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해산 1402일 만에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통합진보당 명예회복대회' 열리다

▲ 10월 20일 오후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통합진보당 명예회복대회'가 2천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잊혀졌지만 낯익은 깃발이 보였다. 통합진보당 깃발이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는 2천여 명이 모인 가운데 ‘통합진보당 명예회복대회’가 열렸다.

사법농단 의혹이 제기된 지가 8개월이 지났지만, 사법적폐청산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던 차에 사법농단의 최대 피해자중의 하나인 전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결집한 것이다.

이 대회는 통합진보당의 마지막 대표라 할 수 있는 강병기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제안으로 이루어졌다. 강병기 전 통합진보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회사에서 “4년의 세월을 함께해 준 당원동지 여러분과 저희들을 지지하고 격려하기 위해 함께 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를 드린다고 인사했다. 그는 “통합진보당이라는 피 묻은 깃발 뒷면엔 우리가 짐작한데로 법의 이름을 더럽히고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정의와 양심을 오염시킨 자들의 추악한 면모가 있었는데, 그것이 지금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하며, “양승태를 비롯한 법비(法匪)들을 응징하고 이석기 의원을 석방하라. 10만 통합진보당 당원들의 명예를 온전히 회복하라”라고 외쳤다.  

▲ 박승렬 NCCK 인권센터 소장이 '통합진보당 명예회복대회'에서 연대사를 하고 있다.

박승렬 NCCK 인권센터 소장은 연대사에서 “4년여 동안 인고의 세월을 보내신 통합진보당 당원 여러분을 위로하고 명예회복에 대한 다짐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고 밝히고, 사법농단으로 억울한 사연을 일일이 열거했다. 그 첫째는 “박근혜와 양승태같은 국정농단 세력에 의해 여러분의 명예가 짓밟히고 농락당하고 당이 부당하게 해산된 것”이고, 둘째는 “여러분의 꿈과 열정이 빨갱이와 종북으로 매도당하고 짓밟힌 것”이며, 셋째는 “국민이 선출한 정당의 국회의원들이 정당한 권리를 빼앗긴 것”이고, 넷째는 “여러분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정, 평화에 대한 열망이 고난을 당할 때 어떤 사람도 함께 해주지 않은 것이다”라고 뜨거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되짚었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은 내란음모사건, 정당해산사건을 상기하며 “우리가 함께 광기와 마녀사냥의 시대를 견뎌왔다”고 운을 뗐다. 박 소장은 지금 “사법부를 다시 세울 마지막 기회를 사법적폐세력이 걷어차고 있다”며,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으니 국회 특별법을 만들고, 특별재판부를 만들어서 범죄자들을 잡자, 피해자들을 명예회복 시키자”고 주장했다. 

이날 통합진보당 당원들도 연단에 나서서 인고의 세월을 회고했다.

▲ 황중환 전 통합진보당 당원이 '통합진보당 명예회복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충북 옥천군에서 온 황중환 농민은 “한 연세많은 당원님이 자주와 통일의 길로 가는 정당이라면 평생 같이 가겠다”고 하신 말씀을 회고하며, 통합진보당은 농민이 담대하게 자기 활동을 하게, 주인이 되게 만들어주는 활동을 많이 했다”라고 회고했다.
그는 “통합진보당 해산이 잘못된 것이라고 인정하고 사과하고 바로잡아야 적폐청산이 되고 사회대개혁이 제대로 될 것”이라며, “통합진보당 명예 회복과 이석기 의원 석방이 이 사회 개혁의 바퀴를 굴리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노정현 전 통합진보당 당원이 '통합진보당 명예회복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부산에서 올라 온 노정현 전 통합진보당 당원은 통합진보당 해산을 막기 위해 비닐 한 장 덮고 싸울 때 흐르던 눈물이 ”심장쪽으로 흘러 딱딱한 얼음알갱이로 심장에 덕지덕지 붙어“있다며, “가장 힘든 것이 하루에 12번도 더 넘게 듣는 종북빨갱이가 일상의 단어가 된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국민들이 촛불로 한을 풀어주었다며, 이제 “함께 싸우자, 사법적폐일당과 양승태를 반드시 잡자”고 호소했다.

대회는 엄마가 통합진보당 당원으로 선거에 출마했던 경험이 있는 딸과 현장에서 통합진보당 활동을 하던 노동자의 목소리를 이어가며, 곳곳에서 통합진보당을 만들고 지키며 싸웠던 회고담을 나누었다.

대회가 정점에 이르자 연단에는 지난 9월 29일 5년 만기 출소한 김홍렬 전 경기도당 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현재 내란음모사건으로 구속 수감된 9명 중, 이석기 전 의원을 제외한 8명이 만기 출소한 상태다. 
김 전 위원장은 “제 삶에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건” 내란음모조작사건으로 2013년 8월 28일 아니라 “청춘을 던져 평생을 바친 나의 당, 우리 민중의 당, 우리 통합진보당의 깃발이 사라진 그 날”이었다고 회고하며, “언제까지나 동지들과 자주와 민주, 통일의 길을 함께 하리라 다짐한다”고 밝혔다.

▲ '통합진보당 명예회복대회' 참가자들이 '통합진보당 명예회복', '이석기 의원 석방' 등의 구호가 씌어진 큰 풍선을 날리고 있다.

이상규 현 민중당 상임대표의 연설에 이어 퍼포먼스를 진행한 후, 대회참가자들은 선언문을 채택하며 5가지를 법원과 국회, 정부에 요구했다.

선언문은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은 국가가 국민 10만 명을 ‘비국민’으로 도려낸 사건이다. 헌법의 이름으로 헌법을 짓밟은 한국정치 최악의 비극이다. 지난 낡은 시대를 벗어나는 마지막 관문은 통합진보당의 명예회복이다. 10만 당원의 상처치유는 민주주의와 통일의 새로운 시대로 가는 첫 번째 통과의례다”고 밝히고, ▲통합진보당 강제해산공작 진상규명 ▲공작정치 사법농단 김기춘, 양승태 즉각 처벌 ▲6년째 수감중인 이석기 전 의원 석방 ▲ 통합진보당 당원 인권침해 전면 조사 ▲해당 사건 관련 국가폭력에 대한 대통령 사과를 요구했다.  

대회 마지막에는 4년 동안 부르지 못했던 ‘통합진보당가’가 서초동 대법원 하늘가에 울려 퍼졌다.

통합진보당 명예회복대회 참가자 선언문

오늘은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으로부터 1402일째이다.

우리는 묻고자 한다. ‘새로운 시대는 정말 왔느냐’ 2014년 12월 19일, 숨죽여 통곡하던 그 날, 그 진실은 여전히 봉인되어 있는데 새로운 시대는 정녕 왔느냐.

10만의 상처는 아직 채 호명되지도 않고 있는데, 끌려간 이는 속절없이 6년째 철창에 갇혀 있는데 새로운 시대는 이미 왔는가.

또한 우리는 묻는다. 아직도 남아 있는 저 ‘어색한 침묵’이 들리지 않는가. 여전히 가시지 않은 저 ‘불편한 외면’이 보이지 않는가.

70년간 진실을 외쳤기에 4.3은 결국 진실을 찾았다. 27년간 진실을 노래하였기에 5.18도 진실을 되찾아 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통합진보당’을 이제 끊임없이 불러낼 것이다.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은 국가가 국민 10만 명을 ‘비국민’으로 도려낸 사건이다. 헌법의 이름으로 짓밟은 한국정치 최악의 비극이다.

지난 낡은 시대를 벗어나는 마지막 관문은 통합진보당의 명예회복이다. 10만 당원의 상처치유는 민주주의와 통일의 새로운 시대로 가는 첫 번째 통과의례이다.

통합진보당 명예회복은 민주주의와 정의를 바로 세우는 길에서 역사가 부여한 우리의 책무이다. 그 영광스러운 첫걸음을 시작하며 우리는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공작의 진상을 즉시 규명하라
· 공작정치 사법농단 김기춘 양승태를 즉각 처벌하라
· 6년째 수감 중인 이석기 전 의원을 즉각 석방하라
· 당원들에게 가해진 인권 침해를 전면 조사하라
· 국가폭력 책임지고 대통령이 즉각 사과하라

2018년 10월 20일
통합진보당 명예회복대회 참가자 일동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