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와 대북제재, 남북관계를 조정하는 한미 ‘워킹그룹’의 두번째 정식 회의가 이달 중 개최될 전망이다. 워킹그룹은 지난달 20일 출범과 동시에 워싱턴에서 1차회의를 하고, 지난 7일에는 실무그룹 화상회의도 개최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국의 승인 없이 한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란 발언 직후라는 점에서 워킹그룹의 행보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면담 모습. [사진 : 뉴시스]

워킹그룹에 참가하는 미국측 비건 대표의 남다른 행보에도 관심이 쏠렸다. 차관보 급 인사인 비건 대표가 청와대 정의용 안보실장 대신 임종석 비서실장을 콕 찍어 만나는가 하면, 통일부장관과 외교부장관을 소환하듯 접견하고 돌아갔다.

워킹그룹 1차회의 결과는 더 큰 우려를 자아냈다. 워킹그룹은 북미사이에 합의된 완전한 비핵화 대신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공동목표로 설정하는가하면, “비핵화가 남북관계 발전에 뒤처지지 않기를 바란다”며 남북관계 개선에 제동을 걸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지난 7일 열린 실무그룹 화상회의에서는 순전히 남북간의 현안문제인 4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승인여부까지 협의 안건으로 다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워킹그룹이 마치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 노릇을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특히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 남북철도연결 사업의 속도조절 문제까지 다룬 것은 미국의 내정간섭이 도를 넘었다는 분석이다.

워킹그룹의 지나친 국내정치 개입이 계속되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지난 10일 재외공관장 격려만찬을 주재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이제는 남의 장단에 춤 출 것이 아니라 우리 장단에 춤을 추는 것이 제일이다”는 1948년 우사 김규식 선생의 발언을 소개했다. 워킹그룹의 도를 넘은 내정간섭을 경계하고 남북관계는 우리민족끼리 알아서 해결한다는 판문점선언의 대원칙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2차 워킹그룹회의가 예정된 조건에서 판문점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 이행 과정에 미국과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상간에 합의 한 남북군사공동위원회 설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 철도 도로 연결 등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풀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문 대통령이 밝힌 것처럼 남과 북 우리가 주인이 될 것인지, 워킹그룹의 지시와 승인을 받을 것인지는 결국 우리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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