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이라면 꼭 봐야 할 영화 <국가부도의 날>

90년대생들의 공통점, 바로 돌 반지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부모님들은 1997년 IMF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금 모으기 운동’에 돌 반지를 내놓았다. IMF의 영향은 돌 반지뿐만이 아니었다. IMF로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하게 됐는지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통해 볼 수 있다.

ⓒ CJ엔터테인먼트

영화 시작부터 낯선 장면이 나왔다. 면접을 보러온 지원자들의 당당한 모습, 다른 회사의 면접에 가지 말라며 돈 봉투를 슬쩍 찔러주는 유아인(금융맨 윤정학 역)의 모습은 지금과 너무나도 달랐다. 취업준비생 70만, 공시생 20만 시대인 지금의 20대들이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다. 

97년 당시 대학생이었던 40대 선배는 “IMF 사태 이전에는 대학을 졸업하는 순간 취직을 못 하는 사람이 없었다. 졸업할 때쯤이면 대학교에는 기업에서 보낸 지원서들이 항상 쌓여있었다. 하지만 그해에는 한 장도 없었다. 취직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그게 가장 큰 충격이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1997년 정부의 무능한 외환정책과 대기업의 과도한 외화차입 때문에 발생한 외환위기와 국가부도를 막기 위해 IMF 구제금융이라는 선택을 하게 된다. IMF는 외환위기에 빠진 나라에 달러를 빌려주는 대신에 조건을 달아 국가의 경제시스템에까지 간섭했다.  

 IMF는 금융구제의 조건으로 우리나라에 ‘노동 유연화’를 요구했다. 실제로 IMF 직후 정리해고법안에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요건이 추가되었고, 이후 회사에서는 ‘경영상의 어려움’이라는 핑계로 수많은 노동자를 손쉽게 해고할 수 있게 되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4만8천 명 중에 1만 명이 정리해고 당했다. 하지만 1년도 안 돼서 현장이 채워진다.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으로. 그렇게 정규직 일자리는 비정규직으로 채워졌다. 

ⓒ CJ엔터테인먼트

또한 IMF 사태 이후 공기업의 민영화가 시작됐고, 공공성이 아닌 자본의 투자와 그 이익이 목적이 되었다. 공공의 영역에서도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을 고용했고, 효율성이라는 이유로 하청업체에 업무를 떠넘겼다. 하청업체는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용한 노동자들을 열악한 근로환경과 위험으로 내몰았다. 얼마 전 제대로 된 안전설비 없이 홀로 컨베이어벨트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은 고 김용균씨도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인 서부발전의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이었다. IMF 사태로 바뀐 사회시스템은 20년 뒤 24살 청년의 죽음과도 이어져 있다.

ⓒ 뉴시스

 IMF 때 태어난 90년대생은 ‘금 모으기 운동’으로 돌 반지만 빼앗긴 것이 아니다. 극 중 김혜수(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 역)의 말처럼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실업이 일상이 되는 그런 세상’으로 내몰렸고, 목숨까지 빼앗기고 있다. 제대로 된 일자리가 부족한 사회에서 취업준비에 바빠 잘못된 사회문제를 알고도 외면해왔다. 하지만 우리의 무관심 속에서 국가시스템과 권력은 또다시 우리들을 속일지 모른다. 

 ‘의심하고 또 의심할 것. 끊임없이 사고할 것. 세상을 깨어있는 눈으로 바라볼 것.’

 이것이 우리 90년대생들이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봐야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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