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이 22일 세계경제포럼 연설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추진 과정을 설명하면서 “최대 압박과 제재가 북한(조선)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북한(조선)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고 경제 제재나 가해서는 비핵화에 한 발짝도 접근할 수 없다는 진리는 지난해 6.12북미정상회담에서 이미 공인된 결론이다.

그런데도 북한(조선)이 압박을 두려워하고 제재를 견디지 못해 대화의 장에 나왔다는 허무맹랑한 주장을 계속하는 이유는 뭘까? 이것은 명분 없는 대북제재를 어떻게든 붙들고 싶은 미국의 욕망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제재가 북한(조선)을 대화로 불렀으니 대화를 계속하려면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제재를 강할수록 대화의 여지는 줄고, 비핵화는 멀어진다.

미국이 최근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을 문제 삼는가 하면,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을 걸고넘어지는 등 대북제재를 강화하자 비핵화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대북 전달마저 제재의 덫을 씌운 미국의 비인도적인 조치는 국내외 반미여론까지 촉발했다.

개성 공동연락사무소와 철도·도로 연결 방해에 이은 워킹그룹의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식 행태는 ‘압박과 제재’가 비핵화의 걸림돌임을 깨닫게 한다.

압박과 제재가 대화의 적이라는 것은 북한(조선) 입장에서 보다 분명해진다. 북한(조선)이 지금까지 ‘총에는 총으로, 말에는 말로’라는 기조를 유지해 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북한(조선)이 먼저 대화를 요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설사 먼저 대화를 제의했다 하더라도 미국이 압박과 제재로 계속 위협을 가해 오면 부득불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런 이치를 일찍 깨달은 문재인 대통령은 ‘9월평양공동선언’ 이후 제재가 대화를 성사시켰다는 언급을 일절 자제하고 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적대관계에 있던 남과 북이 최근 관계가 개선되고 정상간의 대화가 이어지는 것은 제재 때문이 아니라 상호 신뢰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평양시민들에게 “어려운 시절에도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며 끝끝내 스스로 일어서고자 하는 불굴의 용기를 보았습니다.”라고 연설했다.

이 말은 외세의 그 어떤 압박과 제재가 있다 해도 북한(조선)은 결코 이에 굴하지 않음을 믿는다는 뜻이다.

미국의 최대 압박과 제재가 실패한 것은 최근 급속히 긴밀해진 북·중 관계에서도 확인된다.

연초 진행된 북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조선)과 중국은 “친선과 단결, 교류와 협조를 시대적 요구에 맞게 가일층 강화 발전”시키고, “조선반도 정세 관리와 비핵화 협상 과정을 공동으로 연구 조종해나가는 문제와 관련하여 심도있고 솔직한 의사소통을 진행하였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중국은 더 이상 미국의 제재를 통한 비핵화에 동참할 가능성은 낮아졌다. 오히려 북한(조선)과의 경제 교류와 협조를 강화하여 대북제재를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대외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최근 중미 관계의 악화로 인해 더 이상 미국이 중국을 지렛대로 대북제재를 가할 수 있는 명분도 수단도 사라진 상태다.

압박과 제재는 비핵화의 걸림돌이며 대화의 적이다.

미국이 정녕 2차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싶다면 ‘압박과 제재’를 논할 것이 아니라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해제를 통해 신뢰를 쌓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