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상 기탁금(56조1)·비례후보 유세금지(79조1) 조항 헌법소원

▲ 사진 : 녹색당 홈페이지

녹색당이 지난 14일 현행 공직선거법상 기탁금 조항과 비례후보 유세금지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녹색당은 이날 서울 종로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먼저 “대한민국의 정치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돈 없는 사람이나 기득권 정당에 줄서지 않는 사람은 국회의원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선거법 자체가 돈정치, 기득권정치의 편에 서 있다”면서 현 선거법 56조1 ‘기탁금’ 조항을 문제 삼았다. 

즉 “녹색당처럼 선거비용을 정당차원에서 부담하는 정당은 고액기탁금 때문에 지역구 후보를 많이 출마시킬 수 없다. 만약 녹색당이 253개 지역구에서 전부 후보를 내려고 한다면, 기탁금만 총 37억9500만 원이 필요하다”면서 “이런 상황이니 모두에게 피선거권이 보장되어 있다는 것은 허울 좋은 얘기에 불과하다. 최소한 대한민국에서는 돈이 없으면 선거에 나갈 수 없고, 정당도 후보를 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녹색당처럼 지역구 후보를 많이 출마시키기 어려운 소수정당은 선거 때마다 또 다른 어려움에 부딪힌다”면서 비례대표 후보의 유세를 금지한 선거법 79조1항을 지목했다.

녹색당은 “지역구 후보를 몇 군데밖에 출마시키지 못하는 정당은 오프라인에서는 거의 할 수 있는 일이 없게 된다. 지역구 후보가 없는 지역에서는 비례대표 후보조차도 유세를 하지 못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어려움 때문에 지역구 후보가 없는 지역에서 소수정당은 선거공보물을 보내는 것 외에는 사실상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실태를 알렸다. 

그러곤 이번 헌법소원에 대해 “단지 녹색당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잘못된 정치악법으로 인해 ‘수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다른 소수정당들, 그리고 앞으로 생겨날 수 있는 새로운 정당들을 위해 릴레이헌법소원을 시작한다”면서 “오늘 공직선거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시작으로 정당법, 정치자금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돈정치, 기득권정치 낳는 고액기탁금조항, 비례후보 유세금지조항은 위헌이다

대한민국의 정치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돈 없는 사람이나 기득권 정당에 줄서지 않는 사람은 국회의원이 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선거법 자체가 돈정치, 기득권정치의 편에 서 있습니다.

이런 장벽으로 인해 새로운 정당들, 그리고 기득권 정당에 줄서지 않는 새로운 정치인들은 번번이 장벽에 가로막혀 국회에 진입할 수 없었습니다.

국회의원 후보로 등록하려면 일단 거액의 기탁금을 내야하고, 의무적으로 발간해야 하는 공보물 비용도 부담해야 합니다.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에 1500만원의 기탁금을 내고 최소한의 선거비용만 쓰더라도 3000-4000만원을 훌쩍 넘어섭니다. 그런데 신생정당, 정치신인의 경우에는 선거비용 보전기준(10%이상 득표해야 절반 보전, 15% 이상 득표해야 전액 보전)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습니다. 결국 기탁금과 선거비용은 모두 신생정당이나 정치신인이 부담해야 하는 몫이 됩니다.

녹색당처럼 선거비용을 정당차원에서 부담하는 정당은 고액기탁금 때문에 지역구 후보를 많이 출마시킬 수 없습니다. 만약 녹색당이 253개 지역구에서 전부 후보를 내려고 한다면, 기탁금만 총 37억9500만 원이 필요합니다. 기득권 정당들은 선거 때에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지만, 선거비용 전체를 당비와 자발적 후원금에 의존해야 하는 정당입장에서는 지역구 후보를 많이 낼 수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모두에게 피선거권이 보장되어 있다는 것은 허울 좋은 얘기에 불과합니다. 최소한 대한민국에서는 돈이 없으면 선거에 나갈 수 없고, 정당도 후보를 낼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리고 녹색당처럼 지역구 후보를 많이 출마시키기 어려운 소수정당은 선거 때마다 또 다른 어려움에 부딪힙니다. 바로 비례대표 후보의 유세를 금지한 공직선거법 79조1항이 발목을 잡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지역구에 지역구 후보를 출마시키는 기득권 정당들은 선거운동을 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습니다. 지역구 후보가 있으면 유세를 하는데 제약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역구 후보를 몇 군데밖에 출마시키지 못하는 정당은 오프라인에서는 거의 할 수 있는 일이 없게 됩니다. 지역구 후보가 없는 지역에서는 비례대표 후보조차도 유세를 하지 못하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지역구 후보가 없는 지역에서 소수정당은 선거공보물을 보내는 것 외에는 사실상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선거광고나 방송토론이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소수정당으로서는 선거광고를 하기도 어렵고, 방송토론에서도 배제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한마디로 소수정당의 입을 막아놓고 치르는 선거인 셈입니다.

이런 악법조항들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것들입니다. 국회의원 후보에게 1500만원의 고액기탁금을 받는 국가는 대한민국과 일본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스위스, 멕시코, 브라질 등은 기탁금 납부제도가 없습니다. 또한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및 오스트리아는 기탁금 제도가 도입되어 있기는 하나, 그 금액이 소액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고액 기탁금 제도는 대한민국의 정치가 얼마나 후진적인지를 보여주는 부끄러운 표상입니다.

역사를 보더라도, 고액기탁금제도는 권위주의적 정권의 권력유지 수단으로 기능해 왔습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선거에 기탁금제도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58년 1월 28일자 선거법 개정에 의해서입니다. 당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이른바 ‘3선 개헌’을 통해 장기집권을 획책하던 시기였습니다. 4.19혁명으로 출범한 제2공화국은 기탁금제도를 폐지하였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신헌법을 통해 영구집권을 꾀하면서 기탁금제도를 다시 부활시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또한 비례대표 후보 유세금지 조항도 비슷한 예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전 세계 90여개국에서 녹색당이 활동하고 있지만, 선거 때에 후보가 자기 정당을 알리는 활동을 금지당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비례대표 후보 유세금지 조항에 대해서는 2016년 12월29일 9명의 헌법재판관 중 5명이 위헌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당시에 위헌의견을 낸 헌법재판관들의 의견을 보면,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에게 공개장소에서의 연설·대담 등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선거운동의 자유 등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당시에 위헌의견을 낸 5명의 헌법재판관은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즉, ‘특정지역구에 어떤 정당이 추천한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가 없는 경우에 한하여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가 유세를 할 수 있도록 한다면 선거분위기를 지나치게 과열하지 않으면서 모든 정당에게 기존의 정치영향력이나 인지도 등과 관계없이 정당을 홍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는 것이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의 유세 자체를 금지한 것은 선거운동의 자유 및 정당활동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할 것입니다.

녹색당은 2012년 창당이후에 기득권 정당들이 쌓아놓은 정치장벽들에 맞서 싸워왔습니다. 2014년 1월에는 헌법재판소로부터 득표율이 2%가 안 되면 정당을 강제해산시키는 정당법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을 받아냈습니다. 2016년 12월에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에 한해서는 기탁금 1,500만원조항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받아냈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치에는 여전히 수많은 정치장벽들이 쌓여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적폐중의 적폐라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입으로는 ‘적폐청산’을 외치는 기득권 정당 정치인들이 정작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치적폐’에는 침묵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녹색당은 오늘 새로운 싸움을 시작합니다. 단지 녹색당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잘못된 정치악법으로 인해 ‘수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다른 소수정당들, 그리고 앞으로 생겨날 수 있는 새로운 정당들을 위해 릴레이헌법소원을 시작합니다. 오늘 공직선거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시작으로 정당법, 정치자금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이어갈 것입니다.

헌법재판소는 2020년 4월 15일 21대 국회의원 총선전에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오늘 제기하는 헌법소원에 대해 신속하게 심리를 해야 할 것입니다.

2018년 11월14일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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