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12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으로 더불어 민주당 지도부가 항의하여 연설이 중단되고 있다.[사진 : 뉴시스]

오늘 국회에서 난리가 났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말을 듣지 않게 해 달라”는 발언이 문제가 된 것.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의 항의로 연설이 중단되는 등 곡절을 겪은 이 날 연설에서 나경원 대표는 문재인 정부를 “무모하고 무책임한 좌파정권”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선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헌정농단’ 경제정책으로 위헌”이라고 규정하고, 시장질서에 정면으로 반하는 정부의 인위적 개입과 재분배 정책이 고용쇼크, 분배쇼크, 소득쇼크로 이어지는데도 실패가 자명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세금퍼주기’로 유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안보분야에서는 “가짜 비핵화”로 문재인 정부가 얻은 것은 ‘한미훈련 중단뿐’이라며, “한미동맹이 균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세먼지, 탈원전, 4대강 보 철거, 청와대 불법사찰과 블랙리스트 의혹, 드루킹 댓글공작 사건, 각종 인사문제 등을 열거하며, 문재인 정부를 “좌파포로정권”, “촛불청구서에 휘둘리는 심부름센터”로 규정했다. 특히 선거구 개편과 관련하여 여야4당이 추진하는 패스트트랙을 염두에 둔 듯, 국회의원 숫자를 270명으로 줄이고, 비례대표제를 완전히 폐지하자는 제안을 거듭 강조했다.

나경원 대표는 대안제시와 대여투쟁계획도 함께 밝혔다.
나경원 대표가 내놓은 주요 대안은 소득주도성장정책이 초래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초당적 원탁회의’ 개최, 미세먼지문제 해결을 위한 ‘동북-아세안 국가들로 구성된 대기오염물질의 장거리 이동에 관한 협약’ 추진,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 극복을 위한 권력분산 원포인트 개헌 등등이다. 또한 남남갈등을 막고 대북정책을 조율하기 위해, ‘국론통일을 위한 7자회담’을 추진하자고 제안하는 한편, 자유한국당이 직접 대북특사를 파견하여 김정은 정권에 “진짜 비핵화에 나서면 획기적인 대북지원에 나서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뜸금없는 제안도 내놓았다.

그러나 역시 압권은 대여투쟁계획이었다.
그간 제기된 각종 의혹과 관련해 국회에서 전 상임위 국정조사청문회를 열자고 주장했고,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특검도입과 국민투쟁으로 이어지는 3단계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말은 문재인 정권을 비판한다지만, 사실상 촛불혁명 속에서 합의된 시민적 담론을 부정하는 내용들이 많아 논란이 예상된다. 또한 시장질서회복과 감세정책, 반북대결논리로 일관되어 있어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정책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대북특사를 파견하여 북에 제안하겠다는 내용도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했다는 제안과 크게 다를 바 없으니, 미국 상전의 정책을 베낀 것 아니냐는 지적이 가능하다. 전 상임위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열자는 제안은 최근 미국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각종 청문회를 마구잡이로 열려고 하는 것에서 본따온 것으로 보인다. 자체로 생존할 능력이 없으니 대체로 미국 정치를 베끼거나 비례대표제 완전폐지와 같은 ‘반대를 위한 반대’식의 억지주장을 내놓는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나경원 대표의 대여투쟁계획은 청문회 공세를 지속하다가 특검제기로 넘어가고, 결국은 장외투쟁으로 나가겠다는 계산으로 자유한국당식 총선투쟁계획서를 발표한 것인데, 과거 노무현 정권시기 박근혜 대표가 국회를 70일 이상 공전시켰던 사례를 상기시킨다.

나경원 대표가 이렇게 강공으로 나오는 이유는 최근 복잡해진 정세와도 관련이 있다고 분석된다.
박근혜 탄핵 2주기를 맞았던 지난 10일에는 태극기 부대가 집결하여 “박근혜 석방”을 외쳤다. 이명박 대통령이 재판꼼수 끝에 보석석방된 것을 계기로 더욱 기세를 올리는 모양새다. 누구나 열망했던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사가 불발로 끝나자 자유한국당은 더욱 힘을 얻는 기세다.

전두환씨가 광주 재판정에 나와 사과 한 마디 없이 “다들 왜 그래”라는 발언으로 국민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는 상황에서도 나경원 원내대표가 민심과 동떨어진 과감한 주장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엔 최근 정세가 자유한국당에 유리하게 돌아간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국민의 눈은 국회가 아니라 자유한국당이 준비하고 있는 장외투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유한국당의 생존과 부활을 위한 마지막 승부수가 과연 통할 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자유한국당, “왜 이래?”라는 국민의 물음은 더 커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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