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주의 백문백답(45)

▲ 헤겔(왼쪽)과 마르크스.[사진 : 독서신문 홈페이지]

1) 변증법

앞에서 마르크스의 유물론에 관해 살펴보았다. 마르크스의 세계관은 유물변증법이다. 이제 변증법을 이해할 차례이다.

80년대 초 레닌의 책(<철학노트>)을 읽으며 변증법만 안다면 천하를 들어 올릴 수 있다고 믿었다. 헤겔의 저서 <대논리학>을 펴놓고, 한 줄 읽고 잠에 빠지고 한 절 읽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술 한 잔 먹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러고도 오리무중이었다. 수많은 국제적 해설서도 무의미했다.

그러던 나의 눈을 번쩍 뜨게 만든 저서가 있다. 그것은 마르크스의 <자본론>이었다. <자본론> 1권의 상품 화폐론은 헤겔의 <대논리학>의 1권과 너무나도 닮았던 것이다. 나는 마르크스의 상품화폐 관계를 통해 거꾸로 헤겔의 <대논리학>을 읽을 수 있었다. 나는 최근 정신분석의 철학자 지젝이 헤겔의 변증법 논리를 통해 라캉의 정신분석학을 쳬계화하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

변증법, 이 문제는 특히 역사를 이해하는데서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역사는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을 통해 발전하는가? 아니면 인민대중의 자주성이 실현되는 과정인가?

2) 대화의 논리

변증법은 원래 대화의 논리이다. 상대의 주장에서 모순을 발견해서 상대의 주장을 논파하는 방법이다. 수학에서는 이것을 귀류법이라 한다.

내가 어릴 때 √2(루트2)가 무리수라는 것을 증명하라는 문제를 푼 적이 있다. 그때는 풀었는데 지금은 풀지 못하지만 그 방법이 귀류법이라는 것만은 아직도 기억한다. 바로 그 귀류법이 변증법이다. 소크라테스의 변증법이 논박에 그쳤다면, 수학의 귀류법은 이를 통해 진리에 이른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후일 헤겔은 인식론에서 논박의 기술로서 변증법보다 진리에 도달하는 귀류법의 길을 따른다. 진리 인식의 길로서 변증법에 관한한 나의 책 <청년이 묻고 철학자가 답하다>의 관련 부분을 참조하기 바란다. 약간 여유가 있으면 헤겔의 정신현상학 서문을 해설한 나의 책 <헤겔 정신현상학 서문 주석>을 보기 바란다.

이런 변증법은 인식의 차원에서 전개된 변증법이다. 여기서는 인식론적 변증법은 생략하고 존재론적 차원에서, 즉 세계관의 차원에서만 문제 삼기로 하자.

3) 엥겔스의 <자연변증법>

변증법을 존재 세계의 논리, 즉 세계관으로 끌어들인 사람은 철학자 헤겔이다. 이 변증법적 논리가 단순한 자연법칙이 아니며 자연과학의 근본 가정을 정당화하는 존재론, 또는 세계관에 속한다는 점, 잊지 말자.

후일 엥겔스는 <자연변증법>이란 책에서 헤겔의 변증법을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통속화하여 몇 가지 법칙으로 정리했다. 그 법칙이 지금까지 사회주의 철학 개론 책에 소개되어 있는 변증법적 방법이다. 그 법칙은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 모순의 법칙

- 양질 전환의 법칙

- 부정의 부정 법칙

엥겔스는 이런 법칙들이 어떤 논리로 도출되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의 변증법 정식화를 통속화라고 하는 것은, 그가 다만 이런 법칙들을 정식화하면서 이를 여러 가지 예들을 통해 설명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일반인은 변증법의 개념을 쉽게 이해한다. 다만 철학자들이 보기에 그런 법칙들이 어떤 근거에서 법칙으로서 설정되었는지 의심스럽다.

4) 헤겔의 변증법

사실 엥겔스의 이런 법칙은 그가 자연을 연구해서 나온 자연과학적 법칙은 아니다. 이 법칙들은 헤겔이 그의 <대논리학>이라는 책에서 존재론적 차원에서 논리적으로 도출한 법칙들이다.

헤겔의 <대논리학>은 전체 3부(1, 2부가 1권, 3부가 2권)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존재론’이다. 여기서는 말하자면 물체 역학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하나의 존재자가 다른 존재자로 이행하는 법칙이 ‘양질전환의 법칙’이다. 헤겔은 이를 이행(Uebergehen)의 법칙이라 설명했다.

2부는 ‘본질론’이다. 2부는 아마도 화학의 세계를 다룬다고 보면 적절하지 않을까 한다. 여기서 하나의 존재자와 다른 존재자는 상호 침투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는 반성(Reflectieren)이라는 관계가 운동을 규정한다. 이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면서 ‘부정의 부정(die Negation der Negation) 법칙’이라 한다.

3부는 ‘개념론’이다. 3부의 세계는 역사의 세계를 다룬다고 본다. 여기서 하나의 세계에서 다른 세계에로 이행의 과정이 ‘발전(Entwicklung)의 법칙’인데, 이는 가능성이 실현되는 목적론적인 전개과정이다.

이행이나 반성, 그리고 발전이라는 관계는 모두 모순, 즉 대립물의 통일이라는 관계를 보여준다. 다만 그 모순이 나타나는 현상적인 형태만 차이가 있을 뿐이다.

헤겔의 <대논리학>을 안다면, 엥겔스가 <자연변증법>으로 정식화한 것은 헤겔의 <대논리학>에서 특히 1부와 2부에서 뽑아낸 것이라는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마르크스가 <자본론> 1권에서 상품화폐 관계를 설명할 때 헤겔의 <대논리학> 1권의 논리를 끌어 당겨썼다고 말했다. 그 논리란 곧 엥겔스가 말한 양질전환의 법칙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헤겔의 이 논리적인 구성 전체를 체계적으로 설명할 여유가 없다. 앞으로 변증법과 연관하여 3가지 점만 말하고자 한다. 하나는 모순이라는 개념이다. 다른 하나는 상품화폐 관계에서 나타나는 양질전환의 법칙이다.

세 번째는 역사의 법칙이다. 흔히 주체철학과 마르크스의 철학을 사회역사관의 측면에서 본다면 차이가 있다고 본다. 즉 자주성의 실현이냐, 모순의 전개냐 하는 차이이다. 이 차이는 변증법을 어떻게 이해하는가와 연관된다. 그러나 우리에게 특히 중요한 것이 이 세 번째 논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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