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통련 모국방문단, 3.1운동 100주년 맞아 나흘간 서울 방문

“반갑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조금 긴장된 목소리로, 15년 만에 모국 땅을 밟은 그들의 첫 마디다.

그들의 단체는 1978년 박정희 정권에 의해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로 규정됐다. 모국에 들어오기 위해 여권 발급을 신청하면 한국정부로부터 거부당해 마음 놓고 한국 땅을 밟지 못했다.

그들이 소속된 단체는 자주민주통일 실현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는 재일한국인 단체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한통련)’이다. 한통련 소속 회원 및 관계자 50명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28일 모국땅을 밟았다. 15년 만에 방문단을 꾸려 서울에 온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이 ‘해외민주통일인사 귀국추진위원회’를 꾸리고 그들의 모국방문을 추진해 이루어졌다.

한통련은 도착하자마자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 들러 민중당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방문단을 대표해 한통련 강춘근, 박남인, 송세일 부의장과 오사카본부 김창오 부대표위원, 그리고 귀국추진위원회 한충목 공동추진위원장(6.15남측위 상임공동대표)가 참석했다.

방문단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창오 오사카본부 부대표위원은 이번 방문단 목적에 대해 “▲3.1독립운동 100주년행사에 참가하고 ▲한통련 조직과 운동을 널리 알리며 ▲한통련의 합법성을 공고히 하기 위해 모국을 방문하게 됐다”고 힘줘 말했다.

그들이 모국 땅을 밟은 오늘, 가장 하고 싶은 말은 “한통련의 명예회복과 여권발급”이다.

송세일 부의장이 마이크를 잡고 “박정희 정부는 눈엣가시인 한통련을 말살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모진 탄압을 가했으며, 1978년에는 재일한국인간첩사건을 날조하면서 분명한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한통련을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로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통련은 김대중 정부를 거쳐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과 2004년엔 여권을 발급받아 고국을 방문할 수 있었다. 당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이 중심이 된 ‘한통련대책위원회’의 노력으로 가능했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들어선 여권 발급을 거부당해왔다. 여권이 발급될 경우엔 신원확인서나 서약서 제출 의무화, 영사 면담 강요, 여권 유효기간 단축 등 부당한 차별과 처우를 거쳐야 했다. 송 부의장은 “현재도 이런 사례가 일부에서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방문엔 한통련 26명, 회원단체인 재일한국청년동맹 7명, 재일한국민주여성회 6명, 그리고 모국방문단 취지에 함께하는 재일동포 11명 등 총 50명이 방문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한통련 손형근 의장은 이번에도 여권 발급이 거부돼 방문하지 못했다. 여권이 발급된 회원들의 여권 유효기간도 1년에 불과한 상황이다.

▲ 지난해 8월9일, 민플러스-조선신보-Web통일평론이 공동으로 주최한 ‘4.27판문점선언시대와 우리의 역할’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손형근 한통련 의장. 손 의장은 6.15공동선언실천 해외측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하다.

송 부의장은 또 “한통련은 이런 부당한 일이 있을 때마다 당국에 항의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9년 손형근 의장이 입국했을 때 국가정보원의 부당한 조사가 있었고, 진실화해위원회에 제출한 ‘반국가단체 규정은 부당하다’는 진정도 보수계 위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던 사례를 언급했다.

한통련 방문단은 “2018년 판문점선언으로부터 시작하는 평화, 번영, 통일로 향하는 한반도 정세를 맞이하면서 분단적폐이기도 한 분단시대의 잔재를 당연히 청산해야 한다”면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강조했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한통련에 대한 반국가단체 규정이 먼저 해제돼야 한다”면서 “이번 방문단에서도 배제된 손형근 의장에 대한 여권을 발급하는 조치가 우선 취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통련은 또 “평화, 번영, 통일 시대를 열어나가려는 문재인 정부를 적극 지지 지원하는 마음으로 일관되어 있다”는 의지를 전하면서 “분단을 청산하고 통일을 앞당기는데서 문재인 정부의 담대한 결단과 강력한 지도력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통련 모국방문단은 28일 저녁 3.1운동 100주년 기념대회 참가를 위해 서울을 방문한 일본, 유럽, 미국 동포들과 결의대회를 갖는데 이어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주최하는 환영만찬에 참석한다. 3월1일엔 3.1운동 100주년 기념대회 등에 참가해 동포들을 만난다. 오전 10시 용산역 강제징용노동자상 참배, 오후1시 조선학교 차별 규탄행동, 오후2시 3.1백년 범국민대회와 청년학생자주독립대행진, 오후5시30분 자주통일민족대회 등에 함께하며, 2일엔 도라산역을 비롯한 DMZ평화기행을 한 후 3일 일본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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