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정기대대에 관심 갖는 보수언론들의 주장 다시 읽기

오는 28일 열리는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정기대대)에 적지 않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정리해고·파견법 등의 입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자 이에 반발해 1999년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민주노총이 20년 만에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라는 사회적 대화 복귀 여부를 결정하는 대대다. 관심이 높을 법도 하다.

민주노총은 정기대대를 앞두고 경사노위 참가여부를 비롯해 올해 사업계획을 놓고 조합원들의 의견 수렴과 열띤 현장토론으로 1월을 보냈다.

대회가 다가올수록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 대한 수구보수언론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그 내용은 역시나 예상을 빗나가지 않고 ‘민주노총 때리기’다.

▲ 사진 : 뉴시스

정기대대를 며칠 앞두고, <매일경제>가 선두에서 민주노총 사업계획에 대해 작정하고 딴죽을 걸기 시작했다. 22일 저녁 인터넷 출력판에 이어 23일 지면까지, 상당한 지면에 민주노총의 이야기를 하며 ‘민주노총이 국정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고 여론몰이를 했다. ‘노조인지 정당인지’, ‘노골적 국정개입’, ‘전방위 간섭’ 등 자극적인 제목을 동원해 민주노총이 경제·외교·통일 분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

이날 <매일경제>는, 민주노총이 올해 3대 분단적폐(한미동맹, 주한미군, 국가보안법)를 청산하는 투쟁에 나서고, 법무부‧외교부와의 노정교섭에서 한반도 평화와 자주통일 의제를 논의를하겠다는 것을 두고 “외교안보 이슈 개입” “국정개입”이라는 과도한 해석을 내놓았다. 또, “남북관계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 하의 한미관계와 북미관계에 영향을 더 크게 받는 방향으로 구조화돼 있으며, 문재인 정부도 여전히 여기에 머물러 있다”는 민주노총의 정세상황 분석을 “(민주노총이)사실상 문재인정부의 한반도 평화구상을 적폐라고 지적했다”는 뜻으로 이끌었다.

어떻게 하면 이런 해석이 가능할까? <매일경제>가 문 정부의 한반도 평화구상 자체를 적폐로 규정했다는 민주노총의 사업계획엔 이런 내용이 있다. “4.27판문점선언 1주년을 계기로 한, 보다 강화된 한반도 평화 및 남북경협 흐름을 예상”하며,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해 다양한 투쟁계획을 밝히고, ‘노동자들이 앞장서서 남북의 자주교류를 만들고, 한반도 평화 및 자주통일을 위한 각계각층 연대를 확장하며, 한반도 평화‧자주통일 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를 가져가겠다’는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남과 북 두 정상이 합의한 두 선언의 내용을 철저히 이행하기 위한 투쟁과 사업계획을 제시하고 있는데, 문 정부의 구상을 적폐로 규정했다는 <매일경제>와 같은 해석은 참 억지스럽기만 하다.

<매일경제>는 또 민주노총이 “노사 문제를 넘어 정치, 부동산, 외교, 남북관계 등 그야말로 국내 모든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낸다는 계획”, “국정감사와 정부예산안 심의, 입법 심의 및 의결 과정 전반에 대한 대응 총력투쟁으로 사회대개혁 의제를 적극 제기하겠다고 밝혔다”고 했다. 맞다. 김명환 위원장은 수차례 공개적으로 “사업장 담장을 넘어 노사 문제만이 아니라 총력을 다해 사회대개혁 의제를 적극 제기하겠다”는 결심을 밝혀왔다. 민플러스와 한 인터뷰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를 ‘노골적인 국정개입’이라니…. 누구나 다 아는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2항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땅 100만 노동자(시민)가 구성원인 민주노총이 ‘사회대개혁’을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것에 어떤 해석이 달려야 하는 것일까?

그러면서 <매일경제>는 “민주노총이 지금처럼 전사회적 의제를 다루게 되면 정작 자신들이 풀어야 할 노사 문제가 뒷전으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고 민주노총을 걱정(?)하면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말을 빌렸다. 김 의원의 “민주노총 조합원 권익과 경제·사회적 지위 향상도 중요하지만, 국가 경제와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서도 민주노총이 고민할 때가 됐다”는 말을 인용했다. 자유한국당이 말하는 ‘국가 경제’와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가 대체 어떤 문제라는 것인가.

우리 사회 노동자들을 대변해 누구보다도 절절한 마음으로 최저임금 꼼수와 개악 반대, 탄력근제 확대 저지, 비정규직 철폐, ILO핵심협약 비준 투쟁 등에 앞장섰고, 앞으로도 그러겠다는 민주노총의 목소리를 그렇게도 듣지 않던 자유한국당에겐 이와 같은 의제들은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와 무관하다는 뜻인가.

▲ 사진 : 뉴시스

‘민주노총 때리기’에 있어서 뒤짐 지고 있을 <조선일보>가 아니다. 1월 지면을 더듬었더니, 지난 9일자 “프로야구도 아니면서… 민노총 1년치 파업 예고” 기사에 이어, 10일자 “폭력 철밥통 민노총, ‘대한민국 大개혁하겠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도 민주노총이 2019년 총파업 계획을 제시한 것을 두고 “협상을 하기도 전에 파업부터 하겠다고 한다. 세계 노조사(史)에 없을 일이다. 안하무인이다”라고 작심문장을 쏟아냈다. 정부에서도, 기업에서도, 여느 단체에서도 1년의 계획과 전망을 세우는 것은 당연하다. 조선일보도, 그리고 여타 언론사도 1년의 방향(노선)을 정하긴 마찬가지일 테다. 그런데 민주노총이 대내외 정세를 전망하면서 세운 총파업 계획과 2019년의 계획에 관심을 두면서 1년치를 보진 않고 보고 싶은 주요단어들만 본 것일까?

뿐만 아니다. “민노총과 같은 귀족 노조가 철밥통을 지키기 위해 노동 개혁을 막고 있다”,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를 막고, 정부가 뒤늦게 내놓은 최저임금 개편안도 저지하겠다고 한다”고 썼다. ‘철밥통’이란 단어는 여지없이 또 등장했고, 문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선 이제 ‘노동 개혁’이란다. 그렇다면 조선일보가 올 한해 계획과 방향(논조)을 그렇게 정하기라도 한 것일까? 이런 해석이 과도할까 아닐까?

▲ 사진 : 뉴시스

민주노총의 2019년은 조합원들이 결정한다

민주노총의 사업계획 안에 있던 경사노위 참가에도 언론들의 관심은 뜨겁다. <중앙일보>는 지난 9일자 ‘서소문 포럼’이라는 논설위원 칼럼에서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 배경이 “자기 몫만 챙기는 기득권 집단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10일자 사설에선 “일자리·실업·최저임금·탄력근로제 등 시급한 노동분야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책임을 나눠야 할 한 축인 민주노총이(김명환 위원장이) 뒤늦게나마 사회적 대화에 참여의사를 밝힌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경제·민생 분야의 성과를 강조하며 기업의 혁신과 투자를 적극 돕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을 언급하면서는 “노동시장 개혁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강성 노조에 끌려다니는 정책으로는 기업에 혁신과 투자 의욕을 불어넣을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문 대통령이)민노총에 대한 촛불 부채의식에서 이제 벗어날 때가 됐다… 촛불혁명에 민노총과 시민단체들이 투쟁의 멍석을 깐 것은 맞다. 하지만 큰 이슈가 있을 때마다 으레 하는 행동이었다”고 깎아내렸다.

<한국경제>는 22일자 한 칼럼에서 “민주노총이 새해 사업 목표를 ‘사업장 담장을 넘어 한국 사회 대개혁’으로 삼겠다고 하면서, 재벌 체제와 재벌 경영이 낳는 사회적 불균형과 양극화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기 위해 올해 주요 투쟁 목표의 하나로 재벌 개혁을 들고 나왔다”면서 “재벌에 대한 공격 포인트가 ‘노동적’인 이슈보다는 지배구조 개혁이나 불법승계 타파 같은 총수의 지배력 약화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격렬할 싸움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가여부는 언론이 강변한다고 해서 결정되는 문제가 아닐뿐더러 ‘기득권 집단’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방도로 경사노위 참가를 논의하고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또, 민주노총이 경사노위 참가를 비롯해, 올해 재벌체제 극복, 한반도 평화와 자주통일 등을 주요사업과 투쟁으로 계획한 것도 보수언론들이 말하는 문 정부를 향한 ‘촛불혁명 청구서’가 아니다.

김명환 위원장은 1월 다양한 언론을 만나 수차례 인터뷰를 하며 민주노총의 입장을 밝혔다. 시종일관 민주노총이 올해 ‘사회대개혁’을 위해 더욱 본격적인 투쟁에 나서겠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촛불혁명 광장에 깔았던 멍석을 잠시 접었다가 이제 다시 펴려는 것이 아니다. ‘으레 하는 행동’이 아닌 그동안 ‘민중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해 수행하려해 온 ‘촛불혁명’의 과제를 더욱 앞장서서 실현하겠다는 결심이다. 이를 녹여 올해 사업계획에 담았다.

경사노위 참여여부도, 올해 ‘사회대개혁’을 위한 사업계획도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오는 28일 정기대대에서 스스로 결정할 것이다. 지난 1월, 현장과 지역, 각 산별노조에서 조합원들이 피타는 토론을 해왔다. 28일 결정될 사업계획을 실천하고 투쟁하는 것도 역시 조합원이다.

얼마 전 청와대 앞에서 ‘비정규직 이제 그만’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항의행동을 하다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김수억 기아차 비정규직지회장의 영장청구서에 민주노총은 ‘암적 존재’로까지 표현됐다. 정치권의 발언이 사법부의 영장청구서에 인용되고 보수언론들은 그대로 받아쓰기를 한다. 곳곳에서 민주노총을 혐오하는 발언들이 쏟아져도 200만 조합원을 조직하고 재벌체제 극복과 사회안전망 확충, 한반도 평화와 자주통일 등 올 한해 한국사회의 ‘대개혁’에 앞장서겠다는 2019년 민주노총의 행보를 주목해본다.

▲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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