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구 칼럼서 “우매한 지도자에게 더는 나라 운명 맡겨선 안돼” 일갈

정석구 한겨레 편집인이 12일 ‘사드 철회 범시민 운동’을 제안하고 나서 주목된다.

신문사의 편집분야 최고위 간부가 정치 쟁점과 관련해 정부 입장에 반대하는 시민운동을 제안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어서다.

정 편집인은 이날자 기명칼럼에서 “지난 주말 한·미 양국이 사드의 한국 배치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지는 말자. 사드를 배치한다고 북한 미사일을 모두 막을 수도 없을뿐더러 사드 배치 이후 우리나라와 국민이 감당해야 할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라며 “비록 한·미 당국이 사드 배치를 결정했지만 국회와 시민들이 나서 이를 철회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범시민 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편집인은 이어 “사드 배치 결정은 일상적인 정책 결정과는 차원이 다르다. 패트리엇 미사일 몇 기 들여오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고 그 심각성을 화두로 삼곤 “남북 관계뿐 아니라 동북아 정세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면서 자칫 한반도를 전쟁의 불구덩이로 몰아넣을 수도 있는 아주 위험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사드 배치에 극렬히 반대하는 게 그저 시늉으로 하는 게 아니다. 국민의 안전과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사드를 배치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국민의 생존권을 위협할 가능성이 더 큰 결정”이라고 부연했다.

정 편집인은 절차상 문제도 제기했다. 그는 “이번 결정은 이해당사자인 국민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군사적 측면뿐 아니라 외교·안보적 측면에서의 검토 과정이 필요한데도 일방적인 국방부 논리만 무성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최종 결정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음도 분명히 했다. 정 편집인은 “4대 강국의 틈바구니에서 균형 외교로 살길을 찾기보다 북한의 위협과 이를 활용한 미국의 압박에 굴복한 박 대통령이 사드 배치라는 위험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뱀의 지혜는커녕 무지와 아집에 사로잡힌 우매한 지도자에게 더 이상 나라의 운명을 통째로 맡겨선 안 된다”고 박 대통령을 ‘우매한 지도자’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정 편집인은 또 국회와 야당들은 물론, 학자와 전문가, 사드 배치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감안할 때 경제계도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며 각계각층이 ‘사드 철회 범시민 운동’에 적극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사드 배치를 특정 지역의 문제로 환원시키려는 정부의 의도도 경계해야 한다. 어떤 지역이든 일단 배치되고 나면 온 나라와 국민의 운명이 갈리게 돼 있다”며, 이게 바로 “범국민적 시민연대가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런 정 편집인의 제안은 사드 배치에 대해 우려하는 국민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터에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정작 제안 당사자인 한겨레가 무엇을 할지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어 아쉬움도 있다. 언론의 역할은 의제 제안뿐 아니라 여론 조성, 나아가 행동화를 위한 나름의 프로그램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의 후속 입장 표명과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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