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캐나다에서 활동 중인 영화감독 글로리아 김

▲ 단편영화감독 글로리아 김[사진 : 나양일 통신원]

그녀의 영화는 짧고 간결하다. 하지만 강렬하고 아름답다.

지난달 17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된 제5회 토론토 한국영화제(TKFF)를 통해 알게 된 캐나다 영화계에서 활발하게 작업하고 있는 한국인 단편영화감독 글로리아 김을 나양일 캐나다 통신원이 최근 만났다.

- 간단한 자기소개를 먼저 부탁한다.

“제 이름은 글로리아 의영 김, 한국이름은 김의영이라고 한다.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유년기이후 부모님과 캐나다로 이민을 왔고, 이곳에서 성장하고 살고 있는 한국 사람이며, 작가이자 영화감독이다. 글쓰기와 영화를 통해 한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슬픔, 아픔, 아름다운 것들을 영화를 통해 함께 나누고,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 영화감독은 어떻게, 왜 되었는지.

“어려서부터 글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글쓰기를 하게 되었는데 격동의 시기인 20대 초반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고 스스로에 대한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았던 그때, 글을 무척 쓰고는 싶은데 전혀 쓸수 없었던 일종의 Writer’s Block(작가의 벽: 작가들이 글을 쓸 내용이나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애를 먹는 상황)의 시기를 겪었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할아버지께서 병환으로 돌아가시면서 집안은 너무 어수선했고,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이 겹쳐서 그때 당시엔 내 인생의 전부였던 글쓰기를 전혀 할 수 없었고 답답해서 꼭 죽을 것만 같은 느낌으로 살고 있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 와중에 직장을 구한 곳이 맥클레인 잡지사였고 잡지사 일과 관련한 사외강좌를 라이어슨대학에서 듣던 중 영화제작 과정을 접하게 되었다. 그때 처음 카메라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면서 무언가 내 몸과 정신을 관통하는 듯한 전율을 느꼈고 ‘이것이 내가 원하는 일이다’라는 생각으로 영화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영화제작이 일종의 집안 내력인 것 같고(할아버지와 두 분 외삼촌이 영화 제작자셨다), 알게 모르게 어려서부터 그런 환경에 친숙해져 있었던 것 같다.“

- 첫 작품은 무엇인가?

“1999년 대학에서 영화 제작과정을 공부할 때 제작했던 ‘Solitary Silence’라는 아주 짧은 흑백영화로 시나리오, 촬영, 편집 그리고 음향 등 모든 것을 혼자 했던 실험영화다. 손으로 오리고 잘라서 붙인 35mm 필름을 구식기계에 통과시키면서 일일이 확인하며 만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늘 느끼는 거지만 영화제작은 기적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산에 쪼들려 쩔쩔맬 때 코닥필름이 35mm 필름을 거의 무료로 제공해주고 컴퓨터그래픽회사에서도 장비를 공짜로 대여해주어서 만든 작품들이 호평을 받고, 상도 타고…, 그래서 늘 모두에게 감사한다.

다른 한편으로 영화제작은 새로이 알게 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매우 인상적이고 아름다운 여행이라는 생각이다. 도저히 혼자서는 감당하지 못할 많은 일들과 어려움을 같이 넘어서면서 ‘함께하는 힘’이 무엇인지를 새삼 알게 해주는 여행길이란 생각을 한다.“

- 창작 비용은 어떻게 조달하는가?

“현재까지 매우 운이 좋은 편인 것 같다. 영화를 제작할 때마다 온타리오주 예술진흥위원회로부터 도움을 받았고 캐나다 정부의 지원, 그리고 몇 군데 참가한 영화제에서 받은 상금들로 영화를 제작하여 왔다.”

- 영화제작자로서 사회·정치적 이슈들을 영화에 담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

“현재까지 내가 제작한, 그리고 기획 중인 모든 영화는 정치적, 사회적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 시리아내전, LGBTQ(성소수자), 이민자 문제, 인종차별, 장애인, 어린이와 여성 등 영화를 통해 사회적 약자와 구조적인 문제들을 측면에서 조명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영화를 보는 사람들과 사회적, 정치적 이슈들을 공감하고 함께 참여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예를 든다면, ‘Rock Garden’은 성수자인 LGBTQ 문제를, ‘The Auction’은 인종차별과 이민자들의 삶, 그리고 어린이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내가 영화를 통해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가치는 모든 사람은 평등하고 나이, 성별, 인종, 피부색, 소유 정도를 떠나 ‘우리는 함께 살아간다’는 것과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주목받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우리 괜찮다’, ‘우리는 함께 살아간다’는 다독거림과 위안의 메시지들을 전달하는 것이다.”

▲ ‘Rock Garden’의 한 장면

- ‘The Auction’, ‘Rock Garden’ 등 제작한 영화들이 캐나다 공영방송(CBC), BravoTV, IFC으로부터 많은 상을 받았다. 혹시 한국의 영화제에 출품해 보거나 한국 영화와 교류해 본 적이 있는가?

“한국인으로서 당연히 한국영화와 교류하고 싶다. 한국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해 본 적은 아직은 없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해 보고 싶다. 그리고 다음번 작품인 ‘드보라와 모나’가 한국여성 이민자에 대한 영화여서 한국 여배우를 캐스팅해서 제작할 예정이고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 데로 소통해 보고 싶다.

다음 작품인 ‘드보라와 모나’는 이민 9년차인 한국 여성이 스트립걸과 9살 어린딸의 엄마로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동·서양 양쪽에서 여성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여성에게 가해지는 문제들이 무엇인지 조명하고,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접근하고 해결해야할지 고민해 보는 작품으로 구상하고 있다.

현재 시나리오가 거의 마무리돼 가고 있는데 2017년 여름이나 가을쯤 촬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한국 여배우를 캐스팅해야 하는데 주변에 소개해줄 만한 배우가 있으면 부탁한다.

▲ 차기작 ‘드보라와 모나’ 포스터

영화의 핵심은 우선 관객의 흥미를 사로잡는 것이다.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하면서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은 시나리오를 쓰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제일 어려운 것이다.”

- 영화제작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다른 대안이 없다. 직접 부딪혀보는 게 최선의 답이라고 생각한다. 준비하고 계획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그들로부터 도움을 받아보고 어려움도 직접 경험하면서 해결책을 찾다보면, 그 속에서 즐거움을 발견하고 자신의 열정을 쏟을 수 있는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어렵긴 하지만 분명히 가치 있고 멋진 여행이라고 말하고 싶다.”

글로리아 김의 다른 영화와 더 많은 정보는 아래 사이트들을 참조하길 바란다.

www.rockgardenfilm.com

https://gloriauiyoungkim.wordpress.com

http://www.imdb.com/name/nm2605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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