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법 8년 옥중 서신들 묶어… 30일 저녁 7시 서울 향린교회서

이명박 정권 시절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8년 옥고를 치렀던 인도 전문가 이병진 교수가 오는 30일 옥중서간집 <끝나지 않은 야만, 국가보안법> 출판 기념회를 갖는다.

인도 델리대학교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던 이 교수는 김영삼 정권 초 한반도 정세가 전쟁위기로 치닫던 1993년과 1994년 북한(조선)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초청으로 방북했다. 이어 2001년과 2009년엔 중국과 캄보디아에서 조평통 인사들을 만나기도 했다. 모두 분단국 청년의 통일에 대한 열망과 정치학자로서 제3세계 국가에 대한 학문적 관심에서 이뤄진 방북과 만남이었으나 국가정보원은 2009년 그를 긴급체포했다.

이 교수는 평생을 경찰에 몸담았던 부친의 이력과 공권력의 선의를 믿고 방북활동 내용을 성실히 진술했지만, 국가정보원은 이를 치밀하게 엮어 ‘간첩활동’의 근거로 둔갑시켰다. 결국 옥에 갇혀 아내와 자녀들과 헤어지는 아픔까지 겪어야했다.

이런 그의 소식이 알려지자 아픔을 함께 나누려는 고마운 인연들이 이어졌다. 그의 억울함에 공감하는 이들과 일찍이 분단조국의 통일과 해방을 위해 몸 바쳐 온 각계 인사들이 그를 면회하거나 편지를 주고받으며 위로한 것이다. 옥중서간집 <끝나지 않은 야만, 국가보안법>은 그에게 도움을 준 이들에게 띄운 편지들을 추린 것이다.

이 교수는 “이 분들 덕분에 8년의 옥살이를 견딜 수 있었고, 이 분들이 살아오신 이력과 경험은 나를 키우는 자양분이 됐다”며 “앞으로 인도철학과 남아시아 국제정치학을 강의하면서 분단된 조국의 통일에 기여하는 길을 찾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또 “남아시아의 대국 인도 역시 중국이나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반도 정세변화를 예의주시하며 나름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한다”며 한국과 인도의 관계 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송상교 민변 사무총장은 옥중서간집 추천사에서 “그의 편지는 항상 나를 되돌아보게 했다. 그 편지들은 검열당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싸우고 성찰했던 귀한 기록들이다. 이 책을 통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21세기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국가보안법의 야만, 여전히 우리 곁에 배회하는 야만들을 직시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현재 자신의 후원자이면서 국내 유일의 인도박물관을 30여 년째 운영하고 있는 김양식 박물관장을 도와 박물관 사무국장으로 일하면서 한국외국어대학교와 동명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30일 오후 7시 서울 향린교회에서 열리는 출판기념회엔 통일운동과 노동운동, 민주화운동, 종교계, 법조계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해 뜻을 모은다. 이규재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의장,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조순덕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상임의장,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채만수 노동사회과학연구소 소장, 심재환 변호사, 장창원 이병진석방추진위원장, 김희헌 향린교회 담임목사, 송상교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총장), 진광수 목사(고난과 함께하는 사람들), 한찬욱 사월혁명회 사무처장, 정인탁 전국노동자정치협회 대표 등이 참석한다. 또 행사에선 노래패 ‘희망새’의 축하공연과 함께 권말선 시인의 축시, 박금란 시인의 보안법 철폐를 위한 시낭송도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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