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슬린 스티븐스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 VOA 인터뷰서 “북, 제재에 익숙”

▲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대사.

첫 여성 주한미대사를 지낸 캐슬린 스티븐스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이 최근 “현실적으로 대북 제재는 생각만큼 북한(조선) 지도부에 직격탄이 되기 어렵다”고 제재 효과에 회의론을 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08년 9월부터 3년여 동안 주한미대사를 맡았던 그는 지난 13일(현지시각) 공개된 미국의소리(VOA)와 인터뷰에서 미국 재무부가 북 인권상황과 관련해 추가 제재를 가한 의미를 질문 받곤 “사실 북한(조선)이 제재를 견디지 못해 대화 테이블로 나왔다는 주장이 과연 맞는 분석인지 잘 모르겠다”면서 이렇게 답했다. 

스티븐스 소장은 이어 “북한(조선)이 제재를 받으면, 경제적 어려움이 따라 무기프로그램을 개발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 논리”라면서 “하지만 북한(조선)은 정말 긴 시간을 제재 속에 살아왔고, 그런 일상에 익숙해졌을 것”이라고 했다. 제재에 내성이 생긴 만큼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단 얘기다. 

그는 “오히려 북한(조선) 지도층은 중국 등과 사업 파트너를 맺으며 제재를 통해 보다 획기적인 사업을 구상한다는 분석도 있다”고 알리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영향을 받게 되겠지만,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평가절하했다. 

VOA가 “제제가 북한(조선)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 북한(조선)의 비핵화를 위해 미 행정부는 어떤 노력을 추가로 기울여야 하냐”고 묻자 스티븐스 소장은 “우선 북한(조선)과의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노력은 옳다. 두 지도자가 서로에 대해 알게 된 것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최고 성과라고 생각한다”면서 “미국은 사상 처음 북한(조선) 지도자와의 만남을 허락했지만, 북한(조선)은 이후 미국의 실무협상 요청에 대응하지 않고 있다. 이제는 북한(조선)이 비핵화와 관련해 어떤 노력을 펼쳐줄 수 있을지, 또 미국이 무엇을 해주기 바라는지 말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대북 제재 일변도로는 어려운 만큼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서로 협상해야 할 때란 얘기다. 

조선중앙통신 “미국의 제재압박은 제 앞길에 장애물 놓는 우둔한 짓”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3일 조선중앙통신은 ‘정현’이란 필명으로 낸 <시간은 미국의 어리석음을 깨우쳐줄 것이다>란 제목의 논평에서 “지금 조미협상은 교착상태에 있다”면서 “출로는 미국이 우리가 취한 조치들에 상응한 조치들로 계단을 쌓고 올라옴으로써 침체의 구덩이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 전제는 제재압박에 시간과 정력을 쏟아 붓는 것이 허망한 노릇이라는 것을 가급적으로 빨리 깨닫는 것”이라고 꼬집곤 “수십 년 동안 제재 속에서 살아오면서 자력갱생의 정신과 자급자족의 기질이 뼈속까지 체질화된 우리 인민들에게는 조선에 조금만 더 압력을 가하면 굴복시킬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 미국이 오히려 가긍하게 보일 뿐”이라고 혀를 찼다. 

중앙통신은 또 “대조선 제재압박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미행정부의 행태가 이전 백악관 주인의 ‘전략적 인내’와 얼마나 일맥상통한지 지금 제3기 오바마 정권이 집권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라고 비꼬곤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 바로 미친 짓(Insanity: doing the same thing over and over again and expecting different results.)’이란 아인슈타인의 명언으로 “충고”했다. 

그러곤 “우리는 지금 우리가 일방적으로 먼저 와있는 지점에 미국이 당도하기를, 더 정확히 말하면 미국이 허튼 생각의 미로에서 벗어나 제정신으로 돌아올 때를 인내성 있게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며 “미국은 제재압박이야말로 제 앞길에 장애물을 놓는 우둔한 짓이라는 것을 한시바삐 깨닫고 쓸데없는 입방아 찧기 대신 조미관계의 축에 미국의 바퀴를 가져다 맞추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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