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인터뷰] 민플러스가 만난 진보(2)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

평화와 번영 통일시대로 가는 한반도는 2019년 중요한 분수령을 맞는다. 이에 민플러스는 진보진영 대표자들의 정세진단과 사업계획을 들어보는 신년 인터뷰를 연재한다. 인터뷰 내용은 본사의 입장과는 무관하다. 진보진영의 고민과 구상을 들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인터뷰 : 김장호 편집국장, 정리 : 조혜정 기자 / 편집자 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신년을 보내고 있는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는지 민플러스와 만난 날에도 앞, 뒤로 언론사 인터뷰가 예정돼 있었다. 여느 언론사나 민주노총의 새해 구상에 대해 충분히 궁금할 법도 했다.

‘2019년 민주노총의 열쇠말(키워드)’로 질문을 시작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200만 민주노총, 재벌체제 극복, 사회안전망, 한반도 평화와 자주통일” 이렇게 4가지가 있다고 답했다.

- 열쇠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해주신다면?

“첫째 200만 민주노총은 현재 100만 명의 조합원이 있는 민주노총입니다. 이 추세와 이 기세를 갖고 사력을 다해 200만 민주노총으로 도약해야 합니다. ‘200만’이란 숫자는 단순히 양의 확장이 아니라 질적 변화를 가져오는 200만 민주노총의 의미를 담고 있어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각 200만, 둘이 합하면 400만 명. 노조조직률 20% 시대를 우리가 만들어내겠다는 각오예요. ‘노조조직률 20%가 되는 사회는 과연 어떤 사회일까?’라는 사회적 비전과 설계도를 그려주는 것이 우리 민주노총의 몫입니다.

두 번째, 더 이상 ‘구호’로서가 아니라 재벌체제 개혁을 위해 투쟁을 집중하겠다는 것입니다. 우리사회에서 이른바 ‘낙수효과’라는 환상 속에서 끊임없이 대기업, 재벌 중심의 ‘수출주도성장’의 경제정책이 40~50년이 넘게 흘러왔어요. 이제 바꿀 때가 됐다는 거죠. 재벌체제를 개혁하고 우리 경제시스템을 바꾸는 핵심적인 키워드가 바로 ‘재벌체제 개혁’이에요. 민주노총이 투쟁과 더불어 산업·업종에 대한 정책, 소득정책, 노사관계 정책, 사회안전망 확장까지 개입하고 대안을 내는 것을 병행해 가려고 합니다.

또 하나, 사회안전망 확충의 문제는, 육아, 돌봄, 사회공공 인프라, 노후소득 등에서 획기적인 성장과 획기적인 변화를 이룰 수 있도록 투쟁해 나가자는 것이구요.

마지막으로 한반도 평화와 자주통일입니다. 2019년 1월1일, 모든 언론 1면 헤드라인에 북의 신년사 전문이 실리고 그 의도와 계획이 무엇인지에 대해 1면 톱기사로  보게 되는 시대가 됐어요. 조중동이 거품을 물거나 태극기부대가 들고 일어날 일이겠지만 우리 사회는 이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회가 됐다는 거예요. 한반도 평화, 자주통일은 그 투쟁의 선두에 있었던 민주노총에겐 이것이 사업계획을 짜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된다는 겁니다. 사업계획에 반영하는 것뿐만 아니라 평화와 자주통일 문제를 더 앞장서서 열심히 하겠다는 것을 민주노총이 사회적으로 선포해 가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사업장 담장을 넘어 한국사회 대개혁으로!’ 올해 민주노총이 세운 으뜸구호가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고민이 한껏 묻어난 답변이다. 민주노총의 의지와 결심, 그리고 ‘민주노총이 해야 한다’는 채찍이 담겨져 있다. 더 구체적인 전략과 실행방도에 대해 물었다.

- ‘사회대개혁’의 기치를 민주노총이 앞장서겠다는 뜻인가요? 으뜸구호의 구체적인 의미에 대해 보완설명을 해주시죠.

“이제 민주노총의 발언과 집행, 실천과 투쟁은 사업장만의 문제가 아닌, 사업장을 포함한 우리사회 문제로 풀지 않으면 풀 수 없다는 고민들이 일반화 되고 있고, 상식이 됐어요.
최근 유의미한 기사 하나를 예로 들면, 창원 보궐선거에 나서는 손석형 후보가 조선사업에 대한 국유화, 공공화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내부의 구조조정 상황(싸움)을 잘 아는 후보가 왜 이것을 이야기했을까. 즉 현장의 구조조정 저지투쟁만으로는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이제 정책적 의제를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거죠. 노동운동 출신의 정치인들이 이젠 구조조정을 막겠다는 공약이 아니라 구조조정을 넘어서 산업정책에 개입해 들어가는 것이 노동이 할 일이라는 걸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 대개혁은 단순히 노사관계 제도를 바꾸는 문제, 사업장 내 임금, 근로조건을 바꾸는 문제만이 아닌, 사업장 내 고용의 문제, 근로조건, 노동조합, 미래에 대한 비전 등 한국사회를 바꿔내는 과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 해결을 위해 민주노총이 전반적인 노동 관련 국가정책에 있어서 산업정책, 노사관계 정책, 소득정책, 그리고 재정운영 정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대안을 내고, 쟁취하는 싸움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사회 대개혁은 민주노총의 2019년 한 해 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투쟁의 방향이어야 합니다.”

-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많은데, 이에 대한 민주노총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문 정부가 삐걱 거리고 있어요. 정부의 개혁 추진이 후퇴하고 있다는 겁니다. 개혁의 속도도 빨라야 하고 과감해야 하는데, 속도를 조절하는 것을 보면 ‘개혁 후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개혁후퇴의 가장 중심에 있는 건 ‘소득주도성장’ 정책이에요. 실제 문 정부에서 이 정책은 흔들리는 정도가 아니라 후순위로 밀리고 밀려 이제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른바 관료들이 개혁의 주도권을 잡고 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인데, 지표를 중요시하면서, 지표에 가장 민감하게 적용되는 건 ‘투자’예요. 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부를 독식해왔던 재벌대기업밖에 없어요. 재벌대기업이 투자를 하려고 하면 자신들에게 주는 게 있어야겠죠. 그들은 ‘규제완화’를 요구해요. 규제와 소득주도성장이 걸림돌이라고 흔들고 있기 때문에 지금 상당한 위기에 봉착해 있어요. 문 정부가 개혁의 적폐세력을 정확히 척결해내는 단호한 의지를 보이지 못하고 주춤거릴 때 개혁의 드라이브를 관료가 쥐기 시작하면서 나타나는 폐해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이것은 야당을 탓할 문제가 아니라 민주당의 자승자박 이예요.”

- 저성장, 경기침체가 심각합니다. 그렇다보니 노동기본권확보가 더 힘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ILO 협약비준 문제도 오랜 쟁점인데요.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민주노총의 전략은 무엇입니까?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권 보장 법안, 공무원들의 노동3권 관련 법안 등이 임시국회가 열리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제대로 된 논의가 진행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명확히 해야 할 것이 ‘노동의 기본권’이라는 것이 민주노총만의 요구가 아닌 국민적 요구라는 거죠.
이를 알려내기 위해선 연대의 틀을 확장해야 한다고 봅니다. 가장 시급하게는 ILO 협약비준을 위한 공동대책기구를 1월중에 만들려고 합니다. 두 번째는, 미진한 특고 노동자들의 권리 등을 입법과정에서 보완하고 강화해야 하는데, 비준을 요구하고 입법화 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투쟁이 필요합니다.

올해 ILO(국제노동기구) 설립 100주년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0주년 기념총회에 갈거라는 얘기도 있는데, 이는 ILO의 모든 정신을 수용하겠다는 의지로 가겠다는 것이죠. 그럼 문 대통령도 신년 초에 비준을 선언해야 하는 것이 맞아요.

저들이 노동기본권과 탄력근로제 기간확대를 동시에 들고 나올 수 있는데 하나(ILO협약)를 쟁취하고 하나(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를 막아내는 싸움을 대단히 밀도있게 준비하고, 집중된 대오를 만들어 투쟁할 것입니다. 오는 28일 정기대대를 거쳐 사회적 대화기구에 참가하고,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사회적 공론화 과정들을 거치고 여론을 모아 국회가 이것들을 유실시키지 않도록 하는 작업도 병행되어야 할 거라 생각합니다.”

- 투쟁과 교섭 병행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교섭전략에 차질이 있는 모습입니다.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십니까?

“투쟁과 교섭, 비판과 대화는 우리사회 대개혁을 열망하는 민주노총이 개혁의 과제를 관철시키기 위한 과정입니다. 뭔가를 주고받으려고 참여하는 게 아닙니다. 개혁과제를 관철시키기 위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참여하자는 겁니다. ‘교섭전략’을 구사하자는 거죠. 교섭은 개입인데, 개입을 통해서 우리의 이야기와 우리의 의제를 요구하고, 그것이 관철되지 않았을 때 투쟁의 힘으로 밑받침하게 만들자는 것입니다.

사회적 대화의 틀, ‘틀’이라는 법적제도가 갖는 명확한 규정력이 있어요. 노사정이 합의했을 때 갖는 일정한 힘이 있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 힘이 국회 등 우리사회를 바꿔 가는데 있어서 일정하게 동력으로 작용하는데, 이 힘을 ‘개혁’의 방향에 맞추자는 겁니다. 촛불 이후 요구됐던 개혁, 특히 일터의 개혁과 우리사회 산업현장이 잘 굴러갈 수 있는 개혁으로 방향을 맞추자는 거죠.

경사노위에 들어가서 수에 밀리는거 야니냐는 우려가 있는데, 노사정 각 위원 2분의1 이상이 반드시 참가해야 의결을 할 수 있고, 그 전까지는 모든 게 ‘협의’입니다. 양 노총이 동의하지 않는 이상 무엇을 결정하고 밀고 간다는 것은 노사정 대화, 사회적 대화 틀 속에선 불가능 구조예요. 사회적 의제를 다루는 때엔 한국노총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대화, 경사노위 기구 내에서 사회적 의제, 즉 우리사회 개혁의 의제를 충분히 논의해가는 공론의 장을 만들자는 겁니다. 정부도, 경영계도 누구도 개혁의제를 올리지 않고 있어요. 의제를 올릴 것이냐, 멈출 거냐의 문제예요. 문 정부의 태도에 따라 교섭에 참가할거냐 말거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건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교섭장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봅니다. 그래서 ‘교섭’과 ‘투쟁’ 병행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 사회적 대화와 노정교섭의 정례화, 안정화 그리고 정부위원회에 활력을 넣는 기제로 작동할 경사노위에 참가하고, 그 속에도 노정교섭은 어떻게 강화할건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노정교섭의 제도화’라는 건 현안문제와 정부정책 과제에 우리 요구를 담고 만들어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문 정부의 공약실현을 강제해내는 거죠. 관료들이 개혁의 드라이브를 쥐고 있어 이것을 강제할 수 있는 노정협의 틀을 만들어내기 위한 투쟁도 필요하지만, 틀을 만들기 위해 에너지가 집중되면 의제는 사라지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노정교섭, 경사노위 참가, 정부위원회에 정책을 제출하는 것, 이 삼각편대가 민주노총의 교섭전략이고 이것이 우리들의 투쟁계획과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 최저임금에 대한 질문입니다. 정부가 발표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 어떻게 보십니까?

김 위원장은 “잘못된 정책으로 사고를 치고 나서 노동계에 양보를 끌어내겠다는 의도”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탄력근로제·최임 개편안 입법 강행 시 2월부터 총파업·총력투쟁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고용노동부는 개편안 발표 후 다른 입장발표가 없고, 노동부가 감당하지 못할 상황이 되면 최임 문제를 사회적대화로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번 개편안엔 세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30년 만에 바꾼다는 제도를 노동계와 단 한번도 협의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말도 안 되는 거죠. 이재갑 장관이 4개월 전엔 이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체계가 유효하다고 했어요. 이것이 ILO 체계와 맞다고. 그랬던 사람이 4개월 뒤 노동계가 단 한마디 소통도 없이 180도 바꿔서 일방적으로 개편을 추진하고 1월내에 의견수렴해서 입법화에 들어가겠다? 정말 말도 안 되는 관료적 발상입니다.

둘째, 최저임금 논의는 사회적 교섭이고, 정책임금 성격을 갖기 때문에 여러가지 장치를 두는 게 필요하다는 건 부정하지 않아요. 그렇다면 기존의 최임위가 그걸 못했나? 아닙니다. 아주 역동적으로 해왔어요. 현장에서 임금교섭을 할 때 사측은 압도적 다수가 ‘임금동결’을 먼저 던지고 노조는 최대치를 던집니다. 그걸 좁힌다고 임금이 빨리 결정이 날까요? 쟁투가 없어질까요? 아니에요. 최저임금 결정 과정은 일종의 사회적 정책임금을 결정해가는 과정에서 흔히 이야기 하는 진통, 성장통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성장통, 시끄러워지는 걸 없애기 위한 개편이다? 정말 관료적인 마인드죠. 조용조용 해결 하려는 것. 그게 말이 됩니까?

셋째, 아주 위험스러운 건, 구간을 설정하는데 그 여러 가지 기준 중 지불능력, 고용지수 등을 이야기하는데, 이것은 최저임금을 억제하기 위해 써왔던 단어였어요. 명확히 의도가 보이는 거죠. 최임 제도를 통해 저임금 노동자들의 소득을 개선시키고 소득격차를 줄이겠다는 취지를 역행하는 겁니다. 민주노총 입장은 확고합니다. 최임 제도에 대해 노동계와 같이 전면 재논의해야 합니다. 잘못된 정책으로 사고를 치고 나서 노동계의 양보를 끌어내겠다는 의도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최임 제도의 취지를 살려서 운영되고 있는 제도 자체를 부정하지 말고 최임위에서부터 다시 논의해야 합니다. 특히 2월에 입법을 추진한다는 것은 화를 자초하는 거예요. 탄력근로제 기간확대와 최저임금 개편을 동시에 일방적으로 강행한다는 건, 민주노총에게 2월부터 총파업·총력투쟁의 배수진을 치라는 것과 똑같습니다.”

-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담론형성 문제, 노동자와 자영업자 등 ‘을들의 연대’도 매우 중요해 보입니다. 최저임금에 대한 투쟁 방향은?

“지난해 최임문제가 ‘최저임금’과 ‘일자리’ 프레임에 묶여버렸어요. 편의점 사장님들을 중심으로 2030 세대와, 민주노총 최임 투쟁을 대비시키면서 을들을 갈라치기 했습니다. 프레임을 잘 알면서 왜 대비를 못했느냐고 한다면 반성해야 할 부분입니다. 그러나 최임 산입범위 개악문제는 현실에서 막아야 했던 싸움이었어요. 당시 산입범위 확대문제는 경영계의 요구와 민주노총의 고민이 섞여있던 상황이었는데, 산입범위 확대 저지 투쟁에선 민주노총이 프레임을 우선하기 보단 투쟁에 집중성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 있었고, 또 산입범위 확대를 두고 민주노총도 공론의 장을 만들려는 노력이 많이 있었습니다. 개악을 막기 위해 노사 간의 논의 흐름을 잡았는데, 이것을 파탄나게 한 게 정부였습니다. 홍영표 의원이 나서서 논의 흐름을 최임위로 돌리고 결국 무산시켜버렸죠.

최임 프레임을 이야기 한다면, ‘얼마를 올릴거냐’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나타나고 있는 지표를 보고 민주노총이 할 이야기를 하자는 겁니다. 최저임금을 어떤 측면에서 볼 것이냐의 문제인데, 소득정책, 저임금 노동자들의 소득격차를 줄이는 문제 등 종합적인 내용을 갖고 최임투쟁을 벌여나가자는 것이고 1월부터 싸움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최임 논의가 집중화되는 시기인 6월말~7월초엔 총파업·총력투쟁의 배수진을 치고 최저임금 인상과 제도개악을 중단시키고, 최저임금 노동자 중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안정된 정규직화, 그리고 소득정책에 대한 대안과 요구를 제기하고 이를 총파업·총력투쟁으로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민주노총의 투쟁 흐름입니다.

최저임금 노동자들을 죄악시하는 비정상적인 사회를 재벌이 만들고 있습니다. 을들 간의 싸움을 부추기면서 ‘갑질’이라는 구조적 모순을 못 보게 할 수 있어요. 갑질은 당연히 근절돼야 하지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갑질 근절에만 멈춰있고, 구조를 바꾸는 노력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재벌개혁’에 대한 요구, ‘경제민주화’라는 게 추상적일 수 있지만 끊임없이 누군가는 이야기해야 하는데,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으면 관료가 개혁의 주도권을 쥐고서 재벌의 구조를 공고화 시켜주고, 언론이 이를 포장하는, 즉 재벌특혜 동맹세력들이 다시 우리사회 중심부로 떠오르면서 과거로 되돌아가는 양상입니다. 이 역진을 민주노총이 막아야 합니다.

을들의 연대는, 지난해 만남과 소통을 시작한 한해였다면, 이젠 노동자, 농민, 빈민, 청년학생 뿐만 아니라 중소자영업자들에게도 ‘사회개혁의 장에 들어와 달라, 함께 해 달라’고 얘기하려고 합니다. 노동자와 중소영세업자들만의 연대가 아니라 을들의 큰 대오를 만들자, 중소자영업자들도 ‘사용자’라고 생각하지 말고 같이 이야기하고 함께 하자고 제안할 생각입니다.”

김 위원장은 최저임금 대응에 있어서도 정부의 잘못된 결정과 추진을 ‘저지’하는 프레임에만 갇힐 게 아니라, “재벌을 개혁하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복원하고, 최저임금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언급했던 한국사회 대개혁으로 가는 민주노총의 의지가 담겨있다.

- 그렇다면 재벌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민주노총의 구체적인 전략은 무엇인가요?

“노사관계 제도를 개혁하는 투쟁에 그쳐서는 안 되고, 확장해야 한다는 겁니다. 산업정책, 노사관계 정책, 조세제도를 포함한 재정운영 정책 등에 개입해 바꿔내야죠. 지난 연말에 정부가 재정운영 정책을 발표하면서 규제완화, 프리존법 확장 등을 단순한 정부정책으로만이 아닌 재정의 균형도 거기에 맞춰가겠다고 했어요. 그렇게 둬선 안 됩니다. 이제 ‘소득주도성장으로 재정을 돌려라, 사회서비스, 사회복지 예산과 보육, 육아 등 사회공공인프라 투자에 돌려라’고 요구하며 싸움을 벌여야 해요. 우리가 부러워했던 노동의 영역이 높은 유럽의 나라들이 제도개혁과 연금제도 개혁 등 사회서비스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 거리로 나오는 투쟁을 보면서 우리는 언제 해야 하나, 이제 우리가 할 때가 됐습니다. 그리고 할 수 있는 민주노총의 의지와 힘이 이제 있다고 생각해요.
현대자동차의 임금교섭에서는 이런 논의가 되진 않잖아요? 아이들의 학자금 문제, 노후소득 문제, 부모 의료비 문제 등은 임단협에선 고민거리가 아니예요. 그런데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들에게 있어서 부모 한분이 요양원에 갔을 때, 아이 한명을 낳았을 때, 이 아이가 학교를 갔을 때, 이들과 함께 살아갈 문제가 절박한데 해결이 불가능합니다. 월 200만원도 안 되는 월급을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이 문제 해결이 가능하냐는 거예요.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 중엔 젊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나이 든 가장도 많아요. 여성이자 비정규직이자 가장인 노동자는 또 얼마나 많습니까.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 재벌체제 극복에 개입하고, 제대로 할 수 있게 파업하고 투쟁하는 것, 그것이 사회안전망을 획기적으로 확충하는 것과 연결돼 있다고 봅니다.”

민주노총이 올해 열쇠말로 제시한 ‘재벌체제 극복’과 ‘사회안전망 확장’은 사회대개혁을 위해 긴밀히 연결돼 있는 투쟁의 고리들이란 뜻이다.

- 사회대개혁 기치 아래 촛불혁명을 완성하는 피플파워를 재조직하는 기관차 역할을 민주노총이 하겠다는 취지인가요?

“신년사에서 밝혔듯이 이젠 문 정부에 기대하지도 의지하지도 않아요. 기대와 희망으로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못할 수도 있습니다. 촛불혁명 당시에도 박근혜를 끌어내리려는 피플파워는 우리 스스로가 결단했던 거였습니다. 우리가 연대를 확장해서, 을들이 결단해서 재벌체제를 극복하고 바꾸기 위한 정부정책을 만들고, 재벌과 투쟁하는 우리사회 큰 힘, 기운들을 만들어내자는 것입니다. 그것이 민주노총의 2019년 마지막 정점을 찍는 ‘사회대개혁을 위한 총파업·총력투쟁’입니다. 비판하고, 견제하고, 투쟁을 하자는 것입니다. 촛불을 통해 정치적인 민주화를 어느정도 회복했을 뿐이지 일터의 민주화나 일터의 대개혁, 사회대개혁은 우리에게 주어진 또 다른 과제였어요. 문 정부가 개혁을 후퇴하려는 과정에서 지금 안주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재벌체제 극복을 위한 투쟁을 만들어내려고 합니다.”

▲ 김장호 민플러스 편집국장

- 산업정책 대전환을 제기하고 있는데, 어떤 문제의식 속에서 제출한 것인지 추가적인 설명을 해주신다면?

“대기업 중심의 수출주도성장은 우리사회의 불문율이었어요. 이것을 바꿔야 한다는 거죠. 산업정책은 민간에 위탁해주고, 자본의 투자를 받아서 불리고, 대기업을 지원해주는 재정정책을 만들어서 상부상조하고, 이들만 잘 먹고 잘 사는 구조가 된 산업정책의 불문율을 깨야 합니다.

이것은 재정운영정책과도 연동돼 있습니다. 산재사고가 덜 발생하는 기업에 산재보험료를 할인해주는데 대기업이 80%를 차지해요. 위험한 업무는 하청을 주고 자신들은 산재사고가 없는 거예요. 그 비용을 중소영세사업장에 지원해 사고가 나지 않게 기계를 설치하고 시스템을 만들어주게끔 돌릴 수 있습니다. 정책이 바뀌면 수조원의 예산이 그 방향으로 변화되는 거죠. 즉 소득정책과 산업정책, 노사관계 정책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가 우리사회에서 불가피하고, 산업정책에 변화를 주기 위한 적극적 개입과 투쟁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비전은 열려있습니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대륙으로 뻗어나가는 우리산업의 비전을 세워야 한다는 거고, 이미 그 장이 열리고 있습니다. 평화로운 한반도에서 무엇을 이뤄낼 것인가, 우리사회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낼 기회가 오고 있습니다. 그 역동적인 기운을 적극적으로 만들어내자는 거죠. 그것이 산업정책의 변화이고, 과정이 되는 거예요.”

- 마지막으로, 4.27판문점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민주노총의 실행 프로그램이 궁금합니다.

통일사업에 대한 질문에 김 위원장은 ‘전체화’라는 단어를 선택해 답했다. “통일위원회의 노력과 활동들을 민주노총으로 전체화시켜 민주노총 전체의 사업으로 돼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통일사업비로 예산보다 10배를 지출했어요. 1000%를 쓴 거죠. 올해도 불가피한 지출이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재정대책을 세우는데 있어서, 이제 가맹조직으로부터 분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통일위원회가 이끌어가는 시스템이었는데 올핸 통일위 시스템만으론 어렵다고 봅니다. 통일위가 소용없다는게 아니라 통일위원회의 노력과 활동들을 민주노총으로 전체화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한반도 평화, 통일과 관련된 여러 가지 담론과 투쟁들을 민주노총 전체의 사업으로 해서 항상적 논의과정으로 가야 합니다. 이를 실질적으로 잘 집행할 수 있도록 위원회구조가 움직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세토론이 무척 중요하죠.
이런 과정에서 인력과 예산의 불가피한 확장들을 어떻게 제도화 할 것인지 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논의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기금화 방법 등 논의를 거쳐 다음 대의원대회에서 필요하다면 결정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안정적이면서 전체화된 논의구조, 집행력에 집중할 수 있는 위원회, 이것을 밑받침하는 재정, 그리고 전체를 통괄하는 임원의 역할을 높이는 방향에서 사업을 고민하고 있어요.

그리고 6.15민족공동위원회를 비롯해 평화통일운동을 함께 하는 제 세력들이 모였을 때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시대에 통일운동의 방향과 조직 등을 어떻게 설정하고 만들어나갈 것인지, 지난 시기 반복적인 자주교류사업에 그치고 있는 통일사업을 한 단계 높이고 질적 변화를 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도록 민주노총도 적극적으로 제안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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