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경제정세와 대안 모색(2)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평가
문재인 정부는 공약으로 최저임금 1만원,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을 내걸었고, 공정한 사회를 위해 ‘재벌개혁’을 약속했다.
정부는 집권 초기 촛불혁명 동력에 기반 해 소득주도성장을 강조하며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도입’, 인천공항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 발표’ 등 노동친화적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소상공인을 앞세운 자본과 수구세력들의 대대적인 반격이 시작되자, 정부는 눈치를 보면서 경제개혁의 속도를 늦췄다.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로 마치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 자영업자의 경영 부진 탓인 양, 그들이 일자리 소멸의 주범인 양 호도되고, 그로 인한 경제적 약자들 간의 갈등이 부각됐다.
또한, 보유세제 개편을 논의 한 ‘재정개혁특별위원회’도 부동산 보유세로 불로소득을 차단하는데 소극적이었고, 기획재정부는 이 소극적인 권고안마저 거부했다.
나아가 대통령이 국정농단으로 재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것은 면죄부를 주는 행위였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중장기 로드맵과 철학의 부재로,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의 충돌 지점을 조정하지 못했고, 기득권 세력의 저항 무마와 경제침체 극복이라는 근시안적 접근으로 이명박근혜 정부의 기조였던 ‘규제완화와 투자촉진이 곧 성장’이라는 해묵은 논리로 후퇴했다.
문대통령은 신자유주의 경제관료들을 중용해 ‘은산분리 완화인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규제프리존법’을 통과시키고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탄력근로제 도입’, ‘자회사 전환으로 비정규직 정규직화 왜곡’ 등 노동개혁을 사실상 중단했다.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소극 대처’, ‘공정거래위의 계좌추적권 시한연장 축소’, ‘자료제출 이행강제금 부과 축소’ 등 재벌개혁 수단을 포기했다.
결과적으로 노동자,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을 위한 경제민주화는 포기하고, 세습 재벌과 손잡고 투자활성화를 꾀하고, 자유한국당과 야합해 재벌친화적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친기업 정책으로 경제를 성장시켜 총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전략으로 정책을 수정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재벌체제로는 기존과 같은 경제성장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경제가 처한 저성장의 고착화와 제조업의 쇠퇴는 단순한 경기 순환적인 현상이 아니다. 수십 년 간 진행돼온 ‘수출주도 성장’, ‘독과점 재벌체제에 의한 양극화’, ‘기술개발과 혁신 부진’ 등이 세계경제 침체와 맞물려 내수와 수출의 붕괴로 나타난 구조적인 문제이다.
한국의 재벌체제는 ‘모방에 의한 압축성장’, ‘정경유착과 관치금융’, ‘수직계열화와 규모의 경제’ 등을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는 ‘분단·독재’라는 억압체제가 사회적 희생을 만들어 재벌중심 경제성장을 강제했던 조건에서 가능한 것이었다.
해방 후 농업국가였던 한국은 국민소비를 통한 수요창출이 어려웠다. 따라서 내수부족을 수출 의존으로 대체해 압축성장을 추구했다.
‘수출만이 살길’이라며 임금인상을 억제하고, 비정규직을 사용하고, 자동화로 대량생산을 추진했다. 거대한 장비와 설비가 투자된 대량생산체제는 다시 수출에 의존해서만 유지될 수 있었다. 이를 방해하는 노동조합과 노동기본권은 정치적으로 제약받아 노조 조직률은 OECD 최저이며, 부당노동행위는 일반화됐다. 압축성장 과정에서 손실은 사회화되고 이익은 사유화됐는데, 재벌체제는 이런 불공정한 시스템의 산물이다.
재벌의 과도한 수직계열화와 내부거래, 전속거래는 독과점과 블록화를 가져와 경쟁을 제한하고 시장의 활력을 떨어트린다. 재벌 세습은 능력 없는 오너경영을 강화시켜 새로운 도전기업이나 스타트업의 성장과 시장진입을 어렵게 한다. 기술탈취와 납품단가 후려치기는 중소기업들이 혁신할 수 있는 유인과 여력을 없애 버린다.
이와 같이 재벌경제는 혁신에 기반한 성장보다는 불로소득과 불공정거래로 지대추구 경제를 고착화시켰다.
이들은 디지털 전환에서도 독일의 노동 4.0처럼 작업자의 창조성과 자발성에 기초하고 인적자본을 개발하기보다는, 완전 무인화와 외주화로 노동조합과 정규직을 기피하는 비용절감 구조로 재편을 추진한다. 결국 재벌체제는 중소기업의 저생산성, 저임금을 초래해 양극화를 구조화시키고, 고용 없는 성장과 기업 간 격차 확대를 가져와 청년실업, 조기퇴직, 자영업 몰락, 노인빈곤의 경제를 고착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