가. 국회에 또아리를 틀고 앉은 원조친일파 정당 자유한국당이 막장정치를 이어가니 촛불혁명을 완성하기 위해 참다못한 시민들이 직접행동을 다시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 이제 나경원 원내대표는 촛불시민에게 좌파딱지를 붙이고 본격적으로 싸우자는 건가.

말은 자기 생각의 옷이다. 자유한국당은 자기 당 원내대표에게 “나베”, “토착왜구”라는 등의 말로 공격하면 고소를 하겠다고 주장했는데, 나경원 대표가 입만 열면 스스로의 정체성을 이렇게 정확하게 입증하니, 다른 대책을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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