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저녁 광화문광장서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 2차 촛불추모제 진행

“옛날 지하탄광보다 열악한 게 지금 시대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이런 곳을 운영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일하는 아이들에게 빨리 나가라고, 더 죽는 거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아들 하나면 됐지, 아들 같은 아이들이 죽는 걸 더 보고 싶지 않습니다.” 지난 14일 고 김용균(24)씨의 어머니가 태안화력발전소 현장조사 결과 공개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 일부다. 

[사진 : 뉴시스]

그리고 다음날인 15일,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는 2차 촛불추모제가 자유발언으로 진행됐다. 첫 발언자인 고 김씨 동료 추영호씨는 고인의 사고는 ‘변명만 늘어놓는 한국서부발전과 죽음의 외주화’로 인한 사고였다고 밝히며, “더 이상의 죽음은 없어야 하지만 지금도 전국의 화력발전소에서는 여전히 똑같은 컨베이어벨트가 계속 돌고 있다”고 하며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바뀌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24살 꽃 다운 나이에 널 먼저 보낸다. 다음 생엔 비정규직 없는 나라, 일하기 좋은 나라에서 태어나길 바란다”라고 고인을 추모하는 발언을 마쳤다.

[사진 : 뉴시스]

이날 자유발언에 참여한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공공부문 외주화 문제에 대해 문재인 정부에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그 중 KTX승무원 김승현씨는 “KT통신화재사고, 고양 온수관 파열사고, KTX강릉 열차선 탈선 사고 그리고 화력발전소 고 김씨의 사고까지 근본적인 원인은 외주화다”라고 꼬집어 말하며 “대부분의 공공기관의 외주는 안전이란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김씨는 “문재인 정부는 안전권을 국민의 새로운 기본권으로 천명한 정부다. 공공기관의 외주화의 문제점을 대통령도 정부도 모르고 있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젊은 노동자들이 위험한 외주구조에서 일하며 죽어가는 일이 없게 해야 한다”고 문재인 정부에 질타를 가했다.

추모제 참석하여 눈물흘리는 시민 [사진 : 함형재 담쟁이기자]

추모제 마무리 발언자인 전국공공운수노조 최준식 위원장은 “먹고 살기 위해 노동을 제공하는데 왜 다쳐야 하고, 죽어야하는 것은 비정규노동자의 몫이란 말인가”라고 울분을 토하며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만나주지 않고 ‘안전 때문에 눈물 짓는 국민 없게 하겠다’고 했던 문재인 대통령, 하청노동자를 자회사 정규직노동자로 고용한다 해도 바뀌는 건 없다는 걸 잘 알고있는 국회의원까지 모두 고 김씨를 죽인 공범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촛불추모제를 마친 후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부터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까지 행진을 진행했다.

행진하는 시민 [사진 : 함형재 담쟁이기자]

 

우리 아들은 어려서부터 속 썩인 적이 없습니다. 너무 착하고, 너무 이쁘기만 해서 아까운, 보기만 해도 아까운 아들입니다. 저희 부부는 아들만 보고 삽니다. 아이가 하나뿐입니다. 아이가 죽었다는 소리에 저희도 같이 죽었습니다. 아이가 죽었는데, 저희가 무슨. 아무 희망도 없고. 이 자리에 나온 건, 우리 아들 억울하게 죽은 거 진상규명 하고 싶어서입니다.

어제, 아이 일하던 곳을 갔었습니다. 갔는데, 너무 많은 작업량과 너무 열악한 환경이, 얼마나 저를 힘들게… 말문이 막혔습니다. 내가 이런 곳에 우리 아들을 맡기다니. 아무리 일자리 없어도, 놀고 먹는 한이 있어도, 이런 데 안 보낼거라 생각했습니다.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을 살인병기에 내몰겠습니까. 저는 아이가 일하는 데 처음부터 끝까지 가보고 싶었습니다. 다니는 것도 너무 힘들었습니다. 어제는 기계가 서있어서 그나마 앞이 보였습니다. 동료들 말로는 먼지가 너무 많이 날려서 잘 안 보이고 어둡다고 했습니다. 아들 일하던 곳은 밀폐된 곳이었습니다. 먼지가 너무 날려서 후레시 켜도 뿌옇게 보였습니다. 그 안에 머리를 넣어 옆면을 보고 석탄을 꺼내는거라고 하더라고요. 컨베이어벨트가 중간에 있었습니다. 아들 사고난 장소에 동그랗게 말려있었습니다. 그게 위력도 세고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고 들었어요. 그 위험한 곳에 머리를 집어넣었다니, 저는 기가 막혔습니다.

동료들 말이 또 있었습니다. 아들 현장에서 봤을 때 현장에서 모습이 어땠냐고. 머리는 이 쪽에, 몸체는 저 쪽에, 등은 갈라져서 타버리고, 타버린 채 벨트에 끼어있다고 합니다. 어느 부모가 이런 꼴을 어떻게 받아들입니까. 평생을 이런 데를 보내고 싶은 생각도 없고… 우리 아이가 그 일을 했다 생각하니, 당했다 생각하니, 사진도 보고 동료들의 말도 듣고. 어떻게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 있을 수 있는지. 옛날에 우리 지하탄광보다 열악한 게 지금 시대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아들이 억울하게 당해야 하는 이유도 모르겠고.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걸 알리고 싶어 나왔습니다.

가는 곳마다 문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일일이 탄을 꺼내 위로 올려야 했습니다. 그 양이 열 명이 해도 모자랄 것 같았습니다. 아이 두 동강 난 걸 사진도 보고, 이야기도 듣고, 이건 한국에서 벌어질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일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빨리 나오라 하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이 대체한다 해도 같은 상황일겁니다. 아들이 일하던 곳, 정부가 운영했잖아요. 정부가 이런 곳을 운영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일하는 아이들에게 빨리 나가라고, 더 죽는 거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아들 하나면 됐지, 아들같은 아이들이 죽는 걸 더 보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를 바꾸고 싶습니다. 아니, 우리나라를 저주합니다. 내 아들이 죽었는데, 저에게는 아무것도 소용 없습니다. 명예회복, 그거 하나 찾고자 합니다. 아들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 수 있다면요. 도와주십시오.

아이가 취업한다고 수십군데 이력서 넣었는데, 마지막에 구한 곳이 여기였습니다. 대통령이 일자리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 당선되고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말로만입니다. 저는 못 믿습니다. 실천하고 보여주는 대통령이었으면 합니다. 행동하는 대통령이 되기 바랍니다. 두서 없는 말 마치겠습니다.

- 12월 14일 기자회견, 故김용균님 어머님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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