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김영철 조선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출처=백악관]

지난 주말 김영철 조선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2박3일간 미국워싱턴을 방문하여 북미간 2차 정상회담을 2월말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장소는 베트남이 유력하다고 알려졌다. 

김영철 부위원장 일행은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고 폼페오 국무장관과 고위급회담을 여는가 하면, 해스펠 미 CIA국장과도 별도로 만났다. 최선희 북 외무성 부상과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는 19일부터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실무협의를 진행중이다. 

2월말 2차 북미정상회담을 열기로 확정한 것은 큰 진전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은 지난 몇 개월간의 답보상태를 극복하고 북미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는가 못하는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회담이다. 문제는 미국이 어떤 상응조치를 내놓을 것인가이다.

최근 미국내 신호는 이중적이다.
우선 미국의 대북협상목표가 현실적으로 조정되고 있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폼페오 미 국장관은 지난 1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에 대한 위험을 어떻게 계속 줄여나갈지”에 대해 “북한(조선)과의 대화에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발언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 브래드 셔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미국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북이) 제한된 수의, 그리고 고도의 감시를 받는 무기를 갖게 하고 미사일 기술 관련 프로그램을 동결하도록 할 수 있다면, 미국은 더 안전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미국의 안전”이 우선이며, 이를 위해서는 북 ICBM 동결과 폐기를 당면 목표로 잡고 비핵화문제는 후순위로 돌려야한다는 취지이다.

다른 한편, 대북협상에서 패권논리와 강경논리는 여전히 팽배하다.
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과여부는 “북이 핵리스트를 얼마나 내놓느냐에 달려있다”던가, “구체적 비핵화 조치가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연일 나오고 있다. 이번에는 “’비핵화‘개념에 대해 미국과 국제사회가 생각하는 쪽으로 분명히 해야한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김영철 부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면담이 끝난 뒤 성명을 통해 "회동이 생산적이었다"면서도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볼 때까지 북한(조선)에 대한 압박과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미국이 대북협상에서 핵폐기를 앞세우든, ICBM 폐기를 앞세우든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북미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려면 종전선언과 제재해제가 이루어져야 하며, 임시중단 중인 한미연합훈련을 영구중지함과 더불어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지지하는 입장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
미국이 6.12북미공동선언에서 명확히 밝힌 한(조선)반도 비핵화를 '북 비핵화'로 일방적으로 해석하고, 대북압박과 제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에서 변화가 없는 한 답보상태인 북미관계가 달라질 것은 없다.

미국은 대북협상에서 자신이 내놓은 만큼만 얻어가게 될 것이다. 현재 언론보도에 나오는 것처럼 남북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언급한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와 같은 추가조치에 상응해 미국이 대북 인도적 지원의 재개, 상호 연락사무소 개설, 종전선언 수준의 조치를 취하는 정도로는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과적으로 되기 힘들다고 봐야 한다. 이 정도 조치는 북의 입장에서 볼 때 영변핵시설 폐기에 준하는 등가교환이 아니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라는 당면현안을 해결하는 입장에서도 한참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대북협상태도이다.
북은 “신뢰관계에 기초해서”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한다면 ’어떠한 것도 할 수 있다‘는 것을 한두 번만 밝힌 것이 아니다. 2018년 7월 북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도 “우리는 미국 측이 조미수뇌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맞게 신뢰조성에 도움이 되는 건설적인 방안을 가지고 오리라고 기대하면서 그에 상응한 그 무엇인가를 해줄 생각도 하고 있었”지만, 미국이 강도적 요구만 했다고 지적한 점도 그렇고, 이번 김정은 위원장 신년사에서 핵무기에 대해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왔다”고 확인한 것을 놓고 보아도 북미회담 진척여부는 북이 아니라 미국의 태도에 달렸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은 김정은 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지난해 급속히 진전된 북남관계현실이 보여주듯이 일단 하자고 결심만 하면 못해낼 일이 없으며 대화상대방이 서로의 고질적인 주장에서 대범하게 벗어나 호상 인정하고 존중하는 원칙에서 공정한 제안을 내놓고 옳바른 협상자세와 문제해결의지를 가지고 림한다면 반드시 서로에게 유익한 종착점에 가닿게 될 것”이라고 밝힌 점에 유의해야 한다.

“동맹의 가치”를 더 중시해야 한다면서 대북협상기조를 선비핵화 요구로 몰고 가려는 미 제국주의자들은 자신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생각하는 대북제재도 북중관계 개선과 남북관계의 획기적 전진으로 그 수명이 끝나고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이 그저 이미 파탄난 대북제재 고수에 매달리고, 선비핵화논리만 앞세우면서 아무 것도 주는 것 없이 받겠다고만 한다면, 날이 갈수록 미국의 선택지는 점점 없어지게 될 것이다.

미국이 선비핵화를 버리고 ICBM폐기협상에 매달린다면서 아우성을 치는 분단적폐세력 역시 경거망동하지 말아야 한다. 더러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과거의 죄악에 더해 민족의 현재와 미래까지 팔아먹는 범죄행태를 더는 국민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재적 입장에 서 있는 문재인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이 북미실무회담장인 스웨덴에 함께하고 있는 만큼 어정쩡한 기계적 중재가 아니라 개성공단 재개와 금강산 재개는 남북의 합의이며,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반드시 가능한 조건을 형성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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