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 UN활동 첫 발걸음

▲ 13시간 비행끝에 만나 인사와 활동에 관한 협의 중

민족교육에 대한 일본당국의 부당한 탄압을 폭로하고 '고등학교무상화제도'적용에 관한 국제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해 13시간의 비행 끝에 스위스 제네바에 모였다. 장거리 비행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들의 문제가 일본에서의 문제만이 아닌 민족의 문제, 분단의 문제로 이해하고 연대하고 응원하기 위해 오사카, 도쿄, 히로시마 등지에서 온 어머니 대표단, 학생대표단, 조선인권협회, 그리고 제네바에서 유학 중인 조선대학교 졸업생과 함께했다. 그 자체로 힘이 났다.

▲ 유엔회의장에 입장중인 어머니들

지난 17일은 제네바 UN활동 첫날 오전 9시, 고운 치마저고리를 차려입은 조선학교어머니들과 함께 UN고등판무관 사무소로 가서 OHCHR입관수속 후 미리 신청한 표찰을 받고 입장했다. 소리 지르며 항의 행동하는 것, 연서명 내용의 유인물을 직접 배포하는 것이 금지란 안내를 받았다. 또한 한국에서 만들어간 플랑카드는 압수당했다.

▲ 전단지에 곱게 접은 치마저고리를 붙힌 정성이 가득한 선전물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3명씩 5조로 나눠서 우리가 온 이유를 한 사람 한 사람 붙잡고 치마저고리를 곱게 접어 붙인 선전물과 조선학교 아이들의 호소가 담긴 동영상을 보여주며 선전하는 것뿐이었다. 회의장 입구에서 UN어린이권리조약 일본 심사위원회 18인의 위원 중 교육, 어린이들의 문제 담당이자 조선학교 문제에 호의적인 네 명의 위원 사진을 확인했다. 오전 회의가 끝나고 나오는 사람 중에 사진 속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회의 끝나고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속에서 이은영 운영위원이 오스트리아 출신 의장과 남아프리카의 스케르톤 의원을 발견했다.

급한 마음에 뛰어가서 전단의 본인 얼굴을 보여주며 "You?" 라고 물었다. 

"Yes",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Please" 하고 어머니들께 안내해줬다.

어머니들은 심장에서 끓는 소리와 아이들의 목소리를 담은 동영상을 보여주며 진심으로 호소했다.

스케르톤 의원은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동영상 속 아이들의 이야기도 열심히 들었다. 두 사람 다 조선학교 관련 내용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의장은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우리의 호소를 들을 수도 대화를 할 수도 없다고 했다.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있는 우리에게 의장이 찾아와 회의장 입구에 선전물을 두고 많은 사람이 보게 하라고 말을 해주고 갔다. 의장의 호의적인 태도가 위안이 되고 힘이 됐다.

3시부터 시작된 일본심의 시간, 일본의 아동 관련 전반문제가 보고됐다. 학교에서의 차별, 왕따, 자살, 가정에서의 아동학대, 조기결혼, 아동건강 문제 등 장시간 동안 보고됐다. 회의가 끝날 무렵 남아프리카 출신의 스케르톤 의원이 ‘조선학교 관련 UN권고안이 나오고 그 대응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다양한 문제 중에 조선학교와 관련하여 아무런 이야기가 없어 불안했는데, 질문이 나와서 우리는 속으로 안도의 숨을 쉬었다. 어머니들의 호소가 통했고, 언 심장도 녹일 것이라는 확신이 섰다.

▲ 로비에서 선전활동중인 어머니들, 고운치마저고리만으로 상징성을 보여준다
▲ 학생대표단, 어머니대표단, 연대와 응원을 위해 함께한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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