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노스’ 기고서 “완전한 핵 신고 요구, 더 많은 의심만 낳을 것”

▲ 지난 2008년 6월 북한(조선)이 영변 원자로의 핵 냉각탑을 파괴하는 모습.

미국의 핵물리학자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최근 “북한(조선)의 완전한 핵 신고를 먼저 고집하는 것은 중대한 실수”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조선)과 미국이 관계 정상화와 비핵화 조치를 주고받으며 신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30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박사는 최근 미국의 북한(조선) 전문사이트 ‘38노스’ 기고에서 “완전한 핵 신고 요구는 북한(조선) 비핵화를 위해 필요한 신뢰를 구축하기보단 더 많은 의심만을 낳을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면서 “핵 신고서 제출과 검증 합의를 비핵화 약속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0년 방북해 약 2000기의 신형 원심분리기를 목격한 바 있는 헤커 박사는 완전한 핵 신고서 제출은 김정은 위원장에겐 항복선언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조선) 입장에선 핵무기와 핵물질, 시설을 신고하는 건 미군에게 표적 리스트를 제공하는 것으로, 핵 프로그램은 물론 정권의 종말을 의미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기술적 측면에서도 완전한 핵 신고서 제출이 비핵화 과정에 효과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핵 신고는 반드시 검증 약속을 동반하게 되며, 여기엔 핵물질 생산 등 기존의 모든 핵 활동과 시설에 대한 사찰, 검증은 물론 복구 불능에 대한 보증 단계가 포함돼 질질 끌게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핵무기 프로그램의 경우 핵 물질 생산, 무기화 과정, 운반 시스템 등과 연관된 장소만 수백 곳, 인력은 수천 명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북한(조선)이 지난 2008년 영변 원자로와 재처리 시설에 관한 1만8000쪽 분량의 신고서를 제출했지만, 미국이 이후 추가 신고를 원했고, 북은 미국이 “골대를 계속 옮기고 있다”고 비판하며 협상이 결렬된 사례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이런 이유로 당시 제출 자료에 대한 검증조차 이뤄지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헤커 박사는 “미북간 신뢰 수준이 북쪽에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신고서 제출을 요구할 단계가 아니”라며 “먼저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양쪽이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 없는 북한(조선)’이란 ‘합의된 최종 상태(agreed end state)’에서 협상을 시작하되, 북이 중대한 비핵화 조치를 취하고 미국이 상응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헤커 박사는 그 시작으로 영변 5MWe(메가와트) 원자로 폐기를 제안했다. 이와 함께 미국엔 관계 정상화와 관련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이런 방식으로 신뢰를 쌓아 가면 영변 활동에서 시작된 조치가 북한(조선) 핵 프로그램 전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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