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광화문에서 故김용균씨 5차 범국민추모제 진행
“자식이 저렇게 돼 봐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인지....”
“비록 아들은 누리지 못 합니다. 하지만 아들한테 고개를 조금이라도 들 수 있는 면목이 생겨서 정말 감사합니다.”
-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국회 통과 전·후 故김용균씨 어머니 인터뷰 중
아들을 먼저 보낸 어머니는 슬퍼할 겨를 도 없이 ‘내 아들 같은 죽음이 또 일어나선 안 된다’는 마음 하나로 거리로 나왔다. 그리고 2018년 12월 27일 산안법이 통과됐다.
전면개정 된 산업안전보건법, 그런데 정작 바뀐 것은 없다
산안법은 기본적인 안전장비도 없이 산업화에만 속도를 내고, 한해에 천여 명이 넘는 노동자들의 사망사고가 이어지던 1981년 처음 제정됐다. 1988년 한 해에 온도계공장에서 일하던 미성년자 문송면군이 수은에 중독돼 숨지고,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이 이황화탄소중독사고로 숨지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1990년 처음 개정됐다. 많은 노동자가 목숨을 잃고서야 법이 개정됐다. 그리고 20여년 후, 2016년 구의역 김군 사건 이후로 산안법 개정이 수면위로 올랐고, 지난해 서부발전 하청노동자 김씨의 죽음이 있고서야 겨우 산안법이 전면 개정됐다.
“말로만, 법으로만 정해졌다고 해서 실행이 안 되면 안 된다. 실행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김씨의 어머니가 말했다. 국회에서 산안법이 통과되던 날 유가족은 국회에게 국회의원들에게 감사하다고 연신 허리를 굽혔다.
그러나 고 김씨가 죽은 지 1달이 지난 시점, 또 다른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산안법에 포함되지 않는 노동자라 했다. 법의 보호대상자를 ‘근로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대하긴 했지만 여전히 그 법안에 포함되지 못하고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가 대다수다.
지난 11일 유가족과 시민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권한 있고 독립적인<진상규명위원회>구성과 죽음의 외주화를 중단하고 발전소 비정규직을 직접고용으로 전환의 답변을 정부에 요구했다.(관련기사 : [김용균 시민대책위] “19일까지 대통령이 답하라”… 진상규명·외주화 중단 촉구)
그리고 19일 5차 범국민추모제가 열렸다. 고용노동부·산업통산자원부에서 ‘정규직전환에 관하여 그 여부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다음날이었다. 김혜진 시민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은 무대에 올라 “마치 모든 문제가 해결 된 것처럼 얘기하지만, 이것은 정규직으로 전환할 테니 논의하자는 것도 아닌, 정규직으로 전환할지 말지 이야기해보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겠다는 약속에서도 후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동집행위원장의 말처럼 마치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 같이 정부가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했던 공공부문비정규직 정규직전환도 제자리걸음 중이고, 여전히 많은 노동자들이 위험에 노출되어있다.
‘안전 때문에 눈물 짓는 국민이 단 한명도 없게 만들겠습니다’라고 문재인 대통령은 말했지만 노동자들은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버텼다’고 한다. 아직 바뀐 것은 하나도 없다.
추모제라고 부를 수 없는 현실
세월호참사 유가족이 추모공연을 위해 무대에 올랐다. 유가족 중 창현이 어머니는 “저희는 추모라는 말을 쓸 수가 없다. 억울한 죽음을 추모하기에는 아직 세월호참사의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고, 참사이전과 얼마나 달라졌는가를 생각해보면 달라진 것이 별로 없기 때문에 추모라는 말을 아직 쓸 수가 없다”라고 발언했다. 먼저 간 자식을 그리며 생각하고 슬픔을 느낄 세도 없이 유가족들은 온 힘을 다해 세상과 부딪히고 있다.
김씨의 어머니 또한 “용균이의 억울한 죽음에 누명이 벗겨지길 원하고, 관련자들 엄중히 처벌해서 용균이와 부모 된 저희들의 깊은 한을 조금이라도 풀고 싶다. 유가족이 원하는 사람들로 진상규명위원회를 제대로 꾸려서 철저한 진상규명이 돼야한다”라고 말했다.
사고로 사람이 죽으면 왜 그런 사고를 당하게 된 것인지 응당 조사해야 한다. 사고로 목숨을 잃은 망자에게 책임을 돌린다면 망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일 것이다. 남겨진 가족들에게 큰 상처일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원인에는 분명한 책임자가 있다. 책임자 처벌이 되지 않는 상태에선 유가족들은 슬퍼만하며 주저앉아 있을 수 없다.
김씨가 세상을 떠난 지 40여일이 지나고 있지만 아직 해결된 것은 단 한 가지도 없다. 유가족의 바람대로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서 철저한 진상규명이 돼야하고 더 이상 일을 하다 죽는 노동자가 없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