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노조 기획탄압 중단·관련자 징계” 촉구
“대리점은 뭐하고 있냐. 노조는 자기 할 거 다하고 있는데, 대리점에서는 그걸 막아설 수 있는 게 있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데 뭐(하고 있느)냐 이야기지.”
지난해 삼성전자의 노조파괴 문건이 공개되며 삼성의 노조탄압 역사가 뜨겁게 여론화 된 후, 삼성전자서비스와 에버랜드 노조파괴·와해 혐의로 강 모 삼성전자 인사팀 부사장을 비롯해 에버랜드 전직 노무담당자들이 줄지어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사업주들의 부당노동행위는 새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노조 설립필증을 교부(2017년11월3일) 받은 후 줄곧 ‘노조탄압’에 시달려온 CJ대한통운 이야기다.
CJ대한통운이 대리점장을 이용해 노조 조합원을 계약해지(해고)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해온 정황을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연대노조)이 폭로했다.
택배연대노조는 “경남, 부산, 대구경북, 울산 등 영남지역의 위탁대리점 및 택배노동자 관리감독을 총괄하고 있는 CJ대한통운 동부사업팀 이 모 지원팀장이 창원지역 대리점장들을 모아 노동조합에 대한 강경대응을 주문하는 등 노조 탄압을 배후조종한 정황이 포착됐다”면서 이 모 지원팀장에 대한 징계와 조합원 계약해지 철회를 요구했다.
택배연대노조와 전국택배노동조합(전국택배노조)은 22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히곤, CJ대한통운 이 모 지원팀장의 지시에 따라 창원의 한 위탁대리점장이 평소 가깝게 지낸 택배노동자를 모아놓고 했던 발언(녹취록)을 공개했다.
“강경대응이라는 게 아까 이야기했잖아. 저거 다 해치울 수 있게끔. … (노조가)입장 주장 내세우잖아 플랜카드 걸고. 마찬가지 여기서도 그렇게 하라는 거야. 맞대응할 수 있는 거.”
“…조금 전에 이야기했잖아. 남기는 거 없이 다 해결해라, 지점에서도 지원할 테니까. 지점에서 지원한다는 게 이◯◯(팀장) 자기가 지원해주겠다 이야기다.”
“김해(는)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이◯◯(팀장)이 예를 든 게 김해를 들었어.”
택배연대노조는 이 모 지원팀장이 강경대응을 주문한 창원지역 일부터미널에 대해 “해당 터미널은 분류작업이 14시경까지 진행돼 택배노동자들은 밤늦게까지 배송을 하고 있다. 그래서 조합원들이 12시에 분류작업을 마치고 배송을 출발한다. 이렇게 되면 18시~19시에는 배송을 마치고 퇴근할 수 있다. 12시 이후 터미널에 도착하는 물량은 다음날 배송하고 있는데, 대리점과 CJ대한통운은 ‘당일배송’을 강조하며 마찰을 빚고 있었다”면서 이것이 이 모 팀장이 창원지역 대리점장들에게 강경대응을 주문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이 모 팀장은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계약해지가 통보된 김해를 강경대응 사례로 들었다”고 꼬집었다. CJ대한통운 김해터미널 관동대리점장은 2018년 1월22일 김도훈 조합원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는데, 관할 노동청의 중재로 같은 해 2월13일 계약해지를 철회하고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한 계약서를 작성했다.
노조는 “관동대리점장은 합의를 깨고 2018년 12월7일 김 조합원에게 ‘위·수탁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김 조합원이 ‘계약해지 사유’가 무엇인지 밝힐 것을 요구했지만 대리점장은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 않고 ‘1년 계약종료’라고만 답했다”면서 “대리점장은 특별한 사유 없이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고 비판했다. 택배연대노조는 이 모 팀장이 강경대응의 사례로 김해를 언급한 것은 “스스로 김해 김 조합원 계약해지 통보에 개입했음을 인정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택배연대노조와 전국택배노조는 회견문에서 “관동대리점장은 당시 일방적으로 변경한 조합원의 배송구역을 협의하기로 한 약속도 이행하지 않을 뿐 아니라, 김해지점장이 지시한 ‘이형수수료 지급’도 지키지 않고 있다. 합의사항을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지급해야할 이형수수료도 착복하는 악덕대리점주가 계약해지 됨이 마땅하나, 오히려 김도훈 조합원이 계약해지 위기에 내몰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김해”라면서 “이 모든 것은 CJ대한통운이 기획해서 벌이는 노동조합 탄압임이 명백하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두 노조는 CJ대한통운에게 “즉시 노동조합 기획탄압 행위를 중단하고, 행동대장격인 이 모 지원팀장을 징계해야 하며, 김도훈 조합원에 대한 부당해고 통보가 무효화되도록 관동대리점장과 계약을 해지하라”고 촉구하곤 “조합원의 해고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설을 전후로 불가피하게 전면적인 쟁의행위에 들어갈 수밖에 없으며, 그 책임은 CJ대한통운에게 있음”을 거듭 경고했다.
한편, 2017년 11월부터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노조의 교섭요청에 불응해온 CJ대한통운. 노조의 합법적인 하루파업을 빌미삼아 노조원의 택배물량을 대체배송 하는가 하면, 지난해 11월 대전허브터미널 사망사고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파업에선 ‘집하금지(택배접수 중단)’라는 직장(대리점)폐쇄를 취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고객들에겐 배송지연의 이유를 ‘노조의 파업인 양’ 공지했다. 또, 합법적인 쟁의행위에 참여한 조합원 중 25%에 달하는 인원을 ‘업무방해’로 고소하는 등 부당노동행위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택배연대노조는 설립필증을 내준 노동부가 “부당노동행위와 교섭회피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CJ대한통운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투쟁을 이어간다. 하나둘 쌓여가고 있는 CJ대한통운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처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