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복 선생의 ‘북의 과학기술정책’ - 고리형 순환생산체계와 후방산업(3)

세포지구 생성내력은 화산이다. 지금으로부터 150만 년 전 현재의 세포군 성산리에 있던 화산이 폭발하면서 흘러내린 재가 일대를 뒤덮으며 평평한 대지가 생겨났다. 화산재는 산성이어서 농사가 안된다. 수만 년 억세풀만 무성하던 버려진 땅이었다. 
우리가 세포군에 도착하자 과학자돌격대원인 한윤철 박사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농업과학원 사리원 축산학연구소 부소장으로 있다가 세포지구 건설에 지원해 온 한윤철 박사가 우리의 세포등판 안내원인 것이다. 

▲ 세포군 성산리 축산기지종합지령실 앞에서 돌격대원 한윤철 박사와 함께

목장인지 무엇인지 분간이 안 되는 사방팔방이 확 트인 광활한 풀밭에 우리가 서 있다. “젊어지라 복받은 대지여” 라고 엄청나게 큰 글씨를 보고서야 우리가 드디어 목장에 온 것을 실감하게 된다. 그 글자는 꽤 먼 거리인데도 내 사진기로서는 한 장에 잡을 수가 없어서 두 장으로 찍어야만 했다.
이렇게 수만 년 묵었던 세포지구에 대한 종합적인 개발이 김정은 시대에 와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2012년 9월 22일에 세포등판 건설명령이 내려졌다. 
성산리에 맨 먼저 종합지령실을 건설하고 5만 정보 전역을 작은 필지로 나누어 관리한다. 각 지역별 온도, 전염병, 풀 건강상태 등을 살핀다. 세포는 염소 방목이 주가 될 것인데 공사가 완성되면 50만 마리를 방목하게 된다. 

▲ “젊어지라 복 받은 대지여” 커다란 돌덩이가 모여서 글이 되었다.
▲ “젊어지라 복 받은대지여”

자주 등장하는 돌격대란 말이 군사작전 용어이지만 북에서는 수력발전소건설, 물길공사, 간척지공사와 같은 험난한 대자연개조공사나 려명거리건설과 같은 대규모 건설공사장에서는 언제나 가장 위험한 작업을 군인건설자들이 맡아서 하고 그 뒤에 돌격대가 따라간다.
세포등판 건설명령이 하달된 날인 9월 22일을 따서 만든 922돌격대가 전국의 각 도시군 직장별로 편성되었다. 이와는 별도로 국가과학원 김책공업전문대학 김일성종합대학 등에서 나온 전문가 조직인 2월17일 과학자기술자돌격대는 종전부터 따로 있던 전문분야 조직이다. 세포등판 축산기지의 과학기술적 문제를 담당할 2월17일 과학자기술자돌격대원 50명이 상주할 고급건물이 성산리에 한창 건축 중이다.

인공풀밭 조성작업은 다 끝났는데 아직은 맨흙이 보이는 곳도 있고 이제 막 풀싹이 올라오고 있는 곳도 있다. 여기저기 건물 공사가 한창이었다. 성산리 일대는 짐승들도 많이 보이지 않았고 염소는 이미 방목공이 풀이 무성한 곳으로 몰고 가 이동한 뒤였다. 빈 우리와 길바닥에 깔린 윤기있는 염소똥 더미만 보고 다음 일정을 계속했다. 염소와 상면은 다음 기회를 기다려야만 했다. 

세포등판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작업은 5만 정보 구석구석의 필지별 토양분석 자료를 완성하는 것이었다. 그 자료에 근거하여 제일 먼저 소석회와 탄재 흙보산비료같은 유기질비료를 준비했다. 그리고 평강에 큰 소석회생산공장을 세우고 후민산비료생산기지도 세워서 토양의 영양물질함량을 결정적으로 늘리기 위한 작업을 우선 했다. 그 뒤에 방목공살림집들과 학교, 집짐승우리, 인공수정시설, 수의방역시설, 축산학연구소, 축산물 및 먹이가공기지 등 수천 동의 건설을 시작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라고 노래했던 유명한 가수 남진이 있다. 그는 사랑하는 연인 둘만의 보금자리를 노래했는데 여기 세포에서는 수만 명의 군인들과 돌격대가 하나같이 손잡고 대자연개조를 통한 미래를 그리며 우렁차게 노래하고 있다.
세포축산기지에서는 필요한 물과 전기도 자체적으로 해결한다. 자립자강의 당정책은 각 지방의 말단 단위들에서도 원칙으로 밀어나가고 있다.

▲ 지하수를 뽑아올리는 풍력양수기
▲ 풍력양수기로 퍼올인 물을 담는 저류지들. 2층집은 염소우리이고 단층집은 방목공살림집

필요한 물은 옆에 흐르는 개울물을 이용하고 개울물이 안 닿는 곳은 풍력양수기로 지하수를 뽑아 저류지에 저장한다. 전력은 중형 수력발전소가 완공되면 국가전력을 쓰지 않고 자체로도 충분하다고 한다.

▲ 트랙터만 빼고 자체제작한 풀밭 조성용 기구들이 자랑스럽게 전시되어 있다.

농기구들도 자체적으로 제작해서 쓰고 있다. 70년 계속되고 있는 제재 극복 수단으로서만 자력자강이 아니고, 항일빨치산 시기부터 자기 힘만을 믿고 나아갈 때에 반드시 승리한다는 귀중한 경험이 있기에 북의 자력자강 정책은 제재가 해제된 이후에도 당정책으로서 변하지 않고 집행될 것이라고 한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에 바탕을 두고 무한경쟁속에서 승리한 독점적 기업만이 생존하는 체제가 아니고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실험하고 있는 나라가 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세포등판 대자연개조의 일단계는 2017년 10월 27일에 완성되었다. 수수 천년 잠자던 갈대밭이 기름진 풀밭이 되고 동양 최대의 종합축산기지로 다시 태어났다. 후천개벽이 일어났다.
동영상에 나오는 한 구절을 인용한다. “150만 년 전에 솟구쳐 올라온 자연 화산은 이 땅을 불모의 땅으로 바꿨지만 김정은시대에 터져 오른 애국의 활화산은 어떻게 대지를 천지개벽시켰는지를 머지않아 세계는 볼 것이다.”

집짐승우리들마다에서 닭, 오리, 돼지의 배설물이 흘러 나온다. 닭, 오리 배설물은 쓰레기가 아니고 발효시키면 훌륭한 돼지사료가 된다. 애국풀, 단백먹이풀은 물론 콩짚, 강냉이짚과 같은 짐승이 먹을 수 없는 거친 재료도 토착미생물과 함께 발효하면 맛있는 집짐승 먹이가 된다. 알곡먹이를 대폭 절약하게 된다. 돼지 배설물은 유기농비료의 원천이 되고 유기농비료는 또 다른 진거름 퇴비, 흙보산비료와 함께 땅을 기름지게 만들고 있다. 유기농복합비료는 화학비료의 흡수능력을 높여서 적은 양의 화학비료만으로도 큰 효과를 보기에 화학비료 사용량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된다. 
5만 정보 풀밭에 염소 50만 마리와 닭, 오리와 돼지, 소로 넘실거릴 것이다. 평강군에 자동화된 대형 고기가공공장과 짐승사료가공공장이 이미 작업중에 있다. 질이 높은 햄 통조림, 소세지, 요구르트, 산유, 우유, 치즈, 빠다 등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풀을 고기로 바꾸려는 당 정책을 실현하는 현장이다. 고리형순환생산체계에 의한 농축산방법을 전국으로 파급하는 본보기 공장이 되고 있다.

 

▲ 우리당 염소 250마리 수용. 낮에는 방목장으로 나가서 비어있다. 창이 없는 윗층은 건초창고
▲ 젖산발효 풀저림칸. 두터운 세멘트벽 흙을 높히 쌓아서 보온한다. 이제 건설 중이다.
▲ 짐승 우리에서 배설물이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오게 설계한 메탄가스탱크
▲ 3층 건물은 2.17돌격대 과학자기술자50명이 상주할 살림집

 

위 동영상은 세포지구의 천지개벽을 노래한다. 소요시간이 20분이다. 
세포읍에 거주하는 81세인 양 옥희 할머니의 구수한 역사해설부터 돌격대 형성 과정과 건설현장에서 돌격대원들의 삶과 생각과 결의를 보여주는 좋은 동영상이다.(다음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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