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가 지난 20일 김수억 금속노조 기아차 비정규직지회장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민주노총은... 암적 존재’라는 표현을 인용한 것에 대해 민주노총이 23일 전국 검찰청 앞에서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열어 규탄했다.

해당 영장청구서엔 “민주노총은 대한민국의 법치와 경제를 망치는 암적 존재” “민주노총과 전교조는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등 정치권에서 나온 발언들이 인용됐다.

▲ 사진 : 뉴시스

민주노총은 회견문에서 “(민주노총은) 숱한 노동적폐 가운데 검찰을 잊지 않고 있다. 범죄자 사업주 대신 노조파괴 피해자인 노동자 때려잡기에 혈안이 돼 노동자의 삶과 정신을 짓밟은 공안검찰의 추악한 행태를 낱낱이 기록해놓고 있다”면서 “국민적 개혁요구에 마지못해 46년 만에 ‘공안부’라는 이름을 포기하고 ‘공공수사부’로 이름을 바꿨지만 이로부터 열흘이 채 안 돼 김수억 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민주노총을 ‘암적 존재’라 부르는 등 천박한 노조혐오 인식을 드러냈다”고 질타했다.

또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자신의 주장 대신 비겁하게도 대통령, 정부, 극우보수 정치인의 입을 빌려 민주노총 흉을 봤다”면서 “(구속영장) 청구서에 남의 입을 빌어 험담을 늘어놓는 부끄러움을 모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라고 힐난했다.

앞서 김 지회장은 지난 18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5명과 함께 ‘비정규직 이제 그만’, ‘공공부문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등이 적힌 손현수막을 들고 항의하다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은 김 지회장이 지난해 9월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 서울고용노동청 농성과, 지난해 11월 청와대와 국회 앞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4박5일간의 공동행동 건 등을 병합해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당시 민주노총은 “유치장에 감금돼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도망 우려가 없을 뿐만 아니라 모든 사건은 채증 돼 있기 때문에 증거인멸 우려도 없다. 무엇보다 위법한 현행범 체포로 구속한 상태에서 이미 경찰 조사가 끝난 별건을 병합해 구속영장을 신청·청구하는 것은 수사기관이 가진 영장 신청·청구권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21일 김 지회장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기자회견문]

역시 검찰이다. 검찰은 청와대 포토존 앞에서의 사건만으로는 금속노조 김수억 지회장의 구속사유가 되지 않자, 이미 남대문 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별개의 사건까지 병합해 지난 20일 구속영장을 무리하게 청구하며 엉뚱하게 민주노총을 모욕하고 훈계까지 시도했다.

촛불항쟁으로 이명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린 국민들의 절대적 요구는 적폐청산이었다. 보수정권 10년 세월동안 켜켜이 쌓인 적폐는 한도 끝도 없겠지만, 정권과 극우 보수세력을 끌어안은 재벌적폐, 이들의 범죄행위 뒤를 봐주던 사법적폐, 민주노조를 부수고 대놓고 어용노조를 세우던 노동적폐는 대표적인 청산 대상이었다.

민주노총은 숱한 노동적폐 가운데, 누가 봐도 명확한 노조파괴 사업주 범죄를 비호하며 기소를 몇 년이고 미루던 검찰을 잊지 않고 있다. 범죄자 사업주 대신 노조파괴 피해자인 노동자 때려잡기에 혈안이 돼 노동자의 삶과 정신을 짓밟은 공안검찰의 추악한 행태를 낱낱이 기록해놓고 있다.

이들이 국민적 개혁요구에 마지못해 46년 만에 ‘공안부’라는 이름을 포기하고 ‘공공수사부’로 이름을 바꿨지만 이로부터 열흘이 채 안 돼 김수억 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민주노총을 ‘암적 존재’라 부르는 등 천박한 노조혐오 인식을 드러냈다.

물론, 간판만 바꿔 달았다고 해서 앞 다퉈 공안통이 되길 바라고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자처하던 46년 묵은 정치검찰 버릇과 인식을 일거에 고칠 수야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록으로 남는 구속영장 청구서만큼은 최소한의 양식과 품위를 지키는 시늉이라도 해서 작성할 것이라는 민주노총의 기대는 순진한 착각이었음을 검찰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게다가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자신의 주장 대신 비겁하게도 대통령, 정부, 극우보수 정치인의 입을 빌려 민주노총 흉을 봤다.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퇴행적 인식이야 스스로 깨닫기 전까진 모를 수도 있지만, 청구서에 남의 입을 빌어 험담을 늘어놓는 부끄러움을 모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심지어 검찰은 자신이 지휘하고, 문서에 검찰이 언급되고 있음에도 경찰이 신청한 문구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뻔뻔함마저 보였다. 그렇게 책임을 모면하고 싶으면 차라리 수사권 다툼을 벌이지 말고 시원하게 경찰에게 구속영장 청구권까지 넘기라.

검찰의 이 같은 구태는 뼈를 깎는 반성과 자기혁신 없이는 고칠 수 없는 고질병에 가깝다. 지금이야 개혁의 시늉이라도 하겠지만 혹시라도 다시 보수정치인이 정권을 차지하면 손바닥 뒤집듯 ‘공공수사부’ 간판을 ‘공안부’로 바꿔 달 것이다.

검찰은 스스로 개혁하지 못한다. 우리 조합원들이 “제 버릇 개 못 준다”며 혀를 찰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민주노총이 사회 제 세력과 함께 한국사회 대개혁 투쟁에 승리할 때, 광장에 머물러 있는 민주주의를 사회 각 영역으로 확장시키며 검찰 개혁도 만들어줄 것이다.

2019년 1월23일
민주노동조합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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