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박기고]파업 이유는 ‘재벌개혁’… 승진거부는 구사대 거부의사

15일자 중앙일보에 ‘연봉 9600만원 현대차 노조의 어이없는 파업이유’란 제목의 사설이 실렸다. 이를 본 현대차 2공장 의장2부에 근무하는 노동자 김동환씨가 중앙일보의 ‘임금’과 ‘승진거부’ 관련 왜곡된 보도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글을 민플러스에 보내왔다.[편집자]

▲ 현대자동차 의장2부 [사진출처 금속노조]

파업이유는 재벌개혁, 어이가 없겠지…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재벌개혁을 주장하며 파업에 돌입한다. 지난 5일 올해 단체교섭 결렬이후 쟁의권을 확보한 19일부터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쟁의행위를 한다. 일각에서 왜곡선전하는 임금인상이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를 망친 재벌들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으로서 당연한 책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현대차지부는 10년간 현대차 자본으로부터 억압과 착취에 놓여있던 비정규직을 지난 3월15일 전원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단순히 임금인상만을 요구하는 이기적인 집단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한 부분이다.

시급 8,750원 연 2,065시간 일하는 게 귀족?

하지만 현대차지부에 쏟아지는 왜곡은 “연봉 9000만원 노동자가 또 파업에 나선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제를 망친 장본인이며 귀족노동자로 매도한다. 과연 그럴까. 현대차지부 조합원들의 평균시급은 8,750원이고, 평균기본급 210만원이다. 평균노동시간은 2,065시간이다. OECD회원국 1,770시간 보다 300시간이 많다. 물론 취업난과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어 대기업에 다니는 것만으로 부러움을 사고 있지만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들의 정당한 쟁의행위가 매도되어서는 안된다. 불법탈법으로 대한민국 경제를 망치는 재벌을 개혁해 취업난과 실업률 해소하려고 파업하는 노동조합에 오히려 박수를 보낼 일이다.

▲ 현대차노조가 재벌개혁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사진출처 금속노조]

구사대로 차출되기 싫어서 승진 거부

아니나 다를까. 보수언론은 일반직과 연구직 조합원(8000여 명)의 승진거부권을 문제 삼고 있다. 직장인이라면 단연 승진해서 최고경영자까지 가는 게 목표일 것이다. 하지만 현대차 일반직과 연구직 다수는 승진을 거부하고 있다. 이유는 의외다. 일반연구직 과장 이상은 노동조합의 단체행동에 구사대로 차출된다. 차량개발과 품질향상에 힘써야 할 시간에 어처구니없게도 구사대로 동원된다는 현실에 이들의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노동조합의 우산 아래 피신하려는 것이 아니라 일반연구직의 자부심마저 박탈하는 회사에 염증을 느낀 것이다.

또 하나. 1분기 현대차 국내공장 가동률을 들먹인다. 차량재고가 쌓이고 가동률이 떨어지는데 파업을 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다. 가동률 저하가 판매 부진에 있는 것은 일정 부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시장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회사에 모든 책임이 있는 것이지, 생산을 담당한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가동률 저하’는 상식적이지 않다.

노동조합은 1987년 민주화투쟁 과정 속에서 7~9월 노동자대투쟁을 통해 건설되었다. 청년학생이 주도하던 민주화투쟁을 노동자들이 이어받으며 세상을 바로 잡고,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힘으로 성장하고 있다. 기존의 기득권층은 천문학적 등록금과 실업률을 높임으로써 학생운동의 씨를 말린 것처럼 노동자들의 투쟁을 배부른 투쟁, 경제를 망칠 투쟁으로 매도하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가 위기에 봉착한 것은 노동자들의 파업이 원인이 아니다. 국정을 농락하는 정치모리배들과 경제를 왜곡시킨 탐욕만 가득한 재벌들에게 그 책임이 있다. 이들에게 죄를 물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공장을 한동안 멈춰 세우는 한이 있어도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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