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마을 임차상인들 “법적보호도 힘들어 출구가 없다” 한숨만

“건물주가 월세를 280만 원에서 850만 원으로 올려 달래요. 본사에 얘기했는데 그냥 받아들이자고 하네요.”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이 관광지로 부상한 이래 건물주들은 돈벼락을 맞았지만 이 곳 임차상인들은 눈물 마를 날이 없다.

매주 금요일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 삼청새마을금고 가회지점 앞에선 작은 가게 ‘장남주 우리옷’과 ‘씨앗’을 지키기 위한 집회가 열린다. 15일 집회 도중엔 한 중년 남성이 현장을 기웃거리다 어렵게 집회 참석자들에게 말을 붙인다.

이 남성은 알고 보니 인근에서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운영하는 임차상인. 그는 얼마 전 건물주로부터 임대료를 3배 이상 올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한다.

현장에 있던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 활동가들이 얘기를 나눠봤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 이미 임차기간 5년이 넘어 이전 계약 대비 9%이상 월세를 올릴 수 없는 상가임대차보호법 조항의 적용제외 대상인 것이다.

“서울의 경우 임차기간 외에 환산보증금(월세×100+보증금) 4억 원을 넘어도 몇 가지 상가임대차보호법 조항이 적용 제외되는데 서울에서 상권이 좋은 곳은 웬만하면 7억 원이 넘거든요. 기준도 비현실적이고 이런 기준 자체가 왜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그 중년 남성과 짧게나마 상담을 한 한 맘상모 활동가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설사 9%이상 인상 제한 조항의 적용을 받는다고 해도 임대인이 매년 꼬박꼬박 9%씩 올려버리면 엄청난 부담이거든요. 그래서 월세 인상률이 직전 연도 물가상승률의 2배를 넘지 못하도록 법조항을 개정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옆에 서있던 다른 활동가가 부연한다.

새 건물주 삼청새마을금고로부터 지난달 9일까지 퇴거하라는 재촉을 당했던 ‘장남주 우리옷’, ‘씨앗’ 임차인들도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이들도 임차계약 5년이 넘어 쫓겨나더라도 7천만 원의 권리금을 받을 수 없다. 삼청새마을금고는 해당 건물을 매입한 뒤 인근의 가회지점을 이 곳 1층으로 옮기려 한다.

‘장남주 우리옷’ 사장 김영리씨는 “삼청새마을금고측이 처음엔 이사비용 1천만 원만 주고 나가라더니 우리가 계속 투쟁하고 서울시에서도 중재가 들어오니 가게를 2층으로 옮겨서 장사하라고 요구하고 있디”고 조금 달라진 상황을 알렸다.

김씨 등이 입주한 건물 2층은 이탈리아 음식점이 있었지만 이곳은 진즉에 가게를 비웠다. 두 임차인들은 자신들이 영업하던 1층을 계속 쓸 테니 삼청새마을금고 지점이 2층을 쓰라고 요구하는 중이다.

김씨는 “북촌이 발전하고 유동인구가 늘어났으니 그만큼 임차인들 벌이도 나아져 살만한 것 않느냐고 많이들 묻는다. 그런데 매년 임대료는 폭등하고 여름, 겨울 비수기 견디고 나면 사실 남는 것도 없고 말 그대로 버티는 수준”이라며 “그마저도 이젠 아예 나가라고 하니 또 어디로 밀려나라는 것이냐”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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