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예술로 읽다(33)

2019년은 문익환 목사의 방북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통일운동사의 큰 획을 그었던 문 목사의 방북은 북측에서도 ‘조국의 독립과 평화통일을 위해 애쓴 공로’를 인정해 90년 8월15일  “조국통일상”을 수여하고, 그 뜻을 기리기 위해 2000년에는 조국통일상 휘장 이미지를 배경으로 문 목사의 초상이 담긴 우표를 발행하기도 했다. 

▲ 4.27판문점 남북 3차정상회담 기념우표[사진캡처=조선의 오늘]

올해의 경우에도 북측의 국가우표발행국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한 우표를 발행하였다. '제3차 북남수뇌상봉과 회담 주체 107(2018)년 4월 27일' 이라는 글귀 아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평화의집 방명록에 친필로 남긴 '새로운 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역사의 출발점에서. 김정은 2018년 4월 27일'이 새겨진 묶음전지우표와 '제4차 북남수뇌상봉과 회담' 이라는 글귀와 통일기를 그려넣은 개별우표, '제5차 북남수뇌상봉과 회담 주체 107(2018)년 9월 18~20일'이라는 글이 적힌 소형전지와 개별우표을 발행했다. 그리고 우표첩 '우리는 하나'도 발행을 하였다.

대내적으로는 교양 사업의 최전선에서, 대외적으로는 나라를 대표하는 선전물로서 기능을 가진 우표에 대해서 북측의 조선우표사에서는 다음과 같이 소개를 하고 있다. “우표와 우표 수집물에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의 불멸의 혁명 생애와 고귀한 업적, 주체의 혁명 위업을 빛나게 계승해나가시는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령도따라 나아가는 우리 인민의 장엄한 투쟁 모습이 폭넓게 반영되여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유구한 력사와 문화, 자연, 지리, 동식물, 체육, 민족적 풍습 등이 담겨져 있으며 국제적 의의를 가지는 여러가지 행사들이 반영되여 있습니다.”

▲ 2016년 최초의 조선우표발행 70돌 기념우표[사진캡처=조선의 오늘]

북측에서 우표는 “우표도 우리나라의 현실과 인민의 생활감정에 맞게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김일성 주석의 지시에 따라 1946년 3월 12일 처음 발행이 되었다. ‘무궁화’(3종)와 ‘삼선암’(5종)이 최초로 발행이 되었고, 그해 8월 해방 한 돌을 기념해 김 주석의 초상이 처음으로 등장했는데, 이때 2종으로 발행된 우표의 배경에는 태극기가 펄럭이고 무궁화가 새겨져 있었다. 조선의 국화가 목란이고 국기는 남홍색공화국기인데, 1948년 7월 인민회의 5차회의에서 태극기를 폐지하기 전이라는 가능했던 도안이었다. 이후 1949년 2월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기를 담은 우표 2종이 발행되었다.

북측 우표의 종류를 살펴보면, 보통우표와 기념우표 그리고 항공우표와 특별하게 발행연도가 없이 쉽게 구입 및 사용할 용도로 제작하는 고정우표가 대표적이다. 수집가들을 위해서는 우표가 처음 발행된 1840년대부터 1870년까지의 희귀한 고전우표와 고전 시기 이후인 1880년대부터 1900년대까지 나온 준고전우표, 2차세계대전 이후에 발행된 현대우표와 수집가들의 기호를 반영해 제작하는 주제우표로 나누고 있다. 발행 장수에 따라서는 한장우표와 두장우표, 3장 이상이 붙어 나오는 련결우표, 상하좌우로 붙어 나오는 네장우표, 그리고 인쇄한 종지 전지 그대로 출시되는 전지우표가 있다. 기타 견본우표와 비사용우표 및 증권엽서와 증권봉투, 확대엽서, 우표수첩이 있다.

만국우편연합(UPU) 협약에 가입한 북측에서 우편 업무를 총괄하는 기관은 체신성으로 우편 및 출판물국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체신업무는 평양-남포시와 9개도에 있는 일선 체신관리국이 맡고 있다. 우표를 발행하는 기관은 평양시 중국역 역전동에 소재한 국가우표발행국이다. 그리고 고려호텔 근처에 있는 조선우표박물관(2012년 4월 9일 개관), 조선우표전시장, 평양우표수집가상점이 있으며, 제작은 평양시 락랑구역에 소재한 별도의 인쇄소에서 전담하고 있다. 이 외에 개성시 방직동에 소재한 개성조선우표전시장이 있다. 전시장에서는 외국 방문객들에게 우표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북측의 유일한 우표창작기지이자 우표수출입기관으로 1946년에 개국한 국가우표발행국의 핵심은 우표창작처이다. 평양미술종합대학의 최우등 졸업생만이 들어갈 수 있다는 창작처에서는 젊은 창작가들이 “창작전투”를 벌려나가고 있다고 하는데, 특히 북측의 사회상과 시대상을 담아내기 위해 시의성을 중요시하고 있다. 인공위성 시험 발사, 정상회담,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 우표 등이 대표적이다. 주문소인(CTO, Canceled to order)으로 해외에 수출하는 규모도 연간 1백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으로 1981년 '왕자결혼식'이라는 주제로 영국 찰스 왕세자와 다이아나 비의 결혼식 기념우표가 있다.

최근 북측의 우표는 사회주의강성국가와 문명국 건설이라는 지도자의 지향에 따라 내용과 질이 많이 바뀌고 있다. 김일성 주석 시대의 단조로운 디자인과 김정일 위원장 시대의 주체예술에 기초한 사실주의적 표현방식과는 달리 사진의 적극적인 활용과 다양한 표현기법의 수용, 그리고 고급 인쇄기술을 반영해 질적으로도 세계적 수준에 달했다는 평가이다.

▲ 혤리해성(좌. 1985.8.25) 우표와 강아지와 등꽃(우. 1991.8.27) [사진캡처=조선의 오늘]

그 바탕에는 '종이보석', '나라의 명함장'이라 불리는 북측의 우표 창작 및 제작 수순을 높이려는 노력이 꾸준히 전개되었는데, 해외 콩쿨에서의 경력이 그것을 반증하고 있다. 1985년 8월에 발행된 '핼리혜성' 우표는 일본에서 열린 세계인기우표추첨경기에서 1등을 차지했다. 이탈리아 리치오네 90과 91 국제우표시장에서 '금강산의 집선봉'과 '등꽃과 강아지'가 각각 특별권위상을 수상했고, '남극탐험우표'와 '신의주-류초도사이 다리우표'는 프랑스 92우표세계컵쟁탈경기 아시아선수권을 쟁취했다. 

현재까지 발행된 조선우표는 대략 6000여 종에 달하는데, 시대상과 사회상을 엿볼 수 있다. 김일성 주석 시절에는 사회체제 확립을 위한 우표가 많이 발행이 되었다. 애국자이며 항일투사로서의 지도자 이미지와 국가 확립과 한국전쟁 후 재건을 주제로 담은 우표가 다수 발행이 되었다. 이 시기 김일성 주석의 이미지가 담긴 최초의 우표는 46년에 발행한 조국해방 1돐 기념우표였으며, 62년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탄생 50돐 경축우표를 거쳐 68년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우표에서 비로서 초상화 이미지가 최초로 선을 보였다. 김정일 위원장 시절에는 후계자를 옹립하는 과정과 그 정통성을 확보해 가는 과정 및 주체의 시대를 공고히 하는 과정이 우표에 담겨있다. 1987년 2월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 탄생경축 우표에서 최초로 김정일 위원장이 우표에 등장했다. 그리고 98년 9월5일에 김정일 동지 국방위원장 추대 기념우표가 발행이 되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대에는 2013년 2월 신년사 기념우표에서 최초로 이미지가 선을 보였으며, 사회주의강성국가와 문명국 건설과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다. 78년부터 새해우표가 발행이 되었으며, 2000년에는 ‘민족의 태양’ 시리즈 우표가 발행되었다. 

▲ 동명왕(1993.8.15발행), 허준(2008.3.28발행), 문익점(2006.10.2발행), 여운형(1993.8.15발행) 우표(왼쪽부터) [사진캡처=조선의 오늘]

조선우표에 담긴 국내외 인물을 통해서 남북 교류의 매개로 삼는 것도 좋을 것이다. 북측의 지도자의 모습은 당연히 가장 많이 등장하였다. 그 외 역사 속 인물로는 이순신, 박지원, 을지문덕, 전봉준, 김정호, 김홍도, 박연, 박인로, 혜초, 리암, 서희, 김웅서, 강감찬, 연개소문, 리규보, 최영, 문익점, 리준, 허준, 신사임당, 정약용, 의병장 류린석이 있다. 근현대사에서는 신념과 의지의 화신으로 묘사된 리인모, 조국통일상 수상자들인 최영도, 김구, 홍명희, 려운형, 문익환, 안중근이 있다.

북측 인물로는 김 주석의 친가 인물들인 할아버지 김보현, 할머니 리보익, 아버지 김형직, 어머니 강반석, 동생 김철주가 등장했다. ‘항일혁명투사’들로는 김책, 강건, 안길, 류경수, 김정숙, 최춘국, 권영벽, 마동희, 박달, 리제순, 김용범 김형권, 리수덕과 ‘공화국영웅’들에는 김창걸, 조군실, 안학룡, 김창걸, 조군실, 리대훈, 최종운, 김화룡, 한계렬, 구소운, 리수복 등이 있다. 그 외에 작곡가 리면상과 황계광, 김옥성이 있고, 계순희, 어린 바둑선수 최은아, 발명가 리승기, 마라톤 정성옥, 권투 홍창수, 어린 미술가 오은별, 조류학자 원홍구 박사 등의 우표가 발행이 되었다.

▲ 찰스다윈(소형전지)(1995.5.20발행. 위)모짜르트와 교향곡33번악보(1994.11.22발행. 아래 왼쪽)베에토밴과 피아노소나타14번 악보(1994.11.14 발행, 아래 오른쪽)[사진캡처=조선의 오늘]

외국인으로는 레닌과 푸틴, 모택동, 주은래, 등소평, 강택민, 호금도, 류소기와 하보진 부부, 중국사령관 팽덕희, 우주비행사 가가린과 찌또브, 엥겔스, 맑스, 독일천문학자 케플레르, 쟌 다르크, 괴테, 노벨, 뉴톤, 다윈, 큐리 부인, 콜롬버스가 있다. 음악가로는 라벨과 롤리, 리스트, 베토벤, 모짜르트와 이색적으로 중국가수 등려군이 그리고 미술가로는 루벤스, 듀러, 디에고 벨라스께스, 램브란트, 피카소, 라파엘, 코레지오, 드가의 우표가 발행이 되었다, 특별하게 81년과 82년에 걸쳐 찰스 왕자와 다이애나 비의 결혼과 출산까지의 거의 모든 모습을 기념우표로 발행을 하기도 했다.

문화예술 관련해서는 다종 다량의 우표들이 발행이 되었다. 평양대동문(54년), 불국사 다보탑(57년), 고려청자기(58년), 훈민정음창제(64년), 문화유산(80년/ 해시계, 거북선) 등 문화재들이 다수 발행이 되었다. 건축물로는 모란봉극장(56년), 조선혁명박물관(61년), 평양학생소년궁전(64년), 보천보전투승리기념탑(67년), 평양대극장(68년), 보천보혁명박물관(68년), 천미마동상(69년), 혁명사적관(71년), 당창건사적관(73년), 만수대대기념비(73년), 평양지하철도(74년), 평양동물원(74년), 왕재산대기념비(75년), 4.25문회회관(76년), 국제친선전람관(79년), 평양산원(80년), 주체사상탑과 개선문(82년), 인민대학습당(83년), 대성산혁명열사릉(86년), 동명왕릉(93년), 조선미술박물관(98년), 조선중앙력사박물관(98년), 만경대학생소년궁전(98년), 3대혁명전시관(99년), 북관대첩비(2009년), 조선우표박물관(2012년) 등이 있다.

예술작품과 관련해서는 만수대예술단(73년), 혁명가극 꽃파는 처녀(74년), 혁명가극 피바다 창조 10돐(81년), 춘향전(98년),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2002년), 5대혁명가극(2008년),  공화국 창건 70주년 경축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2018년)이 대표적이다. 민족교예(65년/ 교예극장, 쌍그네, 밥고상모, 널뛰기, 바줄타기), 영화예술(72년/ 성황당, 한 자위단원의 운명, 피바다, 꽃파는 처녀), 교예(94년/ 공중그내비행, 바줄재주, 널뛰기, 외바퀴자전거재주), 다부작영화 민족과운명(99년), 영화예술론 발표 30돐(2003년), 서안세계원예박람회기념(2011년) 등이 소개가 되었으며,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은 매년 발행이 되고 있다. 특별하게 세계적인 명화인 ‘모나리자’도 86년에 우표로 나왔다. 

조선춤과 악기는 우표를 통해 작품과 종류를 알 수가 있어서 흥미롭다. 조선민속무용 시리즈 로 발행된 우표에 묘사된 작품으로는 60년에는 칼춤, 장고춤, 상모춤이, 63년에는 부채춤, 칼춤이, 64년에는 북춤, 환희춤, 소고춤이, 66년에는 물동이춤, 방울춤, 벽화의 무희, 무사춤, 금바라춤이, 89년에는 자모식무용표기법 기념우표에서는 목동과 처녀가, 2000년에는 봉산탈춤이 소개가 되었다. 민족악기 시리즈에서 나타난 조선악기로는 가야금, 저대, 월금, 해금, 와공후 아쟁, 편경, 새납, 로고, 피리 뿔나팔, 소, 향피리, 저음피리, 장새납, 가야금, 옥류금, 어은금, 장고, 새납, 북, 소공후가 있다. 

▲ 화성15형 발사기념우표(2017.12.30.위), 과학기술전당(2016.4.21. 아래) [사진캡처=조선의 오늘]

특별하게 관심을 끄는 것은 북이 일찍부터 우주항공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는 점이고, 이것이 우표에 그대로 반영이 되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조선민항(58년), 쏘련에서 첫 우주로케트 발사(59년), 쏘련의 우주로케트(60년), 제1우주비행선(61년), 우주비행선(62년), 우주비행절(66년), 비행기(66년), 쏘련에서 첫 인공위성발사 10돐(67년), 우주연구(74년), 조선민항(74년), 우주비행절(75년), 려객기(78년), 비행선(79년), 우주의 정복자(80년), 우주(82년), 우주탐험(84년), 핼리혜성(85년), 수송(87년/ 콩코드기), 우주(88년), 태양계(92년), 지구의 역사(96년), 고려항공(97년), 인공위성 광명성1호 발사(98년), 국제위성통신기구 가입 15돐(98년), 화성과 천체력사(99년), 20세기의 성과 우주(2001년), 중국 첫 유인우주비행 성공(2004년), 광명성 2호 발사(2009년), 국제천문학의 해(2009년), 광명성 3호 발사(2012년), 은하계(2014년), 광명성 4호 발사(2016년), 대륙간탄도로케트(ICBM) 화성 14형 2차 시험발사 성공(2017년), '국가핵무력완성의 역사적대업 실현‘ 우표첩(2018년)이 있다.

▲ 남북연석회의 60돌기념(2008, 왼쪽), 615공동선언발표 15돌 기념(2015, 오른쪽) [사진캠처=조선의 오늘]

남북교류 관련해서도 꾸준히 우표가 발행이 되었는데, 범민족대회(90년), 북남통일축구경기(90년), 범민족통일음악회(90년), 7.4북남공동성명발표 20돐(92년), 4월 북남련석회의 50돐(98년), 력사적인 평양상봉과 북남최고위급 회담 기념(2000년), 조국통일 3대원칙 천명 30돐(2002년), 노래 우리는 하나(2003년), 조선의 섬 독도(2004년), 북남수뇌상봉 기념(2007년), 6.15공동선언 발표 10돐(2010년)과 최근의 정상회담 관련 우표들이 있다.

우표를 매개로 한 남북 교류의 노력도 꾸준히 전개가 되었다. 여러 북 관련 행사에서 조선우표가 선보이기도 했으며, 우표 수집가들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10월 문화역 서울에서 열린 제59회 2018 대한민국 우표전시회에서는 북한우표 특별전시관을 개설해 개인 소장가가 수집한 조선우표 509종, 1,921장을 선보인 바도 있다.  

남측에서 우표발행을 주관하고 있는 우정사업본부 노조에서는 지난 2월 '남북우편교류 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지난 1946년 3월부터 1950년 6월까지 남북 우편물은 165회, 288만 5,931통이 교환된 이후 교류가 단절이 되었다. 2013년 8월 23일 제11차 남북적십자 실무접촉 합의서를 교환하면서 이산가족의 서신교환 실시에 대해 기본적인 합의가 이루진 바 있으나, 이 역시 5.24조치로 중단된 상태이다. 그렇지만 향후 경기도 고양우편집중국에서 전국의 서신을 수집 정리하고, 판문점이나 개성공단 내에 설치한 교환센터에서 북의 우편물과 교환한다는 것을 기본 방안으로 하여, 1단계 엽서, 2단계 서신, 3단계 소포 등으로 단계별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또 남북간 우편요금의 차이를 고려하여 남북 공용의 '통일우표'의 발행도 숙의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로 바뀐 지금 이메일과 문자로 소식을 전하는 것이 대세이지만, 그래도 정성스레 눌러 쓴 손편지로 마음을 담아 통일우표가 붙은 편지를 전하는 그날이 바로 진정 한반도에 봄이 온 날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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