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 맘상모 활동가 “최근 수차례 법 개정에도 독소조항 곳곳에”

▲ 신사동 가로수길 '우장창창' 사장 서윤수씨(오른쪽)와 맘상모 조윤 활동가(왼쪽)가 가게를 지키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이른바 ‘리쌍건물’ 지하의 곱창전문점 ‘우장창창’을 두고 벌어지는 임대인-임차인 분쟁에 대해 말들이 많다. 독한 임차인과 이때다 싶어 달려든 전문시위꾼들 때문에 법을 준수한 건물주 리쌍이 연예인으로서 거꾸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단 주장도 있다.

이렇게 말하는 이들에게 우장창창 사장 서윤수씨와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 회원들이 해주고픈 말은 “법대로 하면 우리나라 임차인들 중에 버틸 사람이 없다”는 것. 즉 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임차인이 억울하지 않은 건 아니란 뜻이다. 지난 7일 1차 강제집행이 중단된 이후 2차 집행에 대비해 매일 우장창창 가게 앞을 지키고 있는 조윤 맘상모 활동가와 인터뷰를 통해 현행 상가임대차보호법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6년 장사하게 해줬으니 충분하다? 다른 나라는 적어도 10년 보장”

상가임대차보호법 10조에서 정하고 있는 상가 임차인 보호기간은 5년이다. 이 기간 중엔 월세 연체나 심각한 건물 훼손 같은 사유가 없는 한 계약갱신을 보장받을 수 있다. 우장창창은 2010년부터 6년이나 장사를 했으니 나가도 아쉬울 게 없지 않느냐는 주장이 있다고 묻자 조 활동가는 한숨부터 쉬었다.

“일단 우장창창의 경우만 보면 2013년에 1층에서 지하로 이전하면서 새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2018년까지 보장받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5년이란 조항 자체에 문제가 있어요. 외국은 10~15년은 보장해 주는 게 일반적이고 일본은 관련법에 아예 기간의 제약이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임대인의 권리가 너무 제약받는 게 아닐까? 조 활동가는 “아무리 건물이 임대인의 것이라 해도 임차인도 초기 시설투자에 상당한 돈을 투자하고 몇 년간 영업하면서 건물의 가치를 올린 공로가 있으므로 최소 10년 보장은 무리한 주장이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임차인에게 조금만 결격사유가 있어도 계약갱신을 거부할 법률 조항은 얼마든지 있어 우리나라가 지금 임대인 권리제약을 걱정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권리금 보호, 아직도 갈길 멀어”

시설투자금이나 영업가치 관련해 나오는 논쟁점이 바로 권리금 문제다. 권리금은 통상 임차인들 사이에 오고가는 돈이다. 그러나 임대인이 직접 장사하겠다고 임차인을 내보낸 다음 몇 달 뒤 권리금을 받고 다른 임차인을 들이는 등의 ‘권리금 약탈’이 비일비재하다.

조 활동가가 말하는 우장창창 서씨의 사례도 비슷하다. “서씨도 처음 이 건물에 들어올 때 이전 임차인에게 지불한 권리금과 시설투자금을 합해 4억이 넘는 돈을 투자했어요. 2013년 서씨가 1층에서 지하로 내려가 영업하기로 합의할 때는 권리금 보호조항이 없던 시깁니다. 그래서 당시 리쌍이 서씨에게 1억8천만원을 지급한 부분은 나름 신경을 써준 거라고 볼 수도 있죠. 그러나 서씨는 지하로 옮기면서 다시 많은 시설투자를 해야 했고, 리쌍이 서씨가 본래 영업하던 1층을 다른 임차인에게 줄 경우 4억보다 훨씬 많은 권리금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완전히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서씨가 본래 영업하던 1층은 현재 리쌍 멤버 길(본명 길성준)의 누나가 ‘리쌍포차’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상가임대차보호법에 권리금 보호조항이 신설됐지만 여전히 구멍이 많고 오히려 임차인들에게 불리해진 조항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계약종료일 3개월 이내에 새로운 임차인과 계약이 이뤄질 때만 권리금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조항이다.

조 활동가는 “이전에는 관행적으로 계약 종료 기간과 관계없이 기존 임차인이 알아서 새로운 임차인을 구해오면 임대차 계약도 새로 맺고 권리금도 임차인들끼리 주고받으면 됐다. 그런데 ‘3개월 이내’라는 조건이 붙어 버리면서 오히려 임대인들이 이를 이용해 급한 사정이 있어 나가려는 임차인의 권리금을 ‘합법적으로’ 약탈할 수도 있게 됐다. 법 개정 직후부터 실제로 이 조항이 악용된 피해사례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임대인이 임차인을 내보낸 뒤 18개월 동안 영리행위를 하지 않으면 내보낸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조항도 문제다. 조 활동가는 “임차인도 다른 장사를 하거나 생업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정확히 18개월간 비워두는지 확인하기도 어렵다”며 “게다가 보통 권리금이 월세의 30~100배나 되니 임차인을 쫓아내고 18개월 간 비워둬도 손해가 난다고는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환산보증금? 먹고살만한 임차인은 보호를 덜 받아도 되나요?”

환산보증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환산보증금이란 임대차 계약상 보증금과 월세의 100배를 곱한 금액을 합친 액수인데, 이게 일정금액 이상일 경우 상가임대차보호법 일부를 적용받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부자’ 임차인에 대한 보호 제한 조치인 셈이다.

조 활동가는 “좀 먹고 살만한 임차인은 보호를 덜 받아도 된다는 관점에서 만들어진 것이 환산보증금이다. 그러나 연봉 1억 받는 노동자라고 노동법 적용에서 제외되는 게 부당하듯 남들보다 월세 많이 낸다고 권리를 제약받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최근 두 차례 법개정으로 환산보증금으로 인한 적용제외 조항은 많이 줄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문제가 바로 묵시적 계약 갱신이고 서씨가 명도소송에서 패하고 강제집행까지 오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묵시적 계약 갱신은 임대차 계약 종료일 6개월에서 1개월 이전에 임대인이 갱신거절 통보를 하지 않으면 기존계약과 같은 조건으로 1년 자동갱신되는 제도이다. 그러나 서씨는 계약조건상 환산보증금 기준(서울의 경우 4억 원)이 넘어 계약종료 1개월 전까지 자기가 먼저 계약갱신을 청구하지 않으면 민법상 계약이 종료되는 터였다. 임대인에게서 아무런 연락이 없어 당연히 계약이 연장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가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조 활동가는 “이런 사각지대는 맘상모 운영진도 우장창창 사태를 통해 처음 알았다. 이걸 찾아낸 임대인 쪽 법률대리인이 대단하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허탈해했다. 현재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엔 환산보증금 기준 폐지안이 포함돼 있다.

“불법 대 합법 싸움으로 모는 것은 옳지 않아”

서씨와 맘상모는 자신들의 우장창창을 지키려는 싸움을 ‘불법 대 합법’ 구도로 대하는 게 불편하다. “주차장에서 영업한 것을 많이 얘기하는데 이건 이전 임차인도 주차장에서 영업을 했고 인근 영업장 상당수가 그렇게 영업하고 있거든요. 게다가 지하로 이전하는 조건 중 하나가 주차장 용도변경에 임대인이 협력해 주는 거였는데 서씨의 요구를 계속 묵살한 사실도 있습니다.”

조 활동가는 끝으로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데 사소한 법률적인 미비로 재판에서 졌다고 한 쪽은 범법자로, 한 쪽은 억울한 준법자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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