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마트노조 출범 1년… 1만 마트노동자 요구 선포 ‘마트노동자대회’

10일. 광화문 사거리, 청계천 주변 곳곳에서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는 21일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여는 날이다.

본대회를 앞두고 도심 곳곳에서 민주노총 가맹 산별노동조합의 사전대회가 열린 가운데 청계천 광통교엔 한겨울 노란 개나리꽃이 핀 듯 노란조끼들이 모여 있다. 대형마트에서 볼 수 있는 카트가 보이고, 노란색 확성기가 노동자들 손에 들려있다. 마트노동자들이다.

강당에서 거리로

1년 전 11월,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린 날, 서울 종로구청 강당에 모인 마트노동자들이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의 출범을 알렸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개별 노동조합으로 있던 대형마트 노동조합이 ‘마트노조’ 깃발 아래 하나의 노조로 뭉친 것. 출범 1년이 되는 올핸 전국노동자대회에 합류하기 전 ‘마트노동자대회’를 준비했다. 1년 만에 강당에서 ‘거리’로 무대를 옮겨 노조출범 1년을 자축하고, 새로운 결의를 발표했다.

▲ 사진 : 선현희 기자

휴가 내고 거리로 나온 노동자

10일은, 11월의 둘째 주 토요일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인 둘째 주 일요일 하루 전. 어느 때 보다 고객으로 붐비는 토요일에 마트노동자들은 ‘휴가’를 냈다. 조합원 모두가 쉴 순 없어 각 매장에서 정예 멤버들이 상경했다. 매장을 지켜야 하는 동료들의 마음까지 모아 상경버스에 올랐다. 새벽 5시, 6시에 경남, 부산에서 출발해 정오 쯤 대회 장소에 도착했다.

“정권이 바뀌었는데 마트 현장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의자에도 앉지도 못하고 일하는데, 국회의원들은 경제가 어렵다며 최저임금 지역별·업종별 차등지급을 이야기합니다. 마트 보안요원을 해고하면서 ‘질 좋은 서비스를 위해서’ 그랬다고 합니다. 노동조합 간부를 한다고 부당 발령을 내고, 알게 모르게 인사에서 차별받습니다. 그러나 마트노동자들은 마트노조로 뭉쳐 조합원들의 권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여기 모인 마트노동자들이 증거입니다.” 마트노동자들이 서울에 모인 이유가 마이크를 통해 흘러나왔다.

노란조끼를 맞이한 ‘노란조끼’

1년 전, 마트노조 출범식의 백미는 ‘마트노조 임원소개’였다. 3개 대형마트 노조가 하나의 노조로 뭉쳤던 날, 3개 노조 대표들은 ‘마트노조’의 임원이 됐다. 노란색(이마트), 주황색(홈플러스), 빨간색(롯데마트) 각각 다른 색의 조끼를 입고 있던 대표들이 마트노조를 상징하는 ‘노란색’ 조끼로 갈아입었다. 1년 후, 나란히 노란조끼를 입은 임원들이 광통교에 나와 조합원들을 맞았다. 그들의 목소리는 1년 사이 더 단호해졌다.

“저임금의 굴레, 감정노동의 굴레, 육체노동의 굴레, 갑질의 굴레, 고용불안의 굴레를 우리 손으로 벗어던지기 위해 마트노조를 만들었습니다. 오늘 마트노동자대회를 계기로 마트에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우린 더 이상 ‘투명인간’이 아닌 당당한 노동자라는 것을 외칩시다.” 김기완 마트노조 위원장이 대회 개회를 선언했다.

▲ 김기완 마트노조 위원장이 대회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이마트지부는 내년 대표교섭노조 지위를 반드시 확보하겠습니다.” 전수찬 이마트지부 위원장, “올해 연말까지 10개 지회를 설립하겠습니다.” 김영주 롯데마트지부 위원장, “홈플러스가 12월 말일자로 보안업체 계약 해지를 알렸습니다. 그동안 한 매장에서 수년간 우리와 함께 일해 왔던 보안직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입니다. 노조가 앞장서서 막아내겠습니다.” 주재현 홈플러스지부 위원장의 목소리다.

“오늘은 우리가 우리대회의 주인공”

“여러분들의 한 땀 한 땀으로 마트노조의 1년이 수놓아 졌습니다. 모범 중에 모범만을 추리고 추려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정민정 마트노조 사무처장의 발언에 이어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집회에서 자주 듣는 민중가요가 아니다. 섭외한 가수도 없다. 트로트 음악에, 가수 대신 노란조끼를 입은 조합원들이 주인공이다.

“이젠 환복시간 다시 운운하지마, 환복시간 찾아 우리의 권리~”, “조합원 확대 갈수록 늘고 있나봐 현장 투쟁만은 우리가 할거야~” 트로트 ‘사랑아’라는 노래를 개사했다. 홈플러스 북수원점은 1년 사이 매장 조합원 조직률 70%를 달성했고, 현장에서의 투쟁으로 ‘환복시간’을 찾았고 휴게공간도 마련했다.

이마트 포항점은 “자고나면 조합원이 늘어있다는 ‘전설의 지회’”로 소개됐다. “그리운 마음에 전화를 하니 전략매장 선정 됐다네~ 운영위 하자 선전전 하자 속삭이는 중앙 목소리~” 정기적인 조합원 확대 활동으로 올해 조합원 확대률 30%를 달성했다. 마트노조 1만 조합원 달성에 앞장서겠다는 결심을 트로트 ‘아파트’라는 노래에 담았다.

이마트 성수점과 홈플러스 서부산점 조합원도 무대에 올라 흥을 돋웠다. 조합원 수를 5배로 늘리고, 비조합원 동료들과의 소통방을 꾸준히 운영해 조합원으로 가입시키는 등 1년 간 마트노조 조합원 확대 과정이 노래와 함께 흘러나왔다.

대형마트 매장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마트노조의 한 식구가 된 대형마트 협력업체 아모레 퍼시픽, 지역 중소마트 벨몽드마트, 독립법인 마트(성담유통 이마트 시화, 부방유통 이마트 안양) 조합원도 주인공이다. 올해 4월 마트노조에 가입한 벨몽드마트는 마트 최초로 ‘감정노동수당’을 만든 성과를 알렸다.

“또 설문이야?” 1만 명 설문을 받다

상경한 조합원들의 손엔 차곡차곡 쌓인 설문조사 결과가 들려있었다. 마트노동자대회에 오기 전까지 조합원들은 10월 한 달 동안 1만 명 마트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모았다. “또 설문이야? 또 서명이야?”라고 말하면서도 동료들에게 찾아가 마트노동자들의 요구를 담아왔다. 거뜬히 1만 명을 채웠다.

“여러분들이 모아준 1만 장의 목소리는 대한민국 곳곳에 울려퍼질 것입니다. 마트노동자들의 요구안으로 당당히 정부와 교섭하고 유통재벌과 교섭할 것입니다. 오늘 대회가 50만 마트노동자를 위한 마트노조 산별교섭의 시작을 알리는 자리입니다. 이제 더 이상 투명인간으로 살지 않겠습니다.” 김기완 마트노조 위원장이 선언한대로 이날 마트노동자대회는, 마트노조가 정부와의 ‘노정교섭’, 노사정이 함께 하는 ‘사회적교섭’을 하겠다고 선포한 자리였다.

1만 명 마트노동자의 목소리엔 ▲의자에 앉을 권리 보장 ▲최저임금 개악 시도 중단 ▲감정노동자의 피할 권리 ‘응대중지권’ 보장 ▲노조탄압 중단과 노조 할 권리 보장 ▲구조조정 중단 및 인원충원 시행 ▲비정규직 차별금지와 갑질금지 등이 담겨있었다.

‘마트노동자는 선언한다’ 10개의 단어가 적힌 대형마트 카트가 무대에 올랐다. 대회에 참가한 마트노동자들은 노란색 확성기를 들었다. “마트를 바꾸자”, “마트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라” 노란조끼가 들썩이고 노란 확성기가 큰 울림을 냈다.

대회를 마친 마트노동자들의 카트는 전국노동자대회 장소인 광화문 사거리로 향했다. 그들은 그곳에서도 ‘노조 할 권리보장’ 그리고 ‘적폐청산, 사회대개혁’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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