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가 발표되자 너도나도 앞을 다퉈 해석과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사실 지난해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과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한 후 한반도 정세는 격변했고, 민족사적 대 전환이 일어난 것을 감안하면 이같은 반응이 과도하다고만은 볼 수 없다.

온 민족이 “력사적인 북남선언들을 철저히 리행하여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의 전성기를 열어나가자!”는 구호와 함께 발표한 신년사에서 8개 키워드를 뽑아 남북관계, 북미관계를 전망해 본다.

1. 극적인 변화

“지난해는 70여년의 민족분렬사상 일찌기 있어본적이 없는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 격동적인 해였습니다.”

평창올림픽, 판문점선언, 6.12북미정상합의, 9월평양공동선언, 남북군사분야합의서 등 평화와 번영을 이룩한 남북관계의 대전환을 ‘극적인 변화’라고 했다.

흔히 ‘극적’이란 ‘한정된 시간과 공간에서 주제를 구현하는 연극에서나 볼 수 있는 감격적이고 인상적인’이란 뜻이다. 현실을 극적이라고 표현한 것은 지난해 한반도에 벌어진 변화가 그 만큼 격동적이 었음을 의미한다. 실제 지난해는 10년에 한번 벌어질까 말까하는 사변적인 변화가 여러차례 일어났고, 70년만에 남북미 3각관계의 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실로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2. 첫걸음

“아직은 첫걸음에 불과하지만…,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수 없었던 경이적인 성과들이 짧은 기간에 이룩된데 대하여 대단히 만족합니다.”

지난해 이룩한 경이적인 성과는 아직 첫걸음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는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처럼 첫걸음을 땐 것에 큰 의미부여를 함과 동시에 앞으로의 과제를 실현하는 데서도 처음처럼 남과 북이 손을 굳게 잡고 계속 한 뜻으로 나가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당장 대북제재의 틀에 갇혀 남북철도•도로 연결,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교류와 경제협력이 난관에 봉착했다. 또한 한미합동군사훈련도 재개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아직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갈 길은 아직 멀고 험하다.

3. 덕

“북남사이의 협력과 교류를 전면적으로 확대발전시켜 민족적화해와 단합을 공고히 하며 온 겨레가 북남관계개선의 덕을 실지로 볼 수 있게 하여야 합니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누가 덕을 보게 될까? 신년사에선 우리가 잘 생각하지 않았던 덕을 온 겨레가 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덕을 본다는 것, 그것도 세상 덕을 본다는 것은 낯선 경험이다. 평화와 번영, 그리고 통일이 되면 온 겨레가 덕을 보게 된다니…, 너무나 당연한 말인데 일찍이 생각하지 못했던 말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가 됐다.

4. 댓가없이

“개성공업지구에 진출하였던 남측기업인들의 어려운 사정과 민족의 명산을 찾아보고싶어하는 남녘동포들의 소망을 헤아려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습니다.”

사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은 박근혜 정부가 일방적으로 중단시켰다. 또한 북은 단한번도 재개의 전제조건이나 댓가를 요구한 사실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제와 댓가를 언급한 것은 재개에 걸림돌이 되는 모든 것을 제거하여 반드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읽힌다.

2018년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평창올림픽이 열었다면, 2019년 판문점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 이행의 길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로 뚫자는 계획을 남측정부와 공유함으로써 이 문제를 평창올림픽을 대하던 것처럼 받아 달라는 호소로 풀이된다.

5. 민족의 보금자리

“우리 민족끼리 서로 마음과 힘을 합쳐나간다면 조선반도를 가장 평화롭고 길이 번영하는 민족의 참다운 보금자리로 만들수 있다는 확신을 온 겨레에게 안겨주었습니다.”

삼천리 조국강토는 5천년 이어온 우리민족의 보금자리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와 미군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면서 계속된 전시상태와 핵위협으로 하여 참다운 보금자리 구실을 못했다.

‘보금자리 사랑할 줄 모르는 새는 없다’는 속담처럼 누구나 제 보금자리를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보호하고 극진히 아낀다. 한반도를 우리민족의 보금자리로 생각한다면 위험한 핵미사일 실험은 하지 말아야 하며, 외세를 끌어들여 전쟁연습을 하는 행위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

6. 간섭과 개입

“북남관계를 저들의 구미와 리익에 복종시키려고 하면서 우리 민족의 화해와 단합, 통일의 앞길을 가로막는 외부세력의 간섭과 개입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개성 공동연락사무소와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정상화하여 판문점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을 이행할 대신 한미 워킹그룹을 만들어 남북관계를 파탄내려는 미국의 음모에 일침을 놓은 발언으로 보인다.

신년사는 외세의 구미와 이익에 복종할 것인지, 온 민족의 관심과 열망을 따를 것인지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7. 마주앉을 준비

 

“나는 앞으로도 언제든 또다시 미국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되여있으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6.12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비핵화 의지를 재 천명함과 동시에 미국에 합의 이행을 압박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이 대북제재를 철회하고 관계개선의지를 보여야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 된다는 것을 암시, 공을 미국에 넘김으로써 트럼프 정부의 결단을 촉구하는 의미도 있다.

실제 풍계리 핵시설 폭파 등 북이 취한 비핵화 조치에 비하면 미국은 종전선언을 거부하고 제재의 수위를 높이는 등 정상간의 합의를 묵살해 버렸다. 미국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제시한 셈이다.

8. 부득불

“미국이 세계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들고 의연히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수없이 부득불…,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6.12정상합의를 통해 북한(조선)과의 새로운 관계를 약속해 놓고,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남북관계 발전을 방해하고, 대북제재를 강화하면서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전개하겠다며 대북 압박을 멈추지 않고 있다.

신년사에서 미국이 이처럼 계속해서 약속을 위반한다면 “어쩔수 없이 부득불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는 완곡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미국의 결단을 재차 촉구하는 의미가 크다. 물론 이미 핵보유국인 북한(조선)이 미국의 제재와 압박을 계속 당하고만 있을 리 없다. 그 새로운 길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은 미국이 이미 그 진실을 잘 알고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온 민족이 《력사적인 북남선언들을 철저히 리행하여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의 전성기를 열어나가자!》는 구호를 제시한 2019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가 격동적인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남북해외 전민족의 관심이 하나로 모여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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