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상국가와 전략국가

북한(조선)이 이른바 ‘정상국가’로 변모하고 있다는 보도가 연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대단히 악의적인 프레임이다. 

판문점선언이 발표된 지난 4월 미국의소리(VOA)에서 처음 언급된 이후 미국뿐 아니라 국내 언론매체들도 무분별하게 쏟아내고 있다. 

‘정상국가’ 프레임은 북한(조선)이 지금까진 비정상국가였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다. “비정상국가를 정상국가로 만들어주고 있으니 북한(조선)은 미국에 무조건 감사해라. 북한(조선)은 아직 비정상국이니 같은 대우를 기대하지 말라”는 인식을 은연 중 유포하고 있다. 

정상국가 프레임에 빠지면 미국의 생떼가 보이질 않는다.

① 사실상 적대행위인 대북제재를 계속하면서 비핵화부터 먼저하라는 미국의 요구는 관계개선과 비핵화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동시행동 원칙’에 위반한다. 

② 대북 제재의 명분은 북한(조선)이 핵미사일 시험을 하지마라는 것이었다. 북한(조선)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 약속을 1년 넘게 지켜왔고, 앞으로도 지킨다 했으니 당연히 대북제재는 해제해야 맞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이를 거부하고 있다. 

③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지지한다면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및 5.24조치 해제 등 남북관계 개선을 미국은 반대한다. 

만약 미국의 위반(①)과 거부(②), 반대(③)가 궤변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면 정상국가 프레임에 빠진 것이다. 

사실 북한(조선)은 정상국가 프레임에서 벗어나 ‘전략국가’로 보는 게 타당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평양연설에서 밝힌 것처럼 북은 “어려운 시절에도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며 끝끝내 스스로 일어서고자 하는 불굴의 용기”를 지닌 국가다. 

전략국가란 외세의 압력과 간섭에 굴하지 않고 외교적 군사적 경제적 자주권을 가진 국가를 의미한다. 그 외세가 설사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이라 해도 말이다. 

정작 최근 벌어진 일들은 한국이 정상국가인지 의문을 갖게 만든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조치 해제 발언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은 미국의 승인 없이 북한(조선)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직접 통제하고 나서자, 강 장관은 “대북 제재의 틀을 훼손하지 않는 차원에서 유연하게 검토”하겠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한 나라의 외교수장이 남의 나라 대통령 말 한마디에 국가정책을 번복한 것도 비정상적이지만 한 민족인 남과 북이 서로 잘 지내보겠다는데 이를 승인한다, 만다 오지랖 넓게 참견하는 미국도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또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은 강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고 힐난했다고 한다. ‘9월 평양공동선언’ 군사부속합의서 내용을 미국은 받아들일 수 없고, 사전에 상세한 설명이 없었다는 게 격노한 이유란다. 

남과 북이 서로 싸우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는데 왜 미국에 사전 설명을 해야 하는지, 또 미국은 무슨 자격으로 남북합의서를 받아들이겠다, 말겠다 주인행세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 

이쯤되면 되레 우리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야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은 과연 정상국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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