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총파업서 ‘탄력근로제 확대 중단’ 요구 전면화… 한국노총과 공조

탄력근로제 적용 기간을 현행 최대 3개월에서 6개월 또는 1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놓고 노동계 반발이 심화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들은 지난 5일 열린 첫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에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의 확대 방안’에 합의했다. 정의당은 빠졌다. 

이에 앞서 야당 의원들이 발의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최대 1년으로 연장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된 가운데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정부여당이 자유한국당 등 수구보수정당들과 손잡고 탄력근로제 확대를 밀어붙이려 하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뜻을 합쳐 본격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국민, 노동자와 토론하자”… TV 공개토론 제안

민주노총은 ‘탄력근로 기간 확대 개악’에 대응한 전조직적 투쟁을 준비하고, 사용자단체·정부·국회에 ‘사회적 토론’도 제안했다. 민주노총은 16일 보도자료를 내 탄력근로 기간 확대가 “전체 노동자 특히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들에게 심대한 노동조건 후퇴를 가져오고 집중적인 고통과 피해를 가져다 줄 것”이라며 “탄력근로 기간 확대 노동법 개악을 전조직적 투쟁으로 저지하는 투쟁계획을 확정했다”면서 이같이 제안했다.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확대가 “▲장시간 노동 합법화, 노동강도 강화, 노동자 건강권 침해, 과로사 유발 ▲실질 임금 삭감 ▲비정규직 확대 양산, 저임금·단시간 일자리 확대 등 노동자에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고 자본에겐 추가 인력 창출 없이 인력 운용 및 인건비 이득을 쥐어주는 개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여야 5정당 원내대표가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등 보완 입법조치를 마무리할 것을 합의하고,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연내 입법을 마무리한다’ 이것이 정부와 국회의 공식입장임을 확인했다”며 이에 대응한 투쟁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 지난 8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여·야·정 상설협의체 합의사항 논의를 위한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민주노총은 오는 21일 예정된 총파업에 ‘탄력근로제 확대 중단’ 요구를 전면에 내세웠다. 대정부·대국회 투쟁을 전조직적으로 벌이면서 “특히 탄력근로제 개악을 추진하고 민주노총에 대한 음해와 적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더불어민주당과 홍영표 원대내표를 강력히 규탄하는 투쟁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또 “탄력근로 확대 적용에 반대하는 민주노총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는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하는 등 근거 없는 비난을 할 것이 아니라 직접 국민과 노동자들에게 탄력근로 확대적용의 실상과 자신의 입장을 알리는 사회적 토론에 나서자”며 노사 당사자 및 정부, 국회가 참가하는 ‘사회적 토론’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노동시간 단축·좋은 일자리 창출·탄력근로 확대 적용에 대한 입장·탄력근로 확대 적용의 영향’ 등에 대한 TV 공개토론을 하자는 것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지난 9일 위원장 간담회를 열어 ‘탄력근로제 개악에 대한 공동대응’을 논의했다. 양대노총은 “국회의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을 막아야 한다”는데 입장을 같이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10일 전국노동자대회, 그리고 오는 21일 총파업 투쟁을 통해 ‘탄력근로제 확대’를 강력히 저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한국노총도 “오는 17일 노동자대회, 그리고 국회 일방처리 저지를 위한 ‘사회적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대노총은 개악법안 국회 처리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공동대응 방안에 대해서도 계속 협의해가기로 했다. 

‘장시간 노동·실질임금 삭감·비정규직 확대’ 우려

탄력근로제란 일정 기간 안에선 사용자가 근로시간을 늘리고 줄이는 것을 허용하는 제도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취업규칙에 따라 2주 이내의 기간을 평균해 주당 40시간을 맞추도록 운영하거나, 근로자대표와 서면 협의에 따라 3개월 이내의 기간을 평균해 주당 40시간을 맞추도록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경우 모두 ‘특정한 주의 근로시간은 52시간, 특정한 날의 근로시간은 1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노동시간센터가 지난 13일 발행한 이슈페이퍼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운용하더라도, 근로기준법 53조에 따라, 주당 12시간 연장근무가 가능하니 주당 평균 40시간이 아니라 평균 52시간까지 노동이 가능하고, 게다가 특정 주에는 64시간(52시간 제한+연장근무 12시간)까지 노동을 시키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3개월 평균으로 이를 맞추면 된다는 것이니, 최장 6주까지 연달아 64시간 근무도 가능한 구조”라며 탄력근로제를 “제한 없는 하루노동 가능케 하는 ‘고무줄’ 노동시간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탄력근로제 확대는 “노동시간을 더욱 길고, 유연하게 변형하려는 ‘노동시간 유연화’의 주요 전략으로, 이는 장시간 노동을 해소해 일자리 창출을 하겠다는 공약을 정부 스스로 깨는 것이며, 연장근로 수당을 받지 못해 임금 삭감 등 무료노동의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도 “일주일에 하루는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일을 시키는 것도 가능하며 휴일 없이 매일 일을 시킬 수도 있다. 단위 기간이 6개월, 1년으로 확대되면 노동자 건강은 심각하게 위협 받는다”고 주장했다. “단위기간이 6개월로 늘어날 경우 6개월(26주) 동안 13주는 주 64시간, 13주는 주 40시간씩 일하는 게 가능해져, 정부의 과로사 판단 기준인 ‘12주 동안의 업무시간 주당 평균 60시간’을 초과해 ‘합법적 노동시간’이 ‘과로사 기준’마저 훌쩍 넘기게 된다”는 것이다. 

▲ 사진 : 뉴시스

탄력근로제 확대에 따른 ‘실질 임금 삭감’도 문제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한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에 대해선 통상임금의 150%인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탄력근로제에선 현행법으로도 주 52시간까지는 연장근로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 즉 한 주 최대 12시간 연장근로수당을 받지 못하게 되고,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에 따라 그만큼 손실도 커진다는 것. 

민주노총은 또 현행법상 탄력적 근로시간제에서 1일 근로시간의 배분에 대해선 규제가 없기 때문에 “사용자가 편의적으로 노동시간을 정해 6개월 정도 집중적으로 일을 시키고, 노동시간이 줄어든 나머지 6개월 기간에는 임시 단시간노동을 고용할 수 있기 때문에, 탄력근로제 1년 확대는 필연적으로 고용유연화를 전면화해 비정규직 확대 양산, 임시단시간 일자리 확대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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