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

1월2일부로 임기를 시작한 권정오 전국교직원노조 위원장을 만났다. 지난해 연말 시행된 전교조 19대 임원선거에서 기호 3번 권정오(53)·김현진(45) 후보조가 51.5%를 득표해 결선 투표없이 당선했다. ‘바꾸자! 전교조, 주목하라! 교사의 일상에, 선택하라! 새로운 세력을, 딥(DEEP) 체인지’를 슬로건으로 건 권정오 위원장의 서른살 전교조의 새 계획을 만날 수 있었다. [편집자]

오전 9시, 출근과 동시에 진행된 다소 어수선한 인터뷰는 권정오 위원장이 직접 타준 차 한 잔의 여유로 안정을 찾았다.

연초에 누구나 그렇지만 울산에서 올라와 6만 조합원의 위원장이 된 권정오 선생님은 최근 일상이 없는 일상을 살고 있다.

[사진 : 선현희 기자]

근본적인 변화

권 위원장의 고단한 서울 생활 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첫 질문을 던졌다. 영어까지 써가며 ‘딥(DEEP) 체인지’라고 했는데, 어떤 의미를 담았는지…?

“근본적인 변화. 전교조 전체가 근본적인 변화를 하지 않으면 이 위기상황을 돌파할 수 없다는 암묵적인 동의가 모였음을 표현했다.”

권 위원장은 전교조가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래서 위기의 원인을 무엇으로 보는지 물었다.

“선거 기간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노동조합이 제발 조합원 얘기 좀 들어주세요’였다. 이말을 바꾸면 조합원이 전교조의 주인이 아니었다는 것. 활동가 중심의 사업관행들이 너무 오래되다보니, 대중조직 다운 활동은 사라지고 대중과 지도부가 격리된 상황이 위기의 본질이다.”

사실 진보진영 내에서는 너 나 할 것 없이 한 번쯤 이런 진단을 했다. 문제는 실행 여부. 권정오 집행부는 ‘조합원을 주인으로’라는 결심이 ‘구호’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담보가 있는지 물었다.

“조합원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아무도 예상 못했던 결선 투표 없이 1차에 당선된 선거 결과는 ‘딥 체인지’에 대한 단순한 지지가 아니라 조합원들이 체인지의 주역이 되겠다는 의사 표현이다.”

[사진 : 선현희 기자]

조합원의 뜻대로

권 위원장은 조합원의 힘과 지혜를 모으면 ‘참교육의 함성’을 넘어 서른살 전교조가 한국사회의 새로운 30년을 설계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넘쳐났다.

2019년 집행 첫해, 권 위원장은 직접민주주의의 토대를 닦는 것을 제1목표라고 했다.

“첫째 전교조 중앙본부의 인원과 기능을 줄이고 지부와 지회의 역할을 높이겠다. 두 번째는 의사결정 구조에 조합원들의 직접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신설된 조합원총회의 기능을 높이겠다.”

시스템을 아무리 잘 갖춰도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인데, 조합원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 아닐까? 권 위원장은 이런 의구심을 풀어 주었다.

“조합원의 뜻대로. 조합원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사업은 기획 단계에서 폐기한다. 사업의 시작은 조합원의 발기로, 집행은 조합원의 힘으로, 결과는 조합원이 덕 보게….”

[사진 : 선현희 기자]

교육권은 보호되어야 한다

권 위원장은 우리 사회에 ‘교육권’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교육권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교육권 보호법을 제정하겠다.”

교사의 권리와 권위를 보장받겠다는 ‘교권’이 아니라 교육할 권리를 의미하는 교육권. 교육권이라는 조금은 생소한 표현에서 ‘선생질’이 아니라 선생님이라는 존경받는 스승의 모습이 떠올랐다.

“정작 무너진 것은 교권이 아니라 교육하고 교육받을 권리 바로 교육권이 무너졌다.”라는 권 위원장의 말은 오래도록 마음을 무겁게 했다.

권 위원장은 최근 50대 교사의 명예퇴직자가 늘어나는 이유도 교육권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사에게 부여되는 교육 이외의 과다한 업무와 스트레스가 그들을 더 이상 학교에 버틸 수 없게 한다는 것이다.

교육권이 무너진 데는 학부모의 책임도 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마라’는 옛이야기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자녀들에게 학부모가 선생 욕을 해대는데 그 학생이 선생님을 어떻게 대할지는 뻔한 일이다.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스카이 캐슬’을 어떻게 봤는지 궁금해졌다. 전편을 다 보진 못했고, 중간중간 몇편을 봤다는 권 위원장은 ‘스카이 캐슬’은 드라마 장르로는 호러(공포)물이라고 답했다.

“30년 교사생활을 하고 있지만 설마 진짜 저럴까… 싶다가도, 학교장 표창(대학진학에 반영) 받으려고 자기 자녀를 학생회장 시키기위해 온갖 수단 다 동원하는 것 보면 또 그럴 것 같기도 하고…”

서른살 전교조의 꿈

권 위원장은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운동의 위기상황을 전교조는 어떻게 함께 헤쳐나갈지에 대한 물음에는 즉답을 피했다. 다만 관성적이고 형식적인 사업태도와 구호만 난무한 실속없는 투쟁전략으로는 진보진영의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권 위원장은 말한다. “1989년 전교조를 창립한 지난 30년간 전교조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과정이었다. 무상급식, 고등학교 무상교육, 혁신학교 등 모두 전교조의 꿈이었다. 서른살 전교조는 여전히 미래를 꿈꾼다. 교육이 미래고, 전교조의 상상이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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